추석 연휴가 시작될 무렵 나는 친구를 만나러 서울로 향했다. 종점인 청량리역에 도착했을 때
가시는 목적지까지 안녕히 가십시오
라는 방송이 나왔는데, 말투 때문이었는지 추석이라 그랬는지 그 멘트가 감성적으로 와닿았던 것 같다.
아빠는 막내가 아니지만, 내가 늦게 태어나는 바람에 친가에서 20대는 우리가 유일하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할머니집에 북적북적 모여서 차례를 드리고 했던 기억이 있고,
지금은 다 같이 모이는 일은 거의 없다. 그저 각자 살기 바쁘고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그들이 가족이 맞나 싶은 순간이 올 때도 있다.
가끔 가족들끼리 화목하고 시즌마다 다 같이 모여 노는 집들의 영상이 올라올 때면 신선한 충격을 받곤 한다.
그렇다고 부럽거나 하지는 않다. 각자 집안마다 상황과 사정이 다른 거니까.
(아! 부럽다고 느낀 적이 있긴 하다. 유튜버 해쭈)
아무튼, 저 멘트를 들으면서 짧은 순간에 나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하는 고민을 해봤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그래서 매 순간을 소중하고 행복하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에 비해 나의 세상은 그렇게 여행 같지도 않고 오히려 위태로울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재미를 느끼는 순간도 있지만, 성격상 아주 안정된 상황과 환경에 놓여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편으론 갖고 있다.
삶이 한번뿐이라는 게 아깝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두 가지 상황과 환경 속에 놓여 두 번의 생을 살 수 있다면 나는 세상을 비교적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요즘 날씨가 흐려서 더 회색빛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어디에 도착하기 위해 1평 정도 되는 작은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생각해 보면 우린 사소한 일에도 결과치를 정해놓듯 매 순간, 목적지에 도착하고 새로운 목적지를 설정하고 떠나고를 반복하는 것 같다. 그렇게 방황 아닌 방랑을 하는 것이 인생인가?
서로 가는 목적지는 다르겠지만 기차에서 들었던 멘트처럼
너도, 나도 목적지까지 안녕히 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