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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몰입러 노랑 Apr 29. 2022

뮤지컬 차미 관극 후기(프리뷰)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은

비교를, 초라함을, 동경을 키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가장 숨기고 싶게 만든다.

-노랑의 한줄평


뮤지컬 <차미> (~22.07.16)


누가 나 대신 출근해서 일해줬으면 좋겠다는 상상,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뮤지컬 '차미'는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된 미호의 이야기이다. 취업 준비도 자신의 SNS도 마음에 들지 않아 시무룩한 가운데 상상을 하게 된다. 좀 더 예뻤으면, 좀 더 사람들이 좋아해줬으면! 그리고 미호의 상상이 현실이 된 차미를 만난다.


바쁘고 바쁜 이 현대사회에서는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여기서의 '누군가'는 사람마다 정말 다양한 대상으로 치환될 수 있을 것이다. 인사담당자, 짝사랑 상대, 회사 선배, SNS 속 수많은 사람 등. 그런데 그 '누군가'가 무얼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그보다 더 막막할 때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비교의 늪에 빠지고, 초라해지고, 나와 달리 잘 해낸 누군가를 동경하게 된다. 나는 왜 그 사람의 마음에 들지 못할까, 해내지 못할까. 이런 생각을 끝없이 꼬리잡기하다 보면 '내 문제점은 바로 이거같아...'하는 부분을 찾게 되는데 대부분 자신의 가장 자연스럽고 중요한 부분을 문제점으로 꼽게 된다. 세심한 성격을 소심한 성격으로, 특별한 생각을 특이한 생각으로. 이렇게 자신의 가장 자연스러운 부분이 초라하게 느껴져 숨기고 싶어지고 반대의 모습을 꿈꾸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반대의 모습으로 만나게 된 미호와 차미.


뮤지컬 '차미'의 매력은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고민이 담겨 있으면서도 굉장히 밝고 유쾌하게 극을 끌어간다는 점에 있다.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각자의 사정이 있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섞이면서 성장하고 웃기고 랩도 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공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이어갈 수 있고, 각각의 매력이 있는 캐릭터를 응원하면서도 나 스스로도 위로받을 수 있는 이야기.


'어쩌면 난 행복한 사람,

어쩌면 난 가진 게 많은 사람'


그리고 어쩌면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품게 해주는 그런 사랑스러운 극. 극이 막 올라가기 시작한, 프리뷰 기간에 관람을 시작해서 아마 몇 번의 재관람을 더 하게 될 예정이다(심지어 차미의 막공날은 내 생일, 이건 운명이 아닐까?). 그때마다 웃고 감동을 받고 따뜻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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