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by 노란빛방울

배움이 고파 대학 문을 두드렸다. 허기질 때 어떤 음식이든 달게 느껴지듯 나에게는 학교의 모든 것이 좋았다.

가끔 수업 시간에 나의 시선이 머무는 친구들이 있다. 엎드려 잠만 자거나 눈빛에 고민이 가득한 몇몇 친구들이다.

결국 자퇴서를 쓰고 빈자리만 남겨두고 간다.


대학에서 연이 닿았던 나의 짝꿍 역시 그중 하나였다.

이름도 비슷했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동생이었다. 나는 그녀가 참 좋았다.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다가 간호학과로 오게 된 그녀는 처음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 '배고픔'이 있었다. 바로 '경제적 여건'이었다.

나는 그녀의 젊음이 아까워 수없이 설득했다. 사람의 마음은 늘 갈대 같으니 우선 휴학이라도 걸어두라고 외쳤지만, 뜻을 굳힌 그녀는 1학기를 마친 후 마지막 포옹과 함께 학교를 떠났다.


모순적인 나는 그녀의 선택을 머리로는 이해하였지만 속으로는 내내 안타까움을 삼켰다.


그녀는 원래 근무하던 병원으로 다시 돌아갔다. 병원 일이 참 잘 맞는 사람이었다.

무던하고 입도 무거워 직원들과도 돈독하게 지내는 듯했다. 나는 가끔 일부러 그 병원을 찾아간다.

그녀가 있는 곳에 들러 인사를 건넨다. 동료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다가도 나를 보면 "어! 언니!" 하며 반겨주는 고마운 동생이다.

"행복해?" 하고 물으니 씨익 웃는다. 그럼 된 거다. 우리는 서로 채워야 할 '배고픔'이 달랐을 뿐이다.


그녀가 입고 있는 병원 유니폼은 너무나 잘 어울렸고, 책상 위에 놓인 테이크아웃 아메리카노와 사원증도 멋져 보였다.

나는 그 대견함에 가만히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녀가 목에 건 사원증과 나의 손목에 있는 실습용 전자시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허기를 채워가고 있다.

이제 곧 개강이 다가온다.

나의 배를 채우러 다시 앞장설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