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여름 보양식
더위야 물렀거라!
여름 보양식 나가신다~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는 한여름 더위가 한창이다. 우리 선조들은 여름이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해진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었는데 이를 ‘복달임’이라 했다. 이때 복은 엎드릴 ‘복(伏)’자를 써 더위를 굴복시킨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즉 더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본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도 더위를 물리치는 그 나라만의 특별한 보양식이 있다.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보양식, 그 열정적인 맛의 세계로 안내한다.
한국을 넘어 이젠 세계인의 보양식,
한국인의 복달임 음식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역시 삼계탕이다.
‘복날=삼계탕’이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잡았을 만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다.
삼계탕은 언제부터 이렇게 대중적인 보양식이 됐을까?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삼계탕의 원형으로 보는 닭백숙은 조선시대에 이미 존재했으나 삼계탕과는 다른 요리였다. 삼계탕의 시작은 일제강점기다. 여유 있는 집에서 닭백숙이나 닭국에 백삼가루를 넣어 먹은 것이 시초다. 그러다 1950년대 전후에 별개의 요리로 정착되면서 식당에서 팔기 시작했는데, 당시엔 지금과 달리 삼이 아닌 인삼가루를 사용했다. 1960년대에 인삼 재배가 자유화되고 냉장고의 보급으로 장기 보존이 가능해지자 인삼으로 바뀌었다. 또 저렴한 수입 사료와 성장이 빠른 품종의 닭이 보급되면서 지금의 대중적인 복날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삼계탕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꼭 먹어야 할 한국 건강식으로도 꼽힌다.
중국의 양기 보강식,
중국 전역에서 모여든 진귀한 재료를 사용해 3일간 180종류의 요리를 즐기는 대연회식 만한전석(滿漢全席).
이 만한전석에 빠지지 않는 재료가 바로 사슴 힘줄인 루찐(鹿筋)이다. 동물성 젤라틴이 풍부한 사슴 힘줄은 양기를 보강해 노화를 방지하고 원기를 돋워주는 최고의 보양 재료로 꼽힌다. 말린 사슴 힘줄을 요리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물과 기름에 담가 충분히 불려야 한다. 그리고 갖은 채소와 전분을 넣어 볶거나 탕으로 끓인다.
사슴 힘줄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요리는 불도장이다. 참선 중이던 스님이 불도장 냄새에 이끌려 담장을 넘었다는 이야기가 전할 만큼 매력적인 음식이다. 불도장은 사슴 힘줄을 비롯해 원기회복에 좋은 잉어 부레, 상어 지느러미와 입술, 돼지 힘줄, 전복, 조개, 버섯, 죽순 등이 들어가는 보양식계의 어벤저스급 메뉴다.
프랑스의 여름 보양식,
여름철 무더위로 입맛을 잃은 프랑스인들이 찾는 식재료는 고기가 아닌 채소다. 특히 제철을 맞은 토마토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제철 음식이야말로 더위로 지친 몸을 위한 최고의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토마토로 만드는 프랑스 대표 보양식은 라타뚜이. 토마토에 가지, 호박, 피망 등 제철 채소와 허브, 올리브 오일을 넣고 뭉근히 끓여 만든 채소 스튜다.
본래 라타뚜이는 메인 요리에 곁들이거나 가벼운 식사로 즐기는 요리이지만 여름철이면 건강을 위해 특히 즐겨 먹는다. 태양이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날 파리의 어느 식당에서 뜨끈한 라타뚜이를 한그릇 비워보자. 땀줄기가 주르륵 흐른 후 온몸이 개운해지는 상쾌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파리에서 즐길 수 있는 이열치열 메뉴, 바로 라타뚜이다.
이란 사람들의 에너지원,
우리에게 곰국이 있다면 이란에는 걀레파체가 있다. 양 또는 염소의 머리와 발을 통째로 넣고 5시간 이상 끓인 음식으로 ‘걀레’는 머리, ‘파체’는 다리를 의미한다. 이란의 식당에서 걀레파체를 주문하면 국물과 고기를 따로 담아 내준다. 고기는 부위를 선택해 맛볼 수 있는데, 다리가 제일 싸고 머리에 붙은 살이 비싸며, 머리에서도 눈과 혀가 가장 비싸다. 푹 고아낸 뽀얀 국물에는 빵을 적셔 먹는다. 우리나라 보신탕이 그렇듯 이란에서도 걀레파체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이다.
