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함성소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성인 Jun 27. 2023

장르가 된 감독

웨스 앤더슨의 화려한 독창성

 하나의 그림을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의 영화는 화려하지만 난잡해 보이진 않는다. 전반적으로 정적인 분위기와 무언가 결여된 듯한 등장인물들의 성격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필자와 잘 맞는다. 상당히 좋아하는 감독이다.

 왕가위의 입문작을 ‘중경삼림’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하는 것처럼 웨스 앤더슨 입문작으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추천한다. 예술 영화스러운 느낌이 강해도 줄거리 자체가 서사적이기에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재밌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


 그의 영화가 동화 같다는 감상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래도 색감 때문인 것 같다. 내용적인 측면까지 보자면 ‘문라이즈 킹덤’과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가 동화 같다 할 순 있겠으나 그렇다고 웨스 앤더슨 특유의 블랙 유머와 선정적 요소가 없진 않다. 그의 영화는 전체적으로 파스텔톤의 색감으로써 영화 스틸컷과 포스터가 인기가 많다. 덕분에 꾸밀 줄 아는 이들의 인스타 피드나 카카오톡 배경 사진으로도 많이 쓰인다. 다만 그들이 영화를 실제로 봤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


 개인적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그의 영화엔 어른이 없다. 그래서인지 유치하고 미성숙한 인물들의 향연이 잦다.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특히 로얄 테넌바움 가족은 가족이 맞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연출 기법의 연극적인 면모 덕에 어려울 수 있을 영화에 대한 거부감은 상쇄된다. 동시에 대부분 해피 엔딩이다. 콩가루 집안이어도 그들만의 방식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로얄 테넌바움’, 어쨌든 사랑엔 누군가의 희생이 뒤따름을 증명하는 ‘문라이즈 킹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이지란 격언과 어울리는 ‘프렌치 디스패치’ 등 여러 영화가 있다. 엔딩이 그 영화의 전체를 담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뭐가 되었든 간에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긴 하다. 아니면 필자가 영화의 등장인물들처럼 무언가 결여된 성인이어서 위의 영화들을 해피 엔딩으로 봤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만의 감상은 이렇다.


문라이즈 킹덤 (2013)


다즐링 주식회사 (2007)


 여름엔 영화관에 돈 쓸 일이 많을 듯싶다.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와 해리슨 포드의 마지막 ‘인디아나 존스’, 엔니오 모리꼬네 다큐 영화,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바비’까지. 추린 게 이 정도다. 또한 웨스 앤더슨의 새로운 영화가 개봉한다. 50년대 미국의 사막 동네를 배경으로 하는 ‘애스터로이드 시티’란 작품이다. 이 영화를 기다리며 몇 주 전 ‘다즐링 주식회사’를 다시 봤다. 정상적이지 않은 삼형제의 이야기지만, 삼형제란 매개가 주는 감상 때문인지, 인도라는 곳이 주는 알 수 없는 신비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묘하게 설득력 있는 그들의 우애 다지기 프로젝트에 피식거리며 집중하긴 충분했다.


 이렇듯 인디 영화스러운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일반적 코미디, 드라마 영화에 비해선 이질적이다. 그러나 짜임새 있는 구조 덕에 이질감을 타 영화들과는 다른 특별함으로 치환한다. 그리고 이것은 웨스 앤더슨이란 이름을 장르로 만든다. 자신이 장르라는 평은 다수의 예술가에게 상당히 기분 좋은 칭찬일 것이다. 그런데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닌 사실이기에 웨스 앤더슨 그에겐 더 큰 칭찬(?)일 것이다. 하여튼 개봉까지 하루 남은 ‘애스터로이드 시티’, 기다려진다.


Wes Anderson




매거진의 이전글 부끄럼 많은 생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