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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몰입러 노랑 May 03. 2022

뮤지컬, 프리다 관극 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많은 사이렌 소리를 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많은 사이렌 소리를 뚫고 투쟁하듯 끝까지 살아나갔고 고통을 예술로 꽃피웠다

- 노랑의 한줄평


뮤지컬 <프리다> (~22.05.29)

프리다라는 화가는 이름만 들으면 낯설 수 있지만 그녀의 그림을 본다면 '아!'하고 생각날 것이다. 심지어 tving의 '서울체크인'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던가. 프리다는 그림으로 좀 더 익숙했는데,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그림의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뮤지컬 '프리다'는 화가 프리다 칼로의 고통스러운 삶을 보여주며 그녀의 그림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가 얼마나 투쟁 속에서 나왔는 지 느끼게 해준다.


고통스러운 삶, 세상에 어느 누가 고통 없는 삶을 살았겠느냐마는 프리다의 삶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혀를 내두르게 된다. 저렇게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니, 고통을 딛고 행복에 한 걸음 다가서면 금세 바닥이 부서지고 또 다른 고통에 빠져버리다니, 그녀에게는 너무나 무심한 세상이었다. 그럼에도 프리다의 생애가, 그녀의 예술이 빛났던 것은 그런 고통의 연속에서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살아나갔다는 것에 있다. 심지어 '인생이여 만세!'를 외치기까지.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굉장히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일까 싶지만 뮤지컬 '프리다'는 극 속에서 프리다의 생애를 짚어주는 TV쇼 형식으로 진행이 되어 너무 무겁지 않게 분위기를 환기해준다. 그에 더하여 넘버가 굉장히 파워풀하고 밝아서 마치 강렬한 삶을 살았던 프리다와 닮았기도 하다. 게다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무대! 소품은 많지 않지만 무대 위쪽으로 극이 진행되면서 프리다의 작품들을 같이 보여주기 때문에 더더욱 프리다의 삶과 예술이 더 와닿는다.


그녀의 순탄치 않은 인생을 보고 있노라면 가장 편한 인생은 어쩌면 목표와 삶의 의지를 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힘든 인생의 방식, 투쟁하고 혁명하며 끝까지 살아나가고 미치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렸던 프리다. 누군가는 그렇게 살아서 인정받는 예술작품을 남겼기 때문에 프리다의 삶이 의미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뮤지컬을 보면서 내가 느낀 감정은 <살아나갔다는 것 자체가 주는 경이로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삶에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간을 사랑했고 예술을 사랑했다는 당당함. 두꺼운 껍질을 찢고 나온 새싹처럼, 콘크리트를 비집고 나와 끝내 꽃을 피운 이름 모를 풀처럼, 그녀의 생명력이 주는 대단한 에너지를 보면서 나는 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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