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발견하는 과정
인간에게 자기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 생각은 아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하게 된 생각이다.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엔 나의 존재는 사회에서 꽤 뚜렷했지만, 정작 스스로 인지하는 자신은 흐리고 희미했다. 누군가의 구미에 맞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살던 시절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소위 예술을 하면서부터는 상황이 급변했다. 아니 사실은 그림을 그리기 전,
글 쓰는 것에 진심일 때에도 다소 그렇긴 했다.
나는 나를 발견하기 위해 애썼고, 작품에 나를 담기 위해 애썼다. 늘 뒤에 서는 걸 좋아하면서, 작품 안에서 만큼은 최선을 다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한다. 전면에 대놓고 드러내고자 한다.
추상화가 잭슨 폴록이 했던 말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훌륭한 예술가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그린다."
이렇게 어떤 분야에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은 뼈를 때리다 못해 전신 골절상을 입을 정도의 핵심을 툭 내뱉곤 한다. 그런 말들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요즘 나의 작품에 담고 있는 나의 모습은
어떤 존재로부터 체온을 나눔 받는 쓸쓸한 인간의 모습이다. 그 존재는 나무이거나 햇살, 여자이거나 남자, 고양이이거나 강아지이기도 하다. 크고 작은 따뜻한 존재로부터 온기를 전해받은 나는 충만하고 생기가 돈다.
물 한 모금 꿀꺽(!)소리를 내며 삼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생긴다.
꿀-꺽, 삼킨 후 입가를 닦으며 내뱉는 기쁜 숨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 주제가 될 것 같다.
*그림의 무단 도용, 불펌을 금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