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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이 있어

글 쓰기 시작한 이유

by 킴스토리

최근에 결혼한 친한 오빠가 이런 말을 했다.


“이제 내 인생에 남은 건 사망뿐”


다소 과격하게 들릴 수 있지만, 속뜻은 이렇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넘어야 할 큰 산이자 숙제인 결혼을 했으니 이제 남은 큰 숙제는 죽음뿐이라는 말이다. 옆에서 이 말을 들은 아내 되는 언니는 “아이는 여자 혼자 낳지?”라며 장난스럽게 오빠를 나무랐다. 우스갯소리였지만 이 부부의 대화는 나름의 인사이트가 있었다. 인생에서 꼭 해결해야 할, 그리고 잘 끝내야만 하는 큰 숙제들이 있다면 역시 결혼과 자녀의 출생, 그리고 부모 된 나의 사망이지 않을까. 결혼도 좋은 사람과 잘해야 하고, 자녀도 잘 낳아야 하며, 인생의 마지막 순간 우리는 잘 죽어야 한다. 그 누구도 이 세 가지를 흘러가듯이 그냥 하는 법이 없다. 생각해 보면 이 세 가지는 숙제라기보단 인생의 전환점이자 한 번뿐인 계기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이 세 가지만 바라보고 살아가기에도 벅찬데, 우리는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태생이 긁어 부스럼이라 굳이 안 해도 되는 걱정을 달고 살았다. 문제에 쉽게 매이고, 감정에 묶였던 수많은 경험이 나를 힘들게 했지만, 덕분에 나의 자산과 같은 문장들을 모을 수 있었다.


나를 위해 모은 문장들이었는데, 어느새 그 문장들로 내 주변을 살리고 있었다. 틈만 나면 나는 ‘이런 말이 있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상황, 마음의 상태에 맞는 문장을 말해주곤 했다. 감사한 것은, 내 곁에 머물러주는 이들이 전부 좋은 사람들뿐이라 내가 문장을 말할 때 단 한 번도 내 말을 끊어낸 적이 없었다. 늘 들어주고 공감해 주었다. 그리고 고마워했다.


그들이 내 문장을 진심으로 들어준 만큼, 나도 문장을 가볍게 뱉은 적은 없었다. 마음이 상한 자를 고쳐줄 만한 문장, 죽어가는 마음을 살리는 문장, 자신감을 잃은 자에게 용기와 사랑을 주는 문장을 고르고 골라서 건넨 문장이었다. 그리고 전부 내 진심이었다. 문장이 와닿지 않아도 내 진심만큼을 알아주기를 바랐다.


칭찬 없는 사회,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그래서 몇몇 사람은 내가 전해주는 문장을 낯간지럽게 여기곤 했다. 하지만 듣는 그 순간에는 어색하지만, 언젠가 꼭 필요한 순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문장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글을 쓰게 된 이유도 그렇다. 내 글에는 그동안 나의 다짐들, 취업을 준비하며 썼던 일기, 혹은 사색을 즐기며 기록해 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대단한 필력은 아니지만, 그동안 나를 위로해 주었던 문장들, 누군가를 살려주었던 문장들을 마음 편히 읽어보기를 바란다. 이곳에 기록된 수많은 문장 중 한 문장이라도 마음에 위로가 된다면, 그리고 그 문장을 기억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흘려보내는 그대가 된다면,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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