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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몰입러 노랑 Apr 30. 2022

뮤지컬, 디아길레프 관극 후기

서로를 특별하다고 여길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조명 아래

서로를 특별하다고 여길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조명 아래

예술가들의 각자의 예술은 어우러져 꽃을 피워낸다.

단번에 이해받지는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답다.

-노랑의 한줄평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무대 사진을 봤는데 멋있어'라는 친구의 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잡은 표. 코로나에 취소를 겪었지만 무사히 보고 난 뒤 예쁜 무대와 조명에 반해서 또 한 번 표를 잡았다. 

뮤지컬 〈디아길레프〉 (~22.05.15)

발레를 너무나 사랑한 사람, 디아길레프는 예술가들을 불러 모아 발레단 '발레 뤼스'를 만들고 잇달아 혁명에 가까운 발레극을 올린다. 천재들이 모였다는 평을 듣는 발레단의 단장, 제작자. 극에서 디아길레프는 굉장히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아직은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믿어주고 작품을 제작하여 예술가들이 재능을 펼칠 기회를 만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설득으로 작품이 무사히 올라갈 수 있도록 이끌어낸다.


반응을 알 수 없는 도전적인 작품을 올린다는 것. 꼭 도전적이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만들어 세상에 내보인다는 건 신나서 그 과정에 빠져있다가도 어느 날 굉장히 불안감이 엄습하는 일이다. 예술가들이 문득 흔들릴 때,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투자자들이 화가 날 때, 단장인 디아길레프는 자신의 확신을 내보이며 모두를 진정시킨다. 말하자면 '저 사람을 믿어보자. 저렇게 확신하는걸'하는 마음가짐으로 주변 사람들이 흔들리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단단한 확신을 내보일 때 디아길레프가 너무 외로워 보이던 순간이 있다. 어느 때에는 진심으로 작품의 성공을 확신할 때도 있었겠지만, 모든 일에 확신을 가진다는 건 정말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에. <작품에 확신이 있고 결국 작품이 잘 되었다>가 아니라 <작품이 잘 되기 위해서는 내가 확신해야 한다>는 숨겨놓은 불안감이 언뜻 보일 때, 약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는 리더의 무게가 보였다.


그래서 '네가 있는 밤'이라는 넘버는 나에게는 너무 아름답게 와닿았다. '멈출 곳이 없는 낮', '헤엄치고 헤엄쳐 파도에서 살아남아 돌리는 숨' 등. 그가 어떤 낮을 보냈을지 헤아려보다 보면 이런 (좋은) 연습실을 두고 잠을 왜 자냐며 늦게까지 발레를 연습하는 예술가 '니진스키'의 모습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을지. 힘들었던 자신의 낮이 헛되지 않았고, 자신이 사랑하는 발레를 아름답게 무대에서 구현해줄 수 있는 예술가가 있고, 그 외에도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지 않았을까?


언제나 따뜻한 날들을 보낼 수는 없겠지만 어느 따뜻했던 순간을 기억하면서 추운 현실을 살아가는 게 아닐까. 언제나 함께일 순 없을 예술가들에게도 '발레 뤼스'가 그런 기억으로 남았기를.

+ 마침 관극간 날이 '네가 있는 밤' 스페셜 커튼콜이라 이렇게 직접 찍은 사진도 올려본다. 시작은 무대를 보러 간 거지만 이제는 네 명의 예술가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실 뮤지컬 '디아길레프'는 인물 삼 연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첫 번째를 건너뛰고 봐도 괜찮을 지 고민을 했었는데 마침 첫 번째 작품인 '니진스키'도 공연이 올라올 예정! 벌써부터 표를 잡아두고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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