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남은 시간
늙은 고양이의 아몬드 같은 눈을 들여다본다.
우린 앞으로 며칠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제주와 서울. 인간과 고양이 사이에 놓이기엔 너무 먼 거리. 본가에 오면 가장 먼저 나를 반겨주는 나의 첫째 고양이. 이 아이는 여러 사정으로 부모님 댁에 살고 있다. 언제부턴가 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계산하게 된다. 장수하는 고양이 기준 평균수명이 16~18년 정도니까 너에게 남은 시간이 4~5년이라 치고, 내가 1년에 부모님 댁을 3~4회 정도 가고, 가서도 집에 있는 시간은 몇 시간 되지 않으니 그걸 다 합쳐봐야..(한숨)
그럼 지금처럼 이렇게 가까이에서 얼굴 맞대고 볼 수 있는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자주 숨이 턱 막힌다. 목구멍에 커다란 헤어볼이 걸리는 느낌이다. 넌 여전히 아기 고양이 같은데.
안타깝고 애달픈 나의 마음을 알까
그리고 돌아앉아 부모님의 눈을 보는데
날 바라보는 당신들의 눈빛 속에
비슷한 류의 감정이 서려있다
사랑하는 존재를 1초라도 더 눈에 담으려는
그 집중력, 애틋함.
안타깝고 애달픈 마음은
서로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