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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별 Oct 28. 2018

내가 처음 만난 작가님, 작가님



내가 편집자로 일을 하게 되면서 가장 꿈꿔왔던 일은 바로 '작가님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일단 끈기가 부족해서 글을 끝맺지 못하는 나로서는 모든 작가님들이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입 편집자가 작가를 만날 일은 거의 없었다. 특히 내 경우 주업무가 기획보단 교정교열 쪽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랬던 내가 처음 만난 작가님. SNS에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그분은 막 우리 출판사에서 세 번째 에세이를 출간한 젊은 작가분이었다.

원래는 파릇파릇 신입 편집자에 불과한 내가 만날 일이 없었을 테지만, 출간 이후 한 달이 지나고 슬슬 떨어져 가는 판매율을 다시 끌어 올리기 위해 사인회를 연 덕에 얻게 된 기회였다. 편집자로서는 작가님을 처음 만나는 날. 사인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날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던 것 같다.


사인회 당일, 주말 출근이 무색하게 설레는 마음으로 서점을 향해 갔다. 그곳에서도 정신없이 사인회를 준비하면서 혹시 작가님이 오시진 않았을까 틈틈이 주변을 둘러봤다.

준비가 거의 마무리 되고, 사인회를 앞둔 어느 타이밍. 문득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친 순간 번뜩 생각이 들었다.

'헉, 작가님이다.'

얼굴도 몰랐고, 그가 아직 이렇다 할 액션을 취한 것도 아님에도 왜인지 우리 작가님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딱 봐도 작가 같은 포스'가 흐르고 있었달까.

나는 사인회 스태프가 아닌 한 명의 독자처럼 동경을 담아 작가님을 바라봤다.




두 시간 정도의 사인회가 끝나고, 이제야 겨우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눌 시간이 찾아왔다. 그나마도 짧은 타이밍이었지만 작가님은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먼저 악수를 청해오셨다.


"고생하셨습니다. 저 때문에 주말인데 일하시고 어떡해요..."


작가님은 정말 미안하다는 듯 멋쩍게 말씀하셨다. 사실 누차 말했듯 나는 들뜨고 신난 기분이 더 컸는데, 구구절절 말하긴 뭐해서 그냥 괜찮다고 웃어 보였다.




이후 지방에서 사인회가 열려 작가님을 다시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작가님은 나와 대리님도 대구에 함께 가는 줄 모르고 계셨던 모양이다. 서울역에서 출판사 대표님과 나란히 커피를 들고 걸어 오시다가 나와 대리님을 발견하곤 엄청 놀라시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거의 울 지경으로 "왜 다른 분들도 오신다고 말씀 안 해주셨어요...! 오시는 줄 알았으면 커피도 다 사왔을 텐데... 어떡해, 죄송해요..." 하시며 거의 대표님 어깨에 매달릴 만큼 안절부절 못하셨다. 나는 그런 작가님을 보며 생각했다.

'이 분 성격 정말 좋으시네.'


여기서 잠깐, 언젠가 실장님이 하셨던 말씀 한 마디.

"SNS에서 잘 나가는 작가들은 어느 정도 선이 있어. 올라갈 수 있는 선이. 나는 그 이후에 더 치고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인성'이라고 생각해. 요즘은 작가들도 인성이 중요하거든."

나는 실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가' 정도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SNS에서는 누구든 친절하게 말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그 말을 돌이켜 보면 왠지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런 작가님이 SNS에서 가공할 인기를 자랑하고 있으니, 치고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인성'이라는 것도 맞는 말 아닌가.

앞으로도 잘 됐으면 하는 우리 작가님.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잘 풀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또 만나게 될 다른 작가님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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