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마음에 샬롬이 가득하길 기도할게
주일 아침, 아빠가 아무도 모르게 나를 깨웠다.
그리고선 장난스럽게 말을 거셨다.
"딸, 자지 말고 일어나 봐~"
"왜, 아빠? 이제 교회 가려고?"
아빠는 차마 내 눈은 마주치지도 못한 채 창문 쪽을 바라보시며 대답하셨다.
"아빠를 위해 기도해 줘. 아빠 마음에 평안이 있기를."
"아빠, 잠 못 잤어? 걱정돼서?"
"응. 아빠도 걱정 안 하고 싶은데 성격이 그러질 못해서..."
"에이, 아빠 뭘 걱정을 하고 그래~ 다 괜찮다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애써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대답한 덕분인지... 아빠도 웃으면서 교회로 가셨다. 나는 우리 아빠 성격을 너무 잘 안다. 하드웨어는 엄마를 닮았다면, 소프트웨어는 완벽하게 아빠를 닮았기 때문. 내 성향과 성격은 모두 아빠에게서 왔다. 그래서 나는 아빠가 마음이 불안할 때 어떤 심정일지 너무 잘 안다. 밤새 뒤척이셨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래서 나도 기도할 때마다 아빠 생각이 나서 그렇게 눈물이 난다. 우리 아빠가 그동안 하나님을 위해 헌신했던 순간들을 기억해 주셔서 제발 우리 아빠 마음고생 없게 해달라고, 어리광을 부리면서 기도하는 요즘이다. 정말이지, 하나님께 떼를 쓰고 있다. 차라리 제 앞길이 막혀도 좋으니, 제 마음이 고통스러워도 좋으니 아빠 마음만큼은 평안하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내가 뭐라고 아빠의 헌신에 대해 나름 자신이 있었다. 아빠는 하나님께 단 한 번도 재정을 아끼신 적이 없었다. 어려운 중에도 늘 십일조를 드렸고,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사업이 망해가고 있을 때, 그리고 식당 운영이 잘 안 되고 있을 때조차도 하나님을 원망하신 적 없었다. 심지어는 하나님께서 마음에 감동을 주시면 적금을 깨서 이웃을 위해 흘려보내시기까지 하셨다. 하나님께 드리는 거라면 한 번도 계산하신 적이 없던 분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 있었다. 하나님께서 아빠를 책임지실 거라고. 말씀에도 분명히 하나님께서 약속하셨다.
히브리서 6:10
하나님은 불의하지 아니하여 너희의 행위와 그 이름을 위하여 나타낸 사랑의 수고를 잊지 아니하시리니, 너희가 성도를 섬긴 일을 여전히 섬기고 있느니라.
마태복음 10:42
누구든지 제자에게 차 한 잔의 물이라도 주는 자는 진실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의 상을 놓치지 아니하고 반드시 받으리라.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주님을 위해 한 모든 수고와 헌신을 잊지 않으시며, 반드시 보상하실 것임을 약속하셨다. 우리의 선한 행동을 기억하시고 그것에 대해 책임지시고 축복하신다. 그리고 우리의 작은 헌신과 섬김도 기억하셔서 그에 대해 반드시 보상해 주시는 분이다.
그래서 나는 아빠의 삶이 곧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지금도 그 믿음과 기대는 여전하다. 나는 하나님의 약속을 분명히 믿는다. 다만 하나님께서 이 시간을 아빠에게 허락하신 이유에 대해선 기도가 필요했다. 그리고 진주를 떠올리게 하셨다.
진주는 고통과 아픔을 겪어야만 비로소 만들어진다. 작은 모래 알갱이 하나가 조개 속으로 들어가 조개의 연한 조직과 마찰하면 상처가 생긴다. 조개는 그 상처를 감싸기 위해 딱딱한 물질을 분비한다. 이렇게 해서 이 물질은 마침내 아름다운 보석 가운데 하나인 진주가 된다. 사실 상처가 심할수록 진주는 더 가치가 있다.
진주를 만들어 내는 조개처럼 아빠는 인생 항로의 '빚'이라는 어려움과 직면했다. 하나님께서 아빠 인생에 이런 모래 알갱이들을 두신 것은, 아빠 안에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야고보서 1:2~4
내 형제들이여, 여러 가지 시험을 만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십시오. 여러분이 알다시피 여러분의 믿음의 연단은 인내를 이룹니다. 인내를 온전히 이루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이 온전하고 성숙하게 돼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기도와 찬양, 인내, 그리고 감사다.
기도하면 찾으신 방법을 알려주신다.
찬양하면 세우신 계획을 시작하신다.
포기하지 않으면 끝까지 도와주신다.
감사하면 그때를 이때로 당겨주신다.
아빠, 지금 이 시간은 하나님께서 아빠 인생에 잠시 모래 알갱이를 던지신 것 같아. 진주를 만드시려고. 지금은 그 알갱이가 너무 큰 산처럼 느껴진다, 그치? 너무 커서 우리 앞을 가로막은 것 같고 사방이 막힌 것만 같아. 아빠! 지금 이 문제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고 해도, 아빠는 절대 걸려 넘어지지 않을 거야. 작은 알갱이에 불과하니까. 아무도 산에 걸려 넘어지지 않아. 우리를 휘청이게 하는 건 모두 작은 알갱이, 조약돌일 뿐이야. 우리 앞에 놓여있는 이 모든 돌을 지나가보자. 어느 날 뒤돌아봤을 때 산을 넘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날이 올 거야. 혹시 하나님께서 돌이 아니라 산을 두신 것일지라도, 우리가 그 산을 넘을 수 있도록 평지로 만들어 주실 분이라는 걸 나는 믿어. 아빠, 그러니까 오늘 밤에는 푹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