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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Jun 15. 2023

우울한 행복

Time Lapse - 1

 학생의 시간은 변화가 많다. 한 해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 시절을 함께한 친구는 함께했단 이유 하나만으로 평생을 간다곤 하나, 친구의 필요성을 모르는 인간에겐 성인의 1년과 학생 시절의 1년 모두 지루한 반복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인간에게 감정을 쏟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다.


 그러나 하필 4월, 벚꽃이 개화할 즈음이었다. 성인을 준비하는 열아홉의 남자는 상상하지 못했던 첫사랑을 시작했다. 그때의 난 자의적이었을까 아님 잠깐의 순간 민아에게 길들여진 거였을까. 동아리방 소파에 앉아있는 스물둘의 남자가 내린 결론은 처음 느껴본 감정에 휘둘린 것일 뿐 더도 덜도 아니라는 것이다.




  첫 만남 이후 졸업까지 연락은 없었다. 민아가 내 번호를 물어간 것이지 내가 민아의 번호를 아는 것은 아닌지라 먼저 연락할 수도 없었다. 자퇴한 것은 맞았다. 3층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듣게 된 2학년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혹시나 올지 모르는 연락을 기다리며 알을 품은 새 마냥 여름 방학 전 몇 개월 동안을 핸드폰만 붙들고 살았다. 전원을 꺼놓아야 하는 야간 자율 학습 시간이 제일 싫었다. 그래서 그냥 진동 모드로 해두다 한 번은 통신사에서 보낸 판촉 문자가 오는 바람에 교사에게 걸렸고, 하루 간 압수당한 적도 있다. 그 24시간은 19년 인생 가운데 제일 느리게 흘렀던 시간이었다. 그런 일이 있고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엔 항상 무음 모드로 해놓았다. 전원은 끄지 않았다.
 연락이 오지 않으니 화가 날 때도 있었다. 그럴 땐 격하게 자위했다. 물론 민아를 상상하면서. 나인 하프 위크의 킴 베이싱어를 떠올리며 가학적인 상상을 더했다. 집 침대, 학원 화장실 여러 곳에서 했다. 그중 민아가 앉아있던 남자 화장실 변기 위에서 할 때 가장 세게 움켜쥐고 헉헉댔다. 하지만 여름이 찾아오며 방학이 시작됐다. 그제야 연락이 올 거란 희망을 접었다. 씁쓸했다. 교류라 할 만한 것도 없으니 슬프진 않았다.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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