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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지 못해, 못내 끊어버렸다

얽히다 끝내 엉켜버린 너에게

by 김예람

머릿속이 어지럽게 얽혀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 그럴 때,

당신은 이 실타래를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다정한 말 한마디에 꼬인 부분이 제자리를 찾고, 금방이라도 난 이걸 풀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으니까.

막막함은 지워지고 머릿속이 명쾌해졌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런 당신이 내 엉킨 실타래가 됐다.

어디서부터 엉킨 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데, 풀려고 노력할수록 점점 엉켜만 갔다.


무서웠다.

내 엉킨 실타래를 풀어준 당신이 어지러이 엉켜버리다니.

날이 선 마음으로 실타래를 헤집다 깨달았다.

이건 잘라내야만 풀 수 있단 걸.

달달 떨리는 손으로 힘겹게 가위를 집어 들었다.

첫 만남을 자르고

함께 나눈 숨을 자르고

지새운 밤을 자르고

마지막으로 당신의 뒷모습을 잘라냈다.


단 한 가닥의 연도 남지 않았으니

미련 한 올 없이 뒤돌길 바란다.


잘려 나간 실 조각을 치우는데

한세월 걸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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