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 #달콤 #새콤
고온 다습한 날씨가 지구에 내린 축복이 있다.
탐스러운 빛깔과 달콤한 맛, 감미로운 향을 지닌 열대과일들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한다.
빅토리아 여왕이 사랑한 과일로 알려진 망고스틴부터 이제는 한국에서도 대중 과일이 된 망고,
지독한 냄새를 지니고도 당당히 ‘과일의 여왕’이라 불리는 두리안까지
열대지방의 햇빛을 가득 머금은 과일들을 알아본다.
TROPICAL FRUITS >> DURIAN
뾰족한 가시 표면으로 생김새부터 압도적인 두리안은 ‘지옥 같은 향기, 천국 같은 맛’으로 표현된다. 밀림 속에 있는 화장실 문을 확 연 듯 냄새는 고약하지만 껍질을 벗겨내면 달콤한 세계가 열리기 때문. 두리안의 말랑말랑한 속살은 냄새와 달리 생크림에 버터를 섞은 것처럼 달고 고소하다. 때문에 처음엔 도전하기 어렵지만 한번 맛을 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유혹에 빠져든다. 두리안은 영양 면에서도 굉장히 훌륭하다. 장 운동을 도와주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가 있는 이들이 먹으면 좋다. 몸이 차고 장염이 자주 걸리는 이들에게도 도움을 주며, 엽산이 풍부하고 칼슘 성분도 다량 함유돼 뼈 건강에도 좋다. 단 다이어트를 하거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주의하는 것이 좋다. 두리안을 고를 때는 만져보았을 때 단단한 것이 좋으며 보관할 때는 다른 음식과 멀리 실외에 두거나 얼려서 먹으면 맛도 좋고 냄새도 덜 난다. 두리안의 ‘두리’는 말레이시아어로 ‘가시’를 뜻한다.
TROPICAL FRUITS >> DRAGON FRUIT
선인장 가지에 매달린 모양이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드래곤프루츠라 이름 붙은 열대과일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피타야(Pitaya)라고도 한다. 빨갛고 우툴두툴한 껍질이 인상적인 이 과일은 화려한 모양새와 달리 밋밋한 맛을 지녔다. 신맛은 거의 없으며 가벼운 단맛과 꽃향기만 슬쩍 풍길 뿐이다. 처음 맛보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밍밍하게 느껴지는데, 이럴 땐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먹으면 좋다. 살짝 언 드래곤프루츠는 수분이 많아 아삭아삭 시원하게 씹히며, 검은 씨들이 톡톡 터져 재미있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드래곤프루츠는 중앙아메리카 및 열대지방의 나라들에서 재배되는데, 분홍색 껍질에 하얀 과육이 일반적이며 노란색 껍질에 하얀 과육, 또는 분홍색 껍질에 분홍 과육으로 된 것도 있다. 영양학적으로는 과육 100g당 칼륨 함량이 272mg으로 사과나 배보다 월등하며 각종 미네랄 성분과 항산화 물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TROPICAL FRUITS >>
MANGO & APPLE MANGO
망고의 재배 역사는 4000년~6000년으로 오래 전부터 인류와 함께 해왔다. 망고에는 석가모니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전해내려온다.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명상 끝에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가 사실은 보리수가 아닌 망고나무 아래 수양했다는 것. 그래서 인도에서는 망고가 ‘성스러운 과일’로 불린다. 망고는 천천히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우아한 곡선을 지니고 있는데, 입안에서의 질감도 부드럽고 묵직하다. 더불어 달디 단 즙과 향긋한 맛을 지녀 ‘열대의 복숭아’라고도 불린다. 망고는 말레이반도와 미얀마, 인도 북부 등이 원산지이며 아프리카나 멕시코, 하와이 등 열대 및 아열대 지방에서도 재배된다. 망고와 사과가 만나 만들어진 애플망고는 사과처럼 겉껍질이 붉고, 일반 망고에 비해 씨가 작고 과즙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항암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이 풍부하고, 야맹증에 좋은 비타민 A가 많이 들어 있어 최근 건강과일로 사랑 받는다.
