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은 말이 많다. 사진기 발명을 기점으로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려 표현하는 게 미술을 잘한다는 척도로 칭할 순 없어졌다. 그렇기에 당시 미술가들은 사진기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건대 사진기 발명 이후 모더니즘, 인상주의, 아르데코, 아르누보, 다다이즘, 상징주의, 초현실주의 등등 너무나도 많은 미술사조가 등장한 것을 본다면 오히려 사진의 발명을 통해 풍요로운 예술이, 추상의 시각화가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사진 덕에 이전보다 더 많은 인류가 회화를 접하게 되어 미술이라는 장르가 확대된 것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는 현대 미술의 난해한 모습은 미술계 전반의 분위기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고 미술 시장을 부자들의 고품격 거래소 정도로 생각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물론 필자가 미술에 대한 지식이 얕고 제대로 집중하지 않아서 드는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 가서 본 작품들은 그렇게 큰 거부감이 없었다.
현재 한국의 현대 미술을 대표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흔히 현대 미술이라 생각했을 때 연상되는 난해함과 추상에 집중한 작품들이 주가 되진 않았다. 너무 난해하지도 않은, 감상 이후 억지로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닌 자연스레 떠오르는 영감들을 마주할 수 있던 시간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마주한 작품들을 열거하거나 목록을 읊고 싶진 않다. 웬만한 예술이 그렇겠지만 특히 미술이란 것은 그것에 대한 감상을 간직함으로 좀 더 깊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치 와인처럼 적절히 숙성시킨 뒤 꺼내고픈 마음이 크다는 뜻이다. 내셔널리즘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국립이라는 이름을 붙인 곳의 레벨은 확실히 다름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감상을 진중히, 동시에 즐거이 나눌 이와 함께하는것이 바로 예술을 순수한 기쁨으로 마주하는 것이지 아닐까 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