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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주 Feb 21. 2023

묘연

You raise me up baby

묘연(猫緣)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행방이 묘연하다 할 때 묘연 말고, 드디어 내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말하는

묘猫 연緣


우린 수천수만 가지의 이유로 웬만하면 마주칠 일이 없는 사이인데 그보다 더 진한 우연이 쌓이고 쌓여 결국 만나고 말았다. 이 경이로운 일에 연緣을 붙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종종 너의 그 말갛고 예쁜 눈을 바라볼 때,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널 처음 발견했던 순간도, 이끌리듯 다가갔던 내 발걸음도, 늦은 밤 곤히 잠든 네 숨소리도 무엇 하나 당연하지 않다. 구멍이 숭숭 뚫려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던 내 안의 둥지가 뭉근한 무언가로 메워지고 있다. 꿈, 희망 같은 걸 다시 품어보고 싶어 진다.


네가 날 안아주었기에 반대로 널 안아줄 힘이 생겼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생인데, 보드라운 널 안을 때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보너스로 생긴다. 내게 이런 의욕이 아직 남아있었구나 새삼 놀랍다. 어떤 존재를 향한 순도 100의 이타심.

그런 걸 가질 수 있어 다행이다.

내 안에 아직 그런 것이 남아있어 다행이다.


묘연 _ oilpastel on paper, 21x30cm, 2022 by 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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