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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lowballoon Aug 16. 2016

고즈넉한 쉼,
고택으로 떠나는 하룻밤 여행

일상이 시끄럽고 번잡하게 느껴질 때 쉼이 있는 고택으로의 여행을 추천한다

이 땅의 오래된 고장에는 낡았지만 곱게 늙은 집들이 있다.
자연의 기운이 막힘 없이 흐르고 산자락을 타고 온 바람은 마당을 맴도는,
저녁이면 손때 묻은 대청마루 위로 달빛이 내려앉는 집, 한옥 고택이다.
도시의 일상이 시끄럽고 번잡하게 느껴질 때, 고즈넉한 쉼이 그리울 때,
지나온 시간을 오롯이 품은 고택으로의 하룻밤 여행을 추천한다.

서운정 야경


안동 구름에

유실 위기의 고택에 생명을 불어넣은 전통 리조트

조선시대 선비를 배출하던 양반의 고장 안동에 몇 해 전 고택 리조트 단지가 생겼다. 전통 리조트 구름에가 그것. 전국에 한옥 형태로 지은 리조트는 많지만 오리지널 조선시대 고택에서 잠들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구름에는 1975년 안동댐 건설 당시 수몰지역 내에 있던 고택들을 옮겨와 만든 리조트다. 하룻밤을 청할 수 있는 곳은 계남고택과 칠곡고택, 제사를 준비하는 살림집이었던 팔회당재사와 감동재사,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서운정, 청옹정, 박산정 등이다. 각각 짧게는 200년, 길게는 400년의 역사를 품었다. 특히 박산정은 조선 후기 정3품 벼슬을 지낸 이지(1560~1631)가 학문 수양을 위해 건립한 정자로 400년이 넘은 옛집이다.

칠곡고택 사랑채

어느 고택이든 대문을 지나 마당에 들어서면 오래된 집이 풍기는 그윽한 분위기에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전통 리조트 구름에의 매력이다. 댓돌에 신발을 벗고 대청마루에 올라서면 눈앞으로 흐르는 물결 같은 산자락이 순하게 펼쳐진다. 머무는 이의 마음도 그 풍경따라 선비의 마음처럼 너그러워진다.

구름에는 고택을 단순히 깔끔하게 단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집 안에 과감하게 현대식 편의시설을 도입했다. 고택의 몸체에 호텔의 편리함을 짜임새 있게 들인 것. 한옥이 지닌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욕실과 화장실, 냉난방 시설과 첨단 보안 시스템까지 갖추었다. 특히 서운정의 욕실은 내부 시설도,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7성급 호텔 못지않다. 부대시설과 서비스 또한 훌륭하다. 리조트 단지 안에 카페, 레스토랑, 체력단련실 등의 휴게시설이 살뜰히 들어섰고 다양한 전통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서비스 데스크도 24시간 운영한다.




구름에 추억 담기
사계절의 다채로운 풍경을 자랑하는 전통 리조트 구름에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구름에 추억 담기’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한옥에 깃든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가족사진, 첫돌 사진, 커플 사진 등을 남길 수 있다. 가격은 주중, 주말로 나뉘며 ‘숙박+촬영’ 패키지 상품도 이용할 수 있다.


함양 일두고택

풍류 가득한 고택에서 즐기는 그윽한 술 한잔

경남 함양은 산자락, 골짜기마다 선비의 풍류가 흐르는 땅이다. 그중에서도 지곡면에 자리한 개평마을은 선비의 풍류가 깊이 흐르는 양반마을이다. 조선 성종 때의 대학자인 정여창 선생의 일두고택은 명문가의 면모를 모두 갖춘 경남 지방의 대표적인 고택이자 개평마을을 대표하는 집. 3천 여 평의 넓은 집터에는 솟을대문을 비롯해 사랑채, 안채, 행랑채, 풍랑채 등 11동의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핵심 공간인 사랑채에는 선비의 푸른 기상을 상징하는 소나무가 굵게 휘어진 채 자태를 뽐낸다.

일두고택에서는 옛집을 지은 선조들의 지혜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마가 처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세운 보조 기둥, 습기를 막기 위한 하단 석조, 나무 기둥의 수리를 용이하게 한 짜맞춤, 안채를 지키는 아낙들의 치맛자락을 배려해 낮춰 놓은 문턱 등 곳곳에서 사람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보인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명품고택’으로 지정된 일두고택의 안사랑채와 행랑채에서 선비의 풍류를 즐기며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 또 500년 세월을 이어온 이 집의 가양주인 솔송주도 맛볼 수 있다. 돌담 하나를 마주한 고택 맞은편에서 정여창 선생 16대손 며느리가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옛날 방법 그대로 여전히 술을 빚는다. 고택 앞에 위치한 솔송주 명가원에서 시음과 구매가 가능하다.



봉화 만산고택

조선시대 선비의 글과 마음을 만나는 집

봉화는 산이 아름답고 물빛이 고운 고장이다. 예부터 산빛 물빛 고운 곳에는 어김없이 선비들이 찾아들었고, 지금도 봉화에서는 가는 곳마다 옛 사람들의 시간을 만나게 된다. 춘양목으로 유명한 봉화군 춘양면에도 조선 선비의 멋과 마음을 만날 수 있는 집이 있다. 만산 강용 선생이 고종 15년(1878)에 지은 만산고택이다.

