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바라보면 멋진 그림이 그려지고 있을 거야.
10억 이라는 빚. 누군가한테는 평범한 수치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머릿속으로 그려지지도 않는 액수였다.
우리에겐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 번째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상가를 경매로 넘기는 것. 주변 상가 주인들이 이미 이 방법을 선택했고, 우리도 눈앞의 빚을 없애려면 같은 길을 가야 했다. 그러나 부모님 중 한 분이 신용불량자가 되면 은행 거래가 막히고, 신용카드 사용도 불가능해지며, 직업 특성상 일을 그만두셔야 한다.
두 번째는 10억 원의 대출 이자, 약 월 500만 원을 감당하며 두 배로 일해서 빚을 갚아나가는 것. 이걸 언제까지 갚으며 살아야 할지 감도 안 잡히고 당장 500만 원 정도의 고정 지출이 생긴다는 것은 꽤 큰 부담이긴 했다.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뭐가 됐든 막막한 건 매한가지였다. 이 모든 상황보다 더 신경 쓰였던 건 아빠의 마음이었다. 자식들한테 손 벌리지 않고 노후를 더 잘 준비하시려고, 그리고 자식들 결혼 보낼 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준비하신 걸 텐데.
아빠는 "너희 결혼 보낼 때 집 하나씩은 해주고 싶었는데... 이제 그게 안 돼서..."라는 말씀만 반복하셨다. 그 말을 듣는 내 속은 더 찢겼다. 아빠... 나는 이미 충분해요.
그리고 아빠는 무엇보다 당신 탓을 하셨다. 아빠 욕심 때문에 하나님께서 징계하시는 것 같다고. 그래서 아빠는 그 죄책감과 막막함에 요 며칠 잠도 잘 못 주무셨다.
주말에 이 문제를 두고 가족회의를 열었다. 두 가지 방안 중에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고민한 내용을 나누는 자리였다. 사실 나는 당연히 신용불량자가 되더라도 일단 10억 원의 빚을 없애는 방향인 첫 번째 방안을 선택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두 번째 방법을 택하시겠다고 하셨다.
"엄마 아빠가 두 배로 일해서 이자 제대로 갚으면서 살아볼게. 너희는 이제 너무 마음 쓰지 마라."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해? 근데 왜 이런 결정을 내렸어?"
"아빠의 선택으로 생긴 빚인데 우리 편하자고 나 몰라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하나님 앞에 정직하지 못한 것 같고... 우리가 책임질 건 책임져야 하는 게 하나님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
우리 부모님의 믿음은 날 다시 한번 더 놀라게 했다. 우리 가정이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바로 부모님의 믿음 덕분이다. 하나님께서는 그 믿음을 보시고 우리 가정을 책임지셨고, 무엇보다 나와 내 동생을 전적으로 키워주셨다고 믿는다.
"맞아, 아빠. 우리 그렇게 살아보자. 지금 그 결단 지켜보자! 하나님께서 이 일을 어떻게 풀어가실지, 혹은 말도 안 되는 기적을 베푸실 수도 있잖아? 기대하는 마음 가져보자!"
"근데... 결단은 했는데 아직도 왔다 갔다 해. 뭐가 맞는 건지. 막상 현실을 보면 너무 막막하니까..." 아빠의 표정이 어둡다.
"아빠, 절대 지금 무너지거나 넘어졌다고 생각하지 마. 혹시 넘어진 게 맞더라도 도미노라고 생각해. 옆에서 보면 다 쓰러진 것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보면 그림이잖아. 하나님의 시선으로 보면 지금 이 상황도 하나의 그림이 되고 있는 과정일지도 몰라."
아빠가 힘이 나셨는지 피식 웃으셨다.
아빠, 지금처럼 웃으면서 견디면 돼. 문제보다 크신 하나님을 찬양하자!
혹시 우리가 지금 잘못된 선택으로 도미노가 무너진 거라면, 그 조각 하나님께서 다시 세우실 거야. 누가 뭐래도 아빠는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