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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함성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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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Mar 15. 2023

노래하는 딱정벌레들

나는야 비틀매니아

 가장 좋아하는 밴드를 물어본다면 지체 없이 비틀즈라 말한다.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꾼 밴드이며 나아가 현대 엔터테이너 사업은 비틀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위대한 그룹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런 거시적인 방향의 전문가는 아닌지라, 그저 노래가 듣기 좋았던 개인으로서의 감상만 나눠보도록 하겠다.


 선명하게 기억한다. 초등학교 4학년 영어 시간,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비틀즈의 ‘I Want To Hold Your Hand’를. (‘hold’라는 단어는 보통 ‘열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데 노래에 나온 것처럼 ‘손을 잡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노래만 듣긴 했어도 이런 게 기억나는 걸로 봐선 영어를 배웠긴 배웠나 보다) 경쾌한 리듬과 흥겨운 멜로디는 어린아이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학우들은 시끄러운 노래를 BGM 삼아 더 크게 떠들어댔지만, 당시 나의 시선은 소음을 뚫고 정면을 향했고 고막은 스피커에 집중했다. 빔프로젝터였는지 TV였는지, 칠판 옆 큰 화면에서 나오던 흑백의 영상을 기억한다. 남자 둘이 기타를 메고 함께 노래 부르며 웃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의 이름은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둘의 웃음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비틀즈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다른 곡들을 찾아 들으니 생각보다 아는 곡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치원 때 라디오에서 얼핏 들은 ‘I Will’, 가끔가다 아버지께서 흥얼거리시던 ‘Hey Jude’와 ‘Yesterday’, 피아노 학원 악보집에 있던 ‘Obladi Oblada’와 ‘All You Need Is Love’, 아버지께서 ‘Yesterday’를 흥얼거리시면 옆에 계신 어머니께서 이어 부르시던 ‘Let It Be’, 영화 아이 엠 샘의 OST로 나온 ‘Across The Universe’ 등등 비틀즈는 이미 내 생활 속에 있었다. 중학생이 되어선 기타를 연습했고 노란색 잠수함을 타고 싶었다. 성인이 되어선 보헤미안(히피) 스타일로 캠퍼스를 돌아다녔다.


 한국에서의 비틀즈는 좀 서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위의 곡들처럼 그들의 초창기 앨범 곡이나 잔잔한 곡, 솔로곡 몇 개가 유명하다. 팬으로서 좀 아쉽다. 대중음악사에 획을 그은 그들의 명반과 명곡들은 한국에선 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장에 필자 본인도 위의 곡들로 흔히 말하는 입덕을 했고 확실히 초반 곡들에 비해선 중 · 후기 곡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적당히 아쉬운 정도지 지인 중 누군가가 비틀즈의 다른 음악을 모른다 해서 분개하거나 무시하진 않는다. 비틀즈만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 비틀즈 덕분에 로큰롤에 눈을 떴다. 그래도 마약은 하지 않는다.




 초등학생 때 헌책방에서 비틀즈 관련 만화책을 읽었다. 그 이후부터 음악만이 아닌 그들의 인생과 사회 참여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거나 보헤미안 스타일로 꾸민 사람을 지나친 달지, 몇 년 전 개최했던 존 레논 특별전에 방문하는 등의 비틀즈가 떠오르는 관련된 무언가를 접하게 되면 헌책방에 쭈그려 앉아 책을 읽던 어린 날의 가 생각난다.


 너무 과하면 문제겠지만 사람이 무언가에 빠진다는 건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수용력이 높은 인간으로서  좀 줄일 필요가 있다. 그래도 비틀즈는 포기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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