만산고택은 전형적인 조선시대 사대부 가옥이다. 솟을대문을 지나 마당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사랑채가, 왼쪽으로는 서실이, 오른쪽엔 별채 칠류헌이, 사랑채 뒤편에는 본채가 웅크리듯 자리를 잡았다. 춘양목으로 지은 고택은 1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당당하고 기품 있는 자태를 뽐낸다.

만산고택의 멋을 제대로 느끼려면 곳곳에 걸린 현판에 시선을 두어야 한다. 사랑채에 걸린 ‘만산(晩山)’이라는 현판은 흥선대원군이, 서실에 걸려있는 ‘한묵청연(翰墨淸緣)’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 이은이 8살 때 쓴 글씨다. 별채에 붙어 있는 ‘칠류헌(七柳軒)’은 민족대표 33인중 한 명인 애국지사 오세창이 쓴 글이다. 허나 아쉽게도 현재 걸려 있는 현판은 모두 탁본이다. 진품은 모두 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과거 만산고택을 찾아온 문객들이 묵었던 칠류헌은 지금도 길손이 묵어갈 수 있는 곳이다. 넓은 대청마루와 결이 고운 대들보, 팔각형의 창호문이 고풍스럽다. 현재 이 집을 지키는 이는 만산 강용 선생의 4대손인 강백기 씨 부부다. 박학다식한 주인으로부터 듣는 역사 이야기와 안주인이 내놓는 맛깔스런 밥상은 만산고택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고택의 멋과 맛이다.



전주 학인당

궁중 건축양식을 입은 108년 역사의 개화기 한옥

700여 채의 한옥이 오밀조밀 몸을 맞댄 전주 한옥마을은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마을이다. 을사조약 후 상권을 장악한 일본인들이 이곳에 집을 짓기 시작하자 이들의 세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주 사람들이 풍남문 쪽에 한옥을 짓고 살면서 지금의 한옥마을이 되었다. 이 한옥마을의 중심에 학인당이 있다. 고종 때 전주의 대부호 백낙중 선생이 4,000여 명의 목수들을 동원해 2년 6개월에 걸쳐 지은 집이다. 이색적인 것은 학인당에서 궁중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 본래 전라도식 한옥 처마는 곡선을 그리고 휘어지는데, 학인당의 것은 추녀 쪽에서 직선으로 솟아올라 있다. 지붕을 받치는 기둥도 궁궐이나 유명 사찰에서 쓰던 도리기둥이다. 조선말 왕권이 붕괴하자 궁중 건축양식이 민간주택에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주목할 곳은 전면이 유리문으로 된 학인당 본채다. 조선시대 말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유리로 만든 여닫이문에 서재, 세면장, 목욕탕, 화장실 등개화기 주택 모습을 그대로 갖췄다. 우리나라 최초로 오페라극장처럼 사용하던 공간이기도 하다. 전주의 명물인 판소리 공연이 있을 때 이 공간을 활용했는데, 천장이 높고 공간이 넓어서 음악이 집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한다. 해방 후에는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한 정부 요인들의 영빈관으로도 쓰였다.

학인당은 역사적인 공간만은 아니다. 이 집 종부는 이곳에서 직접 살림을 살고 본채, 별당채, 사랑채에서 여행객을 맞는다. 아침에 정갈하고 깔끔한 종갓집 밥상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자랑이다. 학인당에는 손님을 위한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종부가 들려주는 ‘학인당 이야기’와 ‘선비차와 규방다례’, ‘한복입고 전통예절 배우기’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하다.



아산 외암민속마을

마음 속 그리운 고향을 닮은 전통마을

전통을 지켜온 고택의 고고함과 초가의 푸근한 풍경이 어우러진 외암민속마을. 500년 역사를 품은 이 마을에서 시간은 도시와 다른 속도로 흐른다. 마을길로 들어서 만나는 풍경은 고요하고, 낮고, 작고, 소박하다. 무엇보다 좁고 굽은 길을 단조롭게 흐르는 지붕의 풍경이 순하다. 시각을 자극하는 어떤 것도 없다. 대신 이곳에서는 코와 귀가 즐겁다. 실제로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이라서 걷다 보면 매캐한 듯 구수한 간장과 청국장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싼 설화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은 귀를 시원하게 한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외암민속마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중후하면서 자연스러운 곡선미를 뽐내는 돌담길이다. 부드럽게 휘어지다가도 곧은길을 드러내 보이는 돌담길에는 친근함과 엄격함이 공존한다. 돌담길을 따라 걷노라면 다양한 고택을 만난다. 참판댁을 비롯해 건재고택, 송화댁, 외암종가댁, 참봉댁 등의 반가와 그 주변의 초가들은 비교적 과거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마을 곳곳에서 전통가옥 체험이 가능하며, 대대로 이어온 종가만의 비법이 담긴 농가밥상을 맛볼 수도 있다. 전통장 체험 등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


글 _ yellow trip 이현주

사진 _ 안동 구름에, 이현주, 박민석




: Yellow trip 카카오 스토리

https://story.kakao.com/ch/yellow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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