TROPICAL FRUITS >> GUAVA
최근 인도 한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구아바에는 피부세포를 파괴하고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체내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산화방지제 성분이 사과의 5배, 바나나의 20배나 들어 있단다. 구아바는 뿌리부터 열매까지 먹을 수 있는 신비의 식물로 고대 잉카인들이 최초로 재배하고 먹었다고 전한다. 꼭지 반대쪽이 매끈매끈하고 색깔이 선명한 것이 잘 익은 것으로, 탐스럽게 익은 구아바는 싱그러운 향과 달콤한 맛을 자랑한다. 색에 따라 맛이 구분되는데 노란 것은 단맛이, 빨간 것은 신맛이 난다. 구아바는 껍질째 그냥 먹거나 갈아서 주스로, 잎과 과육을 말려 차로도 만들어 먹는다. 생선이나 고기를 요리할 때 넣으면 비린내와 누린내를 없애준다. 완전히 익지 않은 녹색 구아바는 신맛이 강한데, 변비로 고생할 때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TROPICAL FRUITS >> AVOCADO
요리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서 ‘풋내를 빼면 참치 대뱃살과 흡사한 맛’으로 표현된 아보카도. 실제로 잘 익은 아보카도를 슬라이스하여 간장에 찍어 맛보면 이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울퉁불퉁한 겉모습과 달리 잘 익은 아보카도의 과육은 버터처럼 촉촉하고 부드럽기 때문. 아보카도는 과실 중 영양가가 가장 높아 ‘숲의 버터’ ‘숲의 햄’이라고도 불리는데, 기네스북에도 가장 영양가가 높은 과실로 기록되어 있다. 역사적으로는 13세기 말 잉카 왕의 묘지에서 아보카도 씨가 처음 발견되었고, 멕시코의 원주민인 아즈텍족과 잉카의 인디오들은 일 년 내내 아보카도를 먹었다고 전한다. 아보카도는 그냥 먹기보다 다른 식재료들과 어우러지는 맛을 즐기기에 좋다. 과육에 소금이나 설탕을 뿌려 먹어도 좋고, 빵에 발라 먹거나 기름을 만들어 쓰기도 하며, 샌드위치나 김밥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원산지인 중남미 지역에서는 아보카도를 이용한 ‘과카몰리’라는 소스를 만드는 데 주로 이용한다.
TROPICAL FRUITS >> PAPAYA
콜럼버스가 맛본 후 ‘천사의 열매’라고 감탄했다는 파파야는 열대지방에서 널리 재배되는 과일이다. 이름은 같아도 노란색 파파야와 초록색 파파야는 맛이 완전히 다르다. 과일로 판매되는 노랗게 익은 파파야는 맛과 향이 달달한 것이 특징으로 가운데 씨를 제거한 후 멜론처럼 먹는다. 열량은 낮고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그린파파야는 수분감이 적은 아삭한 식감에 밍밍한 단맛을 가지고 있으며, 주 생산국인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요리에 사용한다. 샐러드로 많이 요리하는데 절임 등을 만들기도 하며 카레, 스튜에도 넣어 익혀 먹기도 한다. 그린 파파야에는 파파인 효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이 효소는 단백질 분해에 탁월하며, 음식을 소화시키는데 효과적이다.
