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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

by 킴스토리

미운 7세.


교회 유치부에 미운 7세에 돌입한 남자아이가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7세가 된 순간부터 유치부를 지루해했다. 이 아이의 일상을 보면, 유치부가 충분히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했다. 예쁘장한 외모에 또래와는 다른 분위기를 지녀서, 아주 어릴 때부터 아역배우 활동을 했다. 그러다 보니 늘 자신보다 형, 누나, 어른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모양이다. 카메라 앞에서 화려함만 경험하다가, 유치부에 와서 율동하고 작은 활동들을 하려니 이 아이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유치'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교회에 오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구석에서 멍 때리거나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그런 아이의 모습에 신앙이 자리잡지 못할까 걱정하시며 배우 활동을 그만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큰 고민에 빠지셨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가 집에서 자꾸 귀신이 나오는 자극적인 영상, 활동만 찾는다고 하셨다. 심지어 어디서 나쁜 말을 배워와서 해서는 안 될 말들도 내뱉었다고.


지난 주일, 찬양인도를 하는데 이 아이가 신나 보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예배에 방해가 될 정도로 신이 나있었다. 내가 뱉는 모든 말에 반대로 대답했다.


"얘들아, 찬양의 가사처럼 예수님의 마음으로 옆에 있는 친구를 바라보니까 어때요? 너무 사랑스럽지 않아?"

"않아!"


이 아이의 이런 장난은 가벼운 주의만 주고 넘어가 줄 수 있었다. 6-7세 남자아이들에게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청개구리 화법이라 익숙했다. 찬양을 하는 20분 내내 이 아이는 내 말에 반대로 대답했다. 손으로 하트 모양을 하는 율동에서는 손으로 엑스 표시를 만들어 반대로 율동했다. 문제는 마지막 찬양하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이 아이가 한숨을 푹 쉬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 진짜 교회 오기 싫다..."


이 말은 순간 내 마음을 깊게 건드렸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말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 말을 주변아이들이 다 들어버려서, 아이들도 힐끔힐끔 그 아이를 쳐다봤다. 예배의 흐름이 끊기고 방해가 된 것만큼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찬양을 모두 마치고 그 아이에게 따로 나오라고 불렀다. 그때부터 아이는 겁에 질려 싫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생각보다 무거웠던 7세 남자아이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서 성전 뒤편으로 갔다.


왜 교회 오기 싫다고 했는지 묻자 아이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의 그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그래도 가르칠 건 가르쳐야 했다.


"그 말 **이 진심이야?" 아이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치, 진심 아니지? 그런데 왜 그런 말 했어. 선생님은 앞에서 찬양할 때 **이가 열심히 해주면 너무 행복해. 그런데 **이가 선생님 말에 자꾸 반대로 대답하고, 교회 오기 싫다고 해서 선생님 너무 슬펐어. 그리고 그런 말은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기뻐하시는 말이 아니야. 선생님은 **이가 너무 잘하는 친구인 거 알아서 이야기하는 거야. 잘할 수 있지?"


내 말을 잠잠히 듣고 고개를 겨우 끄덕인 아이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나는 아이를 안아줬다. 그리고 등을 토닥여주고 자리로 돌려보냈다. 예배를 드리는 내내 내 눈은 그 아이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그 아이 뒷모습만 보였다. 혹시 나 때문에 위축된 것은 아닐지, 아직도 겁에 질려서 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진 않을지, 혼나서 기분이 많이 상했으면 어쩌지 계속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기도시간에 그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고 기도해 줬다. 아이는 순간 놀랐지만 눈을 감고 내 품에서 내 기도소리를 들으며 같이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문득 예수님의 마음이 이런 건가 싶었다. 예수님께서도 우리를 혼내실 때가 있다. 잘못된 길로 빠진 우리를 향해 사랑의 매를 들어 바른 길로 다시 돌이켜 주신다. 혼나는 내 입장에서는 그 매가 너무 아프다. 하지만 혼내는 예수님의 마음은 더 아프고 찢긴다. 그리고 내가 그 아이만 바라봤던 것처럼, 예수님도 나만 바라보신다. 계속 마음에 나를 담아두신다. 지금 내 마음이 어떨지, 여전히 상처가 남아있는지, 내 기분을 살피시고 신경 써주신다. 그리고 나를 품에 안으시고 다독여주신다. 상처가 다 아물 때까지.


아주 예전에 아빠가 남동생에게 매를 드신 적이 있다. 손바닥을 몇 대 맞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린 남동생의 피부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아빠는 그날 밤 남동생이 잘 때 조용히 방에 들어오셨다. 그리고 훌쩍이시며 남동생 손바닥에 연고를 발라주셨다. 나는 자는 척을 하고 있었지만 그 장면을 다 지켜봤다.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때 나는 '아빠는 우실 거면서 왜 동생을 저렇게 엄하게 혼내신 걸까?'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빠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아직 나는 부모가 되어 본 적은 없어서 전부를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아빠도 그때 하나님의 마음을 배우시지 않았을까? 사랑의 매는 맞는 손보다, 그것을 들어야만 하는 마음이 더 아픈 법이다. 매를 드는 손보다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마음이 더 무겁다. 아빠도 그랬고, 나도 그랬다. 그리고 예수님도 그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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