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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Sep 30. 2023

백일몽 같은 사이

그 단테 아닙니다

 라파엘 전파를 상징하는 작품 '오필리아'의 모델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시달. 그녀는 훌륭한 시인이자 화가인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아내였다.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정확히는 가브리엘 샤를 단테 로제티지만 본인 스스로 위대한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를 존경한 탓일까,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로 알려져 있고 덕분에 단테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또 다른 작가다. 라파엘 전파의 창시자 중 하나이며 당대의 인기 있는 시인이자 바람기 다분한 예술가였던 로제티는 사랑이란 감정에 있어선 상당히 솔직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의 아내이자 라파엘 전파 화가들의 뮤즈였던 엘리자베스 시달은 로제티의 바람기, 자신의 마약 중독, 결핵으로 인해 혼 후 2년 뒤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녀가 죽는 순간에도 로제티는 다른 여인과 함께 있었다 한다. 이렇듯 사랑은 축복과 같은 것이지만 로제티처럼 사랑을 그저 자신만의 감정으로 치부하여 감정에 따라 행동한 뒤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것은 저주와 같은 것으로 변할 수도 있다.



각각 1874년, 1882년에 그린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대표작 '페르세포네'이다. 작품의 모델은 로제티가 사랑했던 또 다른 여인 제인 모리스다. 결혼 전 성은 버든, 로제티의 친구이자 아르누보에 영향을 준 예술가 윌리엄 모리스의 부인이다.


 그녀를 모델로 작업한 로제티의 초기 작품을 본 비평가들은 그녀의 중성적인 외모로 인하여 남성에게 가발을 씌우게 한 뒤 그린 그림이 아닌가 하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Dante  Gabriel Rossetti - The Day Dream


 로제티 친구의 내를 사랑했다. 그래서 제인과의 사이를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지고지순한 사랑보단 불륜과 어울린. 윌리엄 역시 나름의 유명인이었기에 로제티와 제인의 관계는 신문에 날 정도의 질타를 받았고 제인은 결국 윌리엄에게 돌아감을 선택했다. 아마도 이 인해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는 엘리자베스 시달에게 줬던 사랑의 아픔을 떠올림과 동시에 사랑하는 이가 나를 쳐다보지 않을 때 느끼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꼈을 터이다.


 위의 '백일몽'이라는 작품 또한 제인 모리스를 모델로 그린 그림이다. 한낮의 꿈이라는 뜻을 지닌 백일몽은 헛된 공상을 의미한다. 로제티가 어떤 의도로, 어떤 심정으로 작품을 완성했는진 모르지만 백일몽이란 작품명처럼 그와 제인의 관계는 현실화될 수 없는 한낱 꿈에 불과함을 상징하는 복선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완전한 사랑의 모습이라 생각하는 것은 자학하는 것과 같다. 사랑의 의미는 연인, 결혼, 가정에 있지 않고 그것들을 유지하고 이어가는 과정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랑할 준비가 인간을 구분하는 방법은 모르겠으나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시와 그림을 통해 순간의 감정에 취하는 걸 주의하고 바람직한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해 볼 순 있을 것 같다.


Dante Gabriel Rosse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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