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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Sep 27. 2023

르네상스 이전으로

괜히 억울한 라파엘로

 예술을 너무 우상화하는 건지 르네상스 사대주의에 빠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빈치, 미켈란젤로, 도나텔로와 같은 이름이 확실히 멋있긴 하다. 그리고 이름으로만 따졌을 때 제일 임팩트 있는 건 역시 라파엘로다. 얼마나 멋있으면 하나의 미술 사조를 대표하는 명칭이 되었겠는가.


 라파엘 전파. 있어 보이는 이 이름은 19세기 중반 런던의 저항 청년 미술가들이 결성한 하나의 집단에서 시작된다. 멋진 이름이지만 사실 그 뜻은 스테레오 타입의 멋짐과는 오히려 반대다. 당시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의 영향을 받아 사실적 이상주의가 팽배했던 주류 미술계에 대한 반론으로부터 시작된 미술 사조이기 때문이다. Pre-Raphaelites라는 이름처럼 라파엘로 이전 시대의 미술을 동경하여, 사실적이지만 낭만적이며 풍부한 색감을 바탕으로 작품을 그린 라파엘 전파에 속한 화가들은 윌리엄 홀먼 헌트, 시인으로도 유명한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가 있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당연히 존 에버렛 밀레이다.



 마지막 그림은 '부모의 집에 있는 예수(목수 작업장의 그리스도)'라는 작품이다. 밀레이가 이 작품을 발표했을 때 성스러운 예수의 가족을 일반 인간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이 그렸다 해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신성모독적이라는 비난과 함께 화풍이 너무 중세적이다는 비판 또한 받았다. 이 같은 비판은 라파엘 전파 화가들에게 늘 따라오는 것이었는데 르네상스의 화풍이 메인 스트림인 이상 르네상스 이전 시대인 중세의 화풍은 보기 좋지 않으며, 같은 맥락으로 라파엘 전파 스타일은 퇴보되었단 내용의 비판이었다.


 하지만 현재 영국인들은 영국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으로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를 꼽는다. 현인류의 주 예술 장르라 할 수 있는 영화, 뮤직비디오, 비디오 아트 등에서 오마주 되는 해당 작품은 밀레이의 깊은 관찰력과 자연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가 아직까지도 빛을 발하고 있음을 증거 한다.


 라파엘 전파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했고 미술사에서 오래 지속되었다 보긴 힘들지만 그들이 가졌던 생각은 여전히 남아있다. 중세의 평면화 느낌을 살렸던 라파엘 전파에 영향을 받은 아르누보, 디자인의 효시라 볼 수 있는 미술공예운동에게 영향을 끼친 사실을 통해서 말이다.




 암흑 1000년 중세라는 인식이 있고 필자 또한 예술에 있어선 중세의 것보단 근대의 것과 더 가깝기에 중세를 그저 르네상스란 폭발의 뒷배경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르네상스 또한 그리스 •로마 시대의 부활을 지칭하는 말이다. 고대의 것을 이상 삼아 중세를 끝장낸 르네상스와, 중세의 것을 지향하여 근대 미술 사조에 한 획을 그은 라파엘 전파의 속성은 동일하단 뜻이다.


 두 운동이 가진 파동의 크기는 달랐을지 몰라도 같은 속성이라는 데에서 느끼는 바가 크다. 르네상스와 관련한 브런치를 올린 적이 있고 그곳에 역사는 반복이란 문구를 사용했던 것 같다. 방금 확인했는데 그런 말 안 했다. 기억이 왜곡됐나.. 하지만 대충 무슨 느낌으로 말을 꺼냈는지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이전의 것이 재사용되며 성공한다. 예술의 대표주자 미술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다시금 깨우칠 수 있어 기쁘다.


John Everett Milla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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