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실시간, 자극

by 홍예준

나만의 것을 기획하고, 표현하고, 프로모션 하고, 즐기고 싶다. 그렇지만 주변에 예술인 친구는 별로 없고, 그 탓에 무언가 해보려 해도 남의 시선을 스스로 만들고 움츠려 들게 된다. 사실 변명이고, 그냥 겁먹은 게 맞다. 예술이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엄숙하고 어려운 느낌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보통은 최종 결과물로만 사람들과 만나게 되니 더 그런 것 같다.

어제는 군대 훈련소에서 친해졌던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 거의 3년 만이다. 영상 디자인을 전공하는 친구가 학회 연합 전시에 참여했다는데, 마침 가까운 곳에서 진행하길래 보러 가기로 했고, 랩을 좋아하고 꾸준히 작업을 하는 형도 같이 보기로 한 거다. 빈 손으로 가기 좀 뭐해서 두쫀쿠를 사들고 갔다. 전시는 영상디자인, 패션디자인, 커뮤니케이션디자인, 산업디자인이 한데 모여 선보이고 있었다. 친구의 러프한 손그림 애니메이션을 너무 재밌게 봤고, 다른 3D 작업물들이나 패션, 일러스트 굿즈 등도 좋게 봤다.

다 둘러보고서는 밥을 먹으러 나섰다. 한참을 어디 갈지 고민하다 그냥 지나가다 발견한 중식당으로 들어갔다. 가볍게 술도 걸치고, 그땐 그랬고 근황은 어땠고 연애가 어떻고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다 형은 자기가 작업한 음악에 그림체가 어울릴 것 같다며 영상 작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음악을 들려주었고, 친구는 재밌을 것 같다며 수락했다. 그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나도 신나서 군대에서 가볍게 만들었던 트랙을 들려주고 피드백을 받았다.

마파두부를 배불리 먹고 나와서는 코인노래방에 갔다. 랩 잘하는 사람이랑 같이 가는 게 너무 기대됐다. 나도 혼자 힙합이랑 알앤비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어서, 내심 인정받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아니, 형은 랩을 진짜 진짜 잘했다. 발음을 찰지게 뱉으면서도 안정감을 유지하는 게 멋있었다. 발성이 정말 시원해서 듣는 내내 즐거웠다. 내가 부르는 것도 형이 즐겨줘서 기뻤다.

평소에는 하지 못했고 궁금했던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다. 형은 녹음하고 싶으면 찾아오랬다. 친구는 작업할 게 생겨서 설레보였다. 나는 여러모로 자극을 받았고, 어떠한 확신을 얻은 하루였던 것 같다.


2/4@ 2/5@ 2/6@ 2/7@ (+*)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7화감정, 소통,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