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딘지 중한가. 하늘에서 내린 내 역할은 발아 끝에 싹 피워 세상에 존재를 알리는 것. 깊은 진통 속에 꽃잎 힘겹게 피워내 봉긋하게 꽃날을 더 펼쳤다. 고운 자태로 꼿꼿이 뽐내며 살아라 하여 잎사귀조차 빳빳했다.
그런데 왜 결국 이 언 바닥에 버려져 있는가. 추위에 꽃잎을 웅크리다가, 이슬에 눈물을 숨기다가, 지나가는 새에 가슴 철렁 내려앉으며 하늘을 원망하니.
햇님이 보살핌을 끝내자, 달님이 깨지 못할 밤을 만들어 주시니, 바람결이 기어이 혼을 끌고 가셨네.
아... 이 달큼한 긴 꿈에서는 나비와 꿀벌이 서로 앞다투어 날 찾으니 이를 어쩐담... 이 깨질 못할 긴 꿈이 씨알의 이유였나.
저의 어머니는 논길을 걷다 화훼농장 모퉁이에 버려진 꽃들을 한 아름 안고 돌아오십니다. 꽃병에 물을 주면 그 꽃들은 살기위해 줄기로 있는 힘껏 물을 마셔 댑니다.
그 모습들이 갸륵하여 처음에는 <온실의 바깥>이라는 시로 그 시선을 담아내었지만, 며칠을 끙끙 앓은 것치고는 무언가 겉포장지를 두른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다 뜯어 버리고 <씨알의 이유>라는 산문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이제야 저답습니다. 이제서야 제가 바라보았던 시선이 속 시원히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