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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하루아침에 10억의 빚이 생겼다.

아빠,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by 킴스토리

여느 때처럼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딸, 5월에 여행 가는 걸 취소하면 네가 물어야 할 위약금이 어느 정도니?”

“왜? 아빠 못 갈 것 같아?”

“상황이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뭔가 불길했다. 그 여행은 아빠 환갑 기념으로 예약해 둔 여행이었다. 그리고 웬만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3개월 뒤의 일정을 취소하실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유를 여쭤봤다. 무슨 일 있는 거냐고. 아빠는 쉽게 말씀을 못하셨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 집에 오면 이야기하자고 하셨다. 심상치 않은 일이 있는 것 같아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술술 말씀해 주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집에 빚이 생겼다. 그것도 10억이라는 큰 빚.


2년 전쯤이었나. 아빠는 테니스 모임에서 알게 된 지인을 통해 한 상가를 소개받았다. 가격은 약 10억 원. 큰 편의점이 입점할 예정이었고, 주변 상권도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터라 장래가 밝아 보였다. 가산디지털단지처럼 수많은 회사가 들어올 예정이니 편의점 장사가 잘될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렇게 아빠는 대출을 받아 상가를 매입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상권은 활성화되기는커녕 완전히 죽어버렸다. 입점했던 편의점은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철수를 결정했고, 보증금 1억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이미 주변 상가들은 줄줄이 경매로 넘어가고 있었다.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건물주들도 속출했다. 우리 상가 역시 세입자는커녕 매수인조차 찾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 게다가 불과 2년 전 10억 원에 거래되던 상가들이 현재는 2~3억 원으로 폭락해 있었다. 손해도 이런 손해가 없다.


대충 이야기를 듣고 나는 속이 상해서 화를 냈다.


“아빠한테 그 상가 소개시켜 준 인간은 뭐래? 그 인간 뭐야 진짜! 우리 이용해서 본인 이득만 챙긴 거잖아!”


엄마는 그 사람이 우리 뒤통수를 친 건 맞지만, 어쨌든 선택은 아빠가 한 것이니 그 사람 탓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럼 우리 이제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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