TROPICAL FRUITS >> PASSION FRUIT
정열적인 이름과 산뜻한 신맛, 거기에 예상치 못한 속살까지 갖춘 과일이다. 브라질 남부가 원산지로 검붉게 익은 것과 노란빛을 띠는 것이 있다. 반을 갈라보면 오독오독 씹히는 씨와 새콤달콤한 젤리 같은 과육이 들어있다. 얼핏 개구리 알처럼 생긴 모양새지만 징그럽단 생각은 맛을 보는 순간 사라진다. 100가지의 향과 맛이 난다 하여 백향과라고 불릴 만큼 세상의 달콤한 것들이 모두 모인 맛이다. 당도가 높고 향긋하여 생으로 먹기에 좋고, 즙을 내어 디저트나 샐러드 드레싱, 음료로 즐기기에도 좋다. 여성에게 좋은 석류보다 비타민 C가 3배 이상 들었고 노화방지에도 효능이 있어 여신의 과일이라고도 불린다.
TROPICAL FRUITS >> MANGOSTEEN
망고스틴의 첫 인상은 당혹스럽다. 딱딱해 보이는 껍질, 붉은색과 검은색이 묘하게 섞인 강렬한 자주색,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과일을 덮고 있는 녹색 잎사귀…… 도무지 맛을 가늠할 수 없는 모양새다. 이 과일의 매력은 묘한 단맛을 지닌 보드라운 속살에 있다. 살짝만 힘을 줘도 스르륵 껍질을 벗어내는 망고스틴은 몽실몽실 살이 오른 흰색 과육을 지녔다. 언뜻 보면 우리네 마늘을 닮았다. 베어 무는 순간 찍~하고 과육이 입안에 퍼지면서 상큼하고 달콤한 과즙을 뿜어내는데, 처음 먹어보는 사람도 홀딱 반할 만큼 달고 맛있다.
망고스틴은 수분 함유량이 많아 체내 수분공급과 갈증 해소에 좋으며, 비타민C를 비롯해 각종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어 피부미용에도 뛰어나다. 과즙이 많아 살짝 얼렸다가 시원하게 먹으면 맛이 더욱 살아난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즐겨먹던 과일로도 유명하다.
TROPICAL FRUITS >> LITCHI
당나라 현종의 애첩 ‘양귀비’가 즐겨 먹었다는 리치는 갈색 껍질 속 투명한 흰색 과육이 풍부한 과즙과 쫄깃한 식감, 특유의 그윽한 향을 지닌 과일이다. 양귀비는 원래 현종의 열여덟 번째 아들에게 시집왔지만 현종이 미모에 반해 자신의 후궁으로 삼았다. 며느리를 후궁으로 삼은 현종은 양귀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리치이다. <신당서 양귀비전>에 따르면, 현종이 양귀비를 위해 준마를 동원, 천리길을 달려 리치를 구해오게 했다고 한다.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 리치는 기원전부터 재배한 기록이 있으며, 타 대륙으로 전파된 것은 100년 정도에 불과하다. 당도가 높고 향기가 좋아 고대부터 귀하게 여겼는데, 송나라 때 문인 소동파 또한 ‘과일 중 최고의 맛을 가졌다’고 칭송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으며 타이완, 동남아, 일본 오키나와, 호주, 미국의 플로리다, 하와이 등에서도 재배된다.
TROPICAL FRUITS >>ACAI BERRY
모든 여성들의 워너비 모델 ‘미란다 커’가 자신의 피부 건강과 몸매의 비결로 아사이베리 해독주스 레시피를 공개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아사이베리는 브라질 북부 아마존의 열대우림 지역 인근에 자생하는 베리류의 일종으로, ‘생명의 나무열매’라 불리며 수세기 동안 원주민들에게 각종 치료제이자 자양강장제로 쓰여왔다. 겉모습이 블루베리와 흡사한 아사이베리는 노화를 막는 항산화 성분이 블루베리의 21배, 키위의 115배나 함유되어 노안을 막고 피부 탄력 개선과 몸의 독소 제거에도 좋다. 또한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 및 폴리페놀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오메가 3·6·9, 탄수화물·단백질·비타민·칼슘과 철분 등 다양한 영양소들이 골고루 함유돼 있다. 딸기와 초콜릿을 합친 맛으로 달콤하고 새콤한 것이 특징이다.
: Yellow trip 카카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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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이현주(음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