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것도, 뭉툭한 마음을 내어준 내 잘못이겠지
알면서도 반복하는 실수가 있다. 다를 거라 기대하며 다가갔지만 결국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고개를 숙이고 마는. 아닐 거라 부정하면서도 결국 내가 너로 인해 울고 말겠구나를 직감하고 끝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그날도 그랬다. 눈빛이 달랐고, 말투가 달랐고, 매일 헤어짐이 아쉬워 내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던 네가 먼저 등을 보인 그날. 내가 버거울 정도로 날 사랑해 주던 네가 이제는 내 마음을 버거워 하는 게 느껴진 그 순간, 결국 뒤돌아 눈물을 삼켰다. 너도 다르지 않구나. 다를 거란 희망에 애써 마음을 열었건만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처럼 결국 너도 내게서 떨어지고 마는구나.
내일은 조금 다를까. 단지 최근 너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랬던 것뿐일까. 스스로를 자위하는 나날들이 반복될수록 너의 눈을 피하게 된다. 눈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너의 공허한 눈빛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난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요즘 들어 일이 많다며, 몸이 안 좋다며 혼자 있는 시간을 기어코 만들고야 만다.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네 마음이 너무나 잘 읽혀서, 쓸데없이 눈치가 빠른 내가 너무 싫어서, 그리고 이런 날 알면서도 비어 있는 마음을 감추지 않는 네가 너무 미워서.
널 만나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 생각했고, 네게 부끄럽지 않은 연인이 되고 싶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마 네 가벼운 마음에 뭉툭한 마음을 내어준 내 잘못이겠지. 그래. 내 잘못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