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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May 06. 2023

오페라는 잠 못 이루고

La Bohème에서 La Vie Bohème

 서양 음악사에서 이탈리아 오페라의 위치는 확고하다. 그런 이탈리아 오페라를 설명할 때 중심되는 인물은 두 명이 있다. 베르디와 푸치니. 오페라를 좋아하기 전까진 얼핏 알고 있던 음악가들이었다.

 바로크의 바흐, 헨델, 비발디, 고전주의의 하이든, 베토벤, 모차르트 정도를 제외하면 적지 않은 위인이 등장하는 낭만주의를 시작으로 20세기 전반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음악인은 너무나 많다. 정확히는 클래식 음악인이다. 하지만 필자가 클래식 범주에 속하는 위의 위인들을 이야기할 때 클래식이란 단어를 수식하지 않은 까닭은 현대 음악의 모체가 결국 서양의 클래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떠올렸을 때 음악이란 건 귀로 듣는 것만을 의미한다 생각하겠으나 생각해 보면 그것은 편협한 시선일 수 있다. 음악, 특히 현대 음악은 뮤직비디오 및 공연과 같은 미학적인 관점에서도 보아야 하기에 그렇다.

 보이는 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을 거라 오해하는 클래식 시대의 음악에서, 미학적인 부분이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고 극장 공연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오페라다.




 오페라, 딱 들어도 비싸고 어렵다. 그나마 익숙한 뮤지컬에 비하여 엄숙주의와 훨씬 가까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많은 예술이 그렇듯 단순한 오락거리라 생각하면 좋다. 인간을 즐거이 만드는 오락의 행위 중 수준 높은 취급을 받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오페라에 관해 설명하자면.. 필자도 잘 모른다. 직접 관람하기보다 TV나 유튜브 및 OTT 같은 것으로 본 적이 더 많고 자막 없인 알아듣지도 못한다. 그래서 오페라 하면 떠오르는 작곡가가 많지도 않다. 유명한 몇몇 이들만 알며 그들의 작품도 다 관람한 게 아니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를 꼽아보라면 당연히 베르디이다.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오텔로(셰익스피어의 오셀로)’와 같은 위대한 작품을 만들었으며 요샌 뮤지컬로 더 유명한 ‘아이다’ 역시 그의 작품이다. 베르디와 거의 같은 급으로 평가되는 푸치니 또한 오페라 ‘아이다’를 본 이후 오페라 작곡가의 꿈을 꾸었다고 하니 베르디는 아마 오페라의 뮤즈와도 같은 이가 아닐까 싶다.


주세페 베르디 Giuseppe Verdi


 필자의 취향은 베르디보단 푸치니 쪽이다. ‘나비부인’과 ‘투란도트’ 같은 동양적 배경의 작품을 창작해서가 아닌. 베르디에 비해 뭔가 좀 더 순수한 의미의 사랑을 말하고 싶어 했다 느꼈기 때문이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명곡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들어보면 이해할 것이다- 푸치니 본인이 베르디를 의식하고 작품을 만들었는진 모르지만, 필자가 본 푸치니의 작품들에선 인간의 수많은 감정 중 적어도 이성 간 사랑을 다루는 방식에선 그리 느꼈다. 그중 ‘투란도트’와 함께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푸치니의 오페라인 ‘라 보엠’은 막막한 현실에서의 청춘의 낭만과 사랑의 아픔을 잘 다루었다 생각한다. 특히 여주가 파리의 아파트에서 열쇠를 찾으려 할 때 남주가 일부러 촛불을 끄는 장면은 사랑을 다루는 게, 아직은 낯선 청춘의 귀여움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자코모 푸치니 Giacomo Puccini


 이후 오페라 ‘라 보엠’은 조나단 라슨의 뮤지컬 ‘렌트’로도 리메이크되었고 엄청난 반향을 몰고 온다. 필자도 뮤지컬 ‘렌트’를 통해서 오페라 ‘라 보엠’을 접하게 되었고 두 작품 모두 높은 만족감을 선사했다.




 뮤지컬 ‘렌트’의 유명 넘버는 두 개가 있다. 1막 끝 곡인 ‘라 비 보엠’과 2막 첫 곡인 ‘Seasons of Love’.


 젊음의 슬픔, 희망과 아픔을 말하는 뮤지컬이기에 여기서 만큼은 서정적인 ‘Seasons of Love’보다 ‘라 비 보엠’을 더 좋아하는 넘버로 꼽겠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La Bohème)’의 뜻은 ‘보헤미안’이다. 그리고 뒤를 이은 조나단 라슨의 ‘라 비 보엠(La Vie Bohème)’은 ‘보헤미안을 위하여’라는 뜻이다.

 보헤미안. 자유로움과 낭만의 대명사. 글로써 음악으로써 예술로써 삶으로써 그들이 되고 싶고 그들을 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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