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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lowballoon Jun 24. 2016

산길 따라 물길 따라
계절이 깔린 철길을 달리다

철로 위를 달리며 풍경과 하나가 되는 레일바이크 여행

초여름의 푸르름이 한창이다.
이 계절의 신록을 생동감 있게, 그러면서도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두 발로 페달을 밟아 철로 위를 달리며 풍경과 하나가 되는 레일바이크 여행이다. 철길 위에 느긋하게 몸을 싣고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초고속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색다른 추억을 남긴다.



여·수·······

오동도와 남해가 손에 잡힐 듯

여수는 낭만적인 도시다.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고,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 향기가 있고, 너와 함께 걷고 싶은 바다가 있어 언제든 떠나고 싶은 여행지다. 여수에선 어딜 가나 바다가 보이고 그래서 여수는 언제나 우리를 바다로 이끈다.

여수의 바다는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고, 곱게 이어진 바닷길을 따라 걸어도 좋고, 해양케이블카를 타고 바다를 가로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가장 각광받는 바다여행 방법은 따로 있다. 바로 3.5km 전 구간 해안가를 달리는 해양레일바이크다. 바닷가 철길을 따라 귀한 풍경을 선사하는 여수해양레일바이크는 철도 폐선 용지를 활용해 만들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안절벽을 따라 운행되고 있어 한려수도의 수려한 경관을 여과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달리는 사이 시원한 동굴도 만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노역자들이 바위산을 손으로 일일이 깎아 파낸 암석 동굴이다.

검은 모래로 유명한 만성리해수욕장에서 시작되는 해양레일바이크는 여수엑스포역 직전 터널 끝까지 갔다가 다시 만성리로 돌아오는 코스다. 레일바이크 후엔 신경통과 관절염, 부인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검은모래찜질을 즐겨도 좋다.


삼·척·해·양·레·일·바·이·크

바다가 닿는 철로에서 동해를 만나다

포말이 부서지는 동해 바다는 언제나 아름답다. 특히 7번 국도를 달리며 만나는 동해 풍경은 스쳐 지나가듯 만나도 눈과 마음이 그곳을 쉬이 놓지 못한다. 여기에 하나 더. 적어도 삼척에서는 또 다른 방법으로 동해를 만날 수 있다. 짙푸른 동해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해양레일바이크가 그것.

삼척해양레일바이크는 바다 내음이 가득한 궁촌해수욕장에서 시작된다. 용화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5.4km 구간에 울창한 해송들이 벗이 되어준다. 철길을 따라 두발로 페달을 굴러 달리는 사이사이엔 볼거리도 심심치 않게 이어진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펼쳐지는 디오라마와 루미나리에, 발광다이오드, 레이저쇼 등은 보는 이에게 신비로움을 전한다. 바퀴를 굴리다 땀이 나면 쉬어갈 수도 있다. 구간 중간에 위치한 간이역 초곡휴게소에 잠시 내려 동해의 낭만을 눈과 카메라에 담아 보자. 철로를 따라 자리한 무인 포토 존에서 색다른 추억을 남기는 것도 좋다.


······

경춘선의 새로운 낭만

한때 춘천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기차와 함께였다. 북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덜컹 덜컹’ 느긋하게 달리던 기차는 낭만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제 더 이상 춘천 가는 기차는 운행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경춘선의 시간이 멈춘 것은 아니다. 옛 경춘선의 아름다운 풍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강촌 레일바이크가 새로운 낭만과 추억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레일바이크로 만나는 경춘선 풍경은 기차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한다. 무엇보다 자연과 가깝고 추억이 있어 반갑다. 내리막 코스로 시작하는 초반부는 발을 구르지 않아도 쉬 속도감을 즐길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철로를 달리다 만나는 4개의 터널은 과거 기차 안에서 느낄 수 없었던 경춘선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한다. 터널을 지나면 철로 옆으로 시원한 물줄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변함 없이 그림 같은 풍경에 경춘선의 옛 추억이 소록소록 되살아난다.

강촌 레일바이크 종착역에는 그 이름만으로도 특별한 간이역이 있다, 김유정역. 소설가 김유정의 이름을 따 국내에서 유일하게 사람 이름을 역명으로 삼은 곳이다. 이름만큼이나 모습도 독특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많은 문학작품들을 대형 세트처럼 만들어 놓았다.


섬·진·강·레·일·바·이·크

섬진강이 길동무가 되어주는 철길

소박한 누이의 웃음처럼, 넉넉한 어머니의 품처럼 고요히 흐르는 섬진강. 이 섬진강이 잠시 쉬었다 가는 마을 곡성엔 섬진강을 묵묵히 지켜온 철로가 있다. 옛 전라선 철길이다. 이 철길 위에 자리한 옛 곡성역에 기차는 더이상 서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여전하다. 이곳에서 하얀 연기를 뿜는 국내 유일의 증기기관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곡성역에서 침곡역을 거쳐 가정역까지 10km를 달리는 열차는 길게 뻗은 섬진강을 만나는 색다른 방법이다.

가정역에서는 또 다른 방법으로 철길여행을 즐길 수 있다. 바로 섬진강 레일바이크다. 침곡역과 가정역 사이를 달리는 레일바이크 구간은 총 5.1km로 증기기관차가 운행되지 않는 시간에 하루 5회씩 운행된다. 국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섬진강변 철쭉꽃 길과 17번 국도를 따라 내달리는 섬진강레일바이크의 가장 큰 매력은 강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달릴 수 있다는 것. 넓지도 좁지도 않은 땅에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흐르는 섬진강이 달리는 내내 길동무가 되어준다.


문·경·철·로·자·전·거

오지 철길의 화려한 부활

전국에서 레일바이크가 가장 먼저 등장한 곳이 문경이라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석탄산업이 각광받던 1950년대, 매일 수백 톤의 석탄을 실은 열차가 검은 탄가루 날리며 오가던 가은선이 폐선된 후 문경의 철로는 쓸쓸하게 남겨졌고, 이를 안타까이 여기던 중 이 철로 위에 레일바이크가 오르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철로자전거'가 등장했다. 역사의 유물로 사라졌던 오지의 철길이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문경철로자전거는 산에 기대어 그리고 강에 기대어 달린다. 문경 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진남교반과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데, 철로 위에서 문경의 높고 깊은 산세와 안온한 마을 풍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운치 있다. 현재 문경철로자전거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5개 역(불정역∼진남역∼구랑리역∼가은역∼문경역)이 연결돼 5개 코스로 운행 중이다. 이중 진남역을 출발해 문경의 물길을 따라 달리는 제2코스는 왕복 7.2km 코스로 다소 길긴 하지만 계곡을 따라, 산길을 따라 달리는 길은 지루할 틈이 없다. 철로자전거는 운전석에 앉은 사람만 페달을 밟으며 움직이는 전동식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 처음 세 바퀴 정도만 힘주어 밟은 후에는 거의 힘이 들지 않는다.


글 _ 이현주




: Yellow trip 카카오 스토리

https://story.kakao.com/ch/yellow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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