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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Mar 27. 2023

지저스

애정 ≠ 책임

 애정과 책임, 두 요소를 동일시해선 안 된다. 자신을 피곤케 하는 애정은 책임 아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애정 없는 책임을 지니고 삶을 살았다. 그 덕에 부담 없고 감정 소모 없는, 차가움에 근거한 인생을 보냈다. 그랬기에 심리적으론 편안하고 교만한 인생이었다. 예술을 향한 사랑, 철학에 대한 호기심으로 감성을 채우며 살았지만, 우스갯소리로 소시오패스 아니냐는 이야기 또한 종종 들었다. 가족과 신을 제외한 것에 대해선 사회 평균에 맞는 정도의 행동만을 취했다.


 헌데 내가 믿는 신은 그냥 신이 아닌 예수다. 인성과 신성의 균형이 100% 일치하는 자. 머리로 대충은 알지만,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간 예수보다 구세주 예수라는 이미지가 훨씬 크게 작용하고 있기에 인간 예수님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몇 달 전 관람한 뮤지컬 Jesus Christ Superstar는 그의 인간성을 두드러지게 드러내는 작품이었다. 덕분에 책임만으로 세상에 강림한 유일신을 생각하기보단 인간으로서고뇌와 고통을 어렴풋이나마 그려볼 수 있었다. (넘버 겟세마네가 가장 좋은 예시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고통을 내가 사랑하는 주 되신 분이 경험했고, 그런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경험한 이유가 바로 그분의 자녀라 불리는 나 때문에, 정확히는 나의  때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애정 없던 삶을 지향했던 지난날을 후회했으며 책임에 근거한 무관심이 정당화될 수 없음 역시 인지할 수 있었다.



광림아트센터 BBCH홀



 물론 뮤지컬 'Jesus Christ Superstar'는 예수의 인간성만을 드러냈기에 초연 당시 교회의 매서운 비난을 받았다. 필자도 이 뮤지컬의 모든 부분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허나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뮤지컬에다가 'Death Note'와 함께 뮤지컬을 즐기게 된 계기가 된 뮤지컬인 만큼 개인적으론 매우 좋아하는 뮤지컬 중 하나다. 파격적 스토리의 비성경적 플롯, 굉장한 음악적 호평과 주연급뿐 아닌 앙상블의 비중이 큰 뮤지컬, ALW와 팀라이스의 초기작이란 사실들만으로 지크슈에 관심을 가지긴 쉽다. 박은태, 마이클 리, 임태경 등 좋은 한국 배우들과 테드 닐리, 스티브 발사모와 같은 레전드 지저스들이 있어서 더욱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뮤지컬이다.


Andrew Lloyd Webber & Tim Rice


 애정과 책임은 서로 다르다. 하나만을 추앙한다면 결과는 나머지 것과 관련된 무언가의 결여로 드러난다. 그러니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균형’의 이점을 기억하며 책임과 애정의 간극을 좁혀가야 한다.


 얕은 묵상을 나누는 이유의 시작이 음악이라는 사실은 상당히 낭만적으로 들린다. 이렇듯 음악이라는 매개와 무대 위 배우가 보여주는 청각적 • 시각적 영향은 아마 다른 모양의 예술로 변모되어 필자의 삶에 등장할 것이다. 예술의 힘을 무시하고 살 순 없음을 인정하고 좀 더 다채로운 인생을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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