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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립 Jan 20. 2020

[술터디 넷째날] 블러디 메리: 여성 유령

[술터디 넷째날] 블러디 메리: 여성 유령     


제가 칵테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한 맛이 섞여서 새로운 맛과 향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재료를 섞는 과정에서 마시게 될 사람만을 오롯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개별 존재를 존중하되 포용까지 하는 칵테일 같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술터디 째날 시작합니다.     



# 블러디 메리     


블러디 메리


블러디 메리 레시피


하이볼글라스에 우스터셔 소스, 타바스코 소스, 소금, 후추를 넣고 잘 섞습니다. 글라스에 각얼음을 채우고 보드카를 넣고, 토마토 주스로 글라스의 80%를 채우고 잘 젓습니다. 그리고 레몬슬라이스나 샐러리로 장식하면 끝! 토마토가 들어가 있어서 위를 편안하게 만들기 때문에 해장술로도 많이 마십니다.

     

블러디 메리는 이름 그대로 ‘피’에서 이름이 나왔습니다. 실제 색깔도 토마토 주스가 들어있어 붉고, 300명에 달하는 신교도를 처형한 영국의 메리 1세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합니다. 메리 1세는 1553년부터 1558년 영국을 통치했고, 헨리 8세의 딸이기도 합니다. 헨리 8세는 여섯 명의 부인을 뒀습니다. 메리 1세는 첫 번째 부인 캐서린과의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메리 1세 외에 다른 자녀들이 모두 사망하자 헨리 8세는 후계가 걱정된다며 캐서린의 시녀 앤 불린과 관계를 갖습니다. 앤은 임신을 하고, 자신은 정부는 하지 않는다며 이혼을 요구합니다.     


당시 영국은 가톨릭 국가였고, 첫 번째 부인 캐서린은 교황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신성 로마제국 카를 5세의 이모였습니다. 친인척이라는 관계 때문인지 교황은 캐서린과 헨리 8세의 이혼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헨리 8세는 교황의 결정에 불만을 표했고, 자신과 캐서린의 결혼이 불법이라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신학자들의 견해를 공포했습니다. 그리고 영국 국교회를 설립하며 종교개혁을 단행합니다.     


캐서린은 이혼을 거부하다 암으로 사망합니다. 캐서린은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만이 영국의 정통성 있는 왕비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유일한 혈육 메리에게 에스파냐의 유명한 교육가 등을 섭외하여 양질의 교육을 시켰고 구교 신앙을 지키게 했습니다. 메리는 후일 메리 1세로 즉위한 뒤 영국에서 로마 가톨릭을 부활시키고 어머니를 폐비시킨 신교 세력을 응징하는 정책을 펴게 됩니다. 그래서 ‘블러디’라는 이름이 붙게 됐습니다.



         


# 유령, 블러디 메리     

블러디 메리는 유령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깜깜한 욕실 거울 앞에서 ‘블러디 메리’를 세 번 부르면 유령이 나타나는데 이 유령이 자신의 이름을 부른 사람의 눈을 뽑거나, 거울 속으로 데려가거나 목을 할퀴는 등의 방법으로 죽인다는 괴담이 있습니다. 일본에도 비슷한 종류의 괴담이 있는데요, ‘블러디 메리, 내가 네 아기를 죽였어’라고 말하면 유령이 나타나 보복을 한다는 것입니다. 메리라는 여성이 가난으로 거울을 살 돈이 없어 매일 가게 유리창을 거울처럼 바라보다가 아이를 잃어버리고, 그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에 대한 복수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괴담 속 유령은 여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은 항상 ‘신비한 무언가’의 위치에 있던 만큼 쉽게 괴담으로 만들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신비함’이라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동등한 사람이 아니라 ‘정상이 아닌 상태’를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요정, 자연현상을 신비하게 여기지만 친숙하고,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생리, 임신, 출산처럼 여성이 겪는 일들은 보통과 다른, 이상함으로 여겨져서 격리되거나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됐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지 않는 여성은 이런 ‘보통’의 상태보다 더 열등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죠.     


그래서 사람들은 생리, 임신, 출산의 과정에 있는 여성들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되면 한을 품고 유령이 된다고 믿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한을 품고 죽은 남성 유령을 보기는 어렵죠. 한국에는 결혼을 하지 못 하고 죽은 ‘몽달귀신’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억울한 것은 ‘여성’이라는 대상을 찾지 못해서 인 것이죠. 어쨌든 억울함에 여성이 항상 엮여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신성시 되거나, 동등하지 않은 무언가가 되지 않고 똑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며, 곧또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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