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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Aug 06. 2023

까뮈 이야기 4

저항

 부조리에 저항하는 것은 삶을 의미 있게 한다. 그렇다면 저항, 저항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알베르 까뮈는 이에 대한 답도 알려주었다.


 '페스트'​, 몇 년 전 코로나시대가 개막되며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작품이다. 책 속에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인생들, 부조리를 대하는 태도들이 담겨있다.




 질병이 창궐하는 공동체 속, 인간은 여러 부류로 나뉜다. 공멸하려는 부류, 부정하는 부류, 체념한 부류 등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보인다. 그리고 까뮈는 의사 리유를 통해 부조리한 삶을 어떠한 방식으로 대하고 저항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까뮈는 부조리한 현실, 삶에 저항하는 방법이 바로 '성실'임을 주장한다.​​ 더욱 정확히 하자면 내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공동체와 타인을 위한 섬김이야말로 부조리에 대한 알맞은 저항이며, 반항이라는 뜻이다. 동시에 혼자만의 성실이 아닌 '연합'을 설명한다. 정직과 섬김으로, 동일한 가치를 바라며 서로 하나 되어 행동하는 협력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까뮈는 무신론자일지라도 종교인과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듯싶었다. 실존주의 철학이 종교와 반대되는 학문이라고 여겨지지만 적어도 까뮈의 철학엔 기독교의 본질이자 중요 가치인 '사랑'과 동일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타인을 위한 섬김, 공동체를 위한 협력, 목표를 향한 성실 등 비슷한 게 많다. 아마 교회를 다녔다면 신실한 크리스천이 됐을 것이다.


알베르 까뮈  Albert Camus


 모든 삶은 죽음으로 귀결된다. 그러한 삶의 속성은 냉정하며 비극적이다. 한마디로 무의미하다. 그러나 자신의 목표를 향해 성실히 실존하는 것, 인생을 살아가며 만나는 타인과의 교제를 통한 하나 됨으로써 무의미를 유의미로 바꿀 수 있다. 인간의 속성인 안온함과 사랑으로 차가운 삶을 따스하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저항은 항상 무언가를 무너뜨리기만 하진 않는다. 저항으로 새롭게 세워지는 것들도 많다.


 인간이 저항해야 하는 것은 부조리한 삶 그 자체이다. 삶에 대한 저항의 이야기로 인생이란 작품을 창조한단 뜻이다. 그렇다. 저항은 창조다. 필자는 모든 예술의 본질, 그중 특히 문학의 본질은 '저항'이라 생각한다. 문학에서의 저항은 대체로 시대와 사회에 대한 저항을 말한다. 몇몇 작품은 순수주의를 지향함으로 시대나 사회를 반영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노력했다는 건 결국 의식했다는 말이다. 그러니 순수 문학으로 분류되는 작품들 역시 저항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저항의 예술인 문학에서 직접적이고도 심오히, 설득력 있게 저항에 대한 의미를 역설하는 알베르 까뮈를 좋아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다.




 「까뮈 이야기」에 담긴 그의 작품은 총 3가지이다. 필자는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 신화' 순으로 읽었는데 나름 괜찮았다. 더 좋은 독서 순서가 있을 수 있지만, 내겐 이게 제일 좋았고, 강요 아닌 권유로써 이 순서대로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좋은 고전이 그러하듯 까뮈의 작품들 역시 인생에 대한 지침서 역할을 한다. 작가를 모르더라도 기억나는 작품이 있고, 위치는 기억나지 않을지라도 인상 깊은 여행지가 있는 것처럼 누군가 알베르 까뮈를 읽고 무언가 회상할 때 그 안에 유의미함이 있기를 바란다.


알베르 까뮈  (1913.11.7 ~ 1960.1.4)


 시대의 지성이란 수식어와 잘 어울리는 인물 중 하나이며 지적인 분위기에 스타일까지 좋은 우리의 무슈. 알베르 까뮈.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이 가장 의미 없는 죽음이라고 말한 자동차 사고로 인해 상대적으로 이른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의 삶은 의미 없지 않았다. 그의 작품을 읽고 충격을 받은, 깨달음을 얻은 자들이 있다면 필자는 그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다.


 실존의 의미와 필요성을 알고, 협력의 가치를 공유하며, 부조리에 저항하는 그런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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