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
대학교 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라는 책을 매우 감명깊게 읽었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한다. 라는 구절이 참 와닿았었다.
내 자신이 주어진 역할을 잘 감당해오면서 커왔는데,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게 아니라 그냥 주어진걸, 남이 나에게 바라는걸 하면서 살아왔구나. 내 안의 새는 아직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고, 나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방황도 하고, 일탈도 해보고, 항상 내 자신에게 나는 뭘 좋아하는거지? 난 어떤 사람이지? 내 마음의 소리는 뭐지? 라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며.. 하지만 아직도 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고, 뭘 원하면서 사는지도 모르겠어서. 그래서 참 답답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번 르완다 여행에서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찾고 싶었던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내 마음의 소리도 딱히 존재하지 않고, 굳이 있다면 식욕 등 생존에 관련된 본능만 있을뿐인 것 같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게 뭐지? 찾아갈 여정을 나서기엔, 분명히 여정이 다 끝나도 못찾거나 찾았다고 생각한게 금세 바뀔테니,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거겠다. 그렇다면 나를 찾으려는 노력을 통해 나를 점점 더 알아감으로써 강한 고체 같은 사람이 되기 보다, 주어진 상황이 어느것이든간에 이런 상황에도 저런 상황에도 잘 변형되서 적응할 수 있는 액체와 같은 사람이 되는게 낫겠다.
내가 정말 좋아한는 책이었던 데미안.. 싱클레어의 알을 깨고 나올 새 따위는 없었던 거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이번 여행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18. 06. 17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