또한 이란에서는 이 음식을 꼭 아침에 먹는다고 한다. 밤에 먹게 되면 몸에서 열이나 잠을 못 자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필리핀 최고의 인기 보양식,
필리핀 사람과 친구가 되려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다. 필리핀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발롯이다. 부화하기 전의 오리알을 삶은 발롯은 상하의 나라 필리핀에서 가장 대중적인 보양식이다. 수정 후 12~18일 사이의 오리알을 삶아서 먹는데, 보통 17일 정도 된 것을 가장 즐겨 먹는다. 수정한 지 오래된 것일수록 오리 모습에 가까워 외국인이 도전하기 쉽지 않다. 형체를 보지 않고 먹으면 그리 거북하지 않고, 맛도 맥반석 계란처럼 쫄깃하고 일반 달걀보다 3배는 고소하다고.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서 세계 10대 혐오음식으로 선정하기도 했지만, 필리핀 현지인에게는 최고의 인기 음식이다. 해질 무렵이면 자전거 앞에 스티로폼 박스를 달고 “발로옷~”을 외치며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발롯 파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 말고기 순대,
말과 양고기를 즐겨 먹는 우즈베키스탄의 최고 보양식은 말고기다. 그중에서도 말고기로 만든 소시지 ‘카지’는 가장 인기있는 보양식이자 별미다. 우리나라 순대와 비슷한 모양인 까지는 말 창자 안에 말의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는 뱃살 부위를 넣어 만든다. 오래 삶아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며 빵, 양파와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칼로리가 높아 먹고 나면 말의 힘이 몸에 들어온 듯 기력회복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비싸고 귀한 음식이라 현지에서도 결혼식이나 큰 명절, 생일에만 즐긴다고.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보양식,
한국의 복날에 해당하는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에 일본인들은 무더위로 약해진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장어를 먹는다. 죽어가던 사람이 장어를 먹고 살아났다는 전설이 전할 만큼 일본인의 장어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일본의 다양한 장어요리 중에서도 가장 사랑 받는 음식은 우나동, 즉 장어덮밥이다. 잘 지은 밥 위에 달콤하고 짭조름한 소스를 발라 구운 장어구이를 올려 먹는다. 우나동에는 민물장어를 사용하는데. 비타민 A의 함량이 무려 쇠고기의 200배라니 무더위로 약해진 기력을 회복하기에 제격인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사막의 더위를 이겨낸 아랍의 보양식,
평균 기온 40도를 자랑하는 아랍 지역에는 극심한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보양식 문화가 발달했다. 아랍 레스토랑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보양식 중 하나는 막로바이다. 양고기에 쌀, 가지, 그리고 갖가지 향신료를 넣어 만드는 막로바는 아랍 지역 사람들이 한여름이 되면 즐겨 먹는 대표적인 보양식. 막로바의 주재료는 양고기, 그중에서도 단백질이 풍부하면서 지방 함유량이 적은 양고기 어깨살을 사용한다.
데이비드 베컴의 보양 간식,
한 예능 프로그램에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즐겨 먹는 보양간식으로 소개되면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음식이다. 베컴은 평소 스태미나를 위해 장어젤리를 즐겨 먹는데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이적 당시 가장 그리워했던 음식 또한 장어젤리였다고. 장어젤리는 영국 토종 민물장어를 토막 내어 푹 삶은 뒤 식초나 레몬즙을 넣고 차게 굳혀 먹는 음식이다. 민물장어는 특유의 흙냄새가 나는데, 영국에서는 그 흙냄새를 하나의 풍미로 생각하며 먹는다. 18세기 영국에서 장어는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식재료였기 때문에 서민들이 많이 먹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특히 널리 사랑을 받았단다. 현재 영국에는 장어젤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있으며 아예 제품화해 용기에 넣어 판매되는 것도 있다.
스페인의 더위를 쫓는 마시는 샐러드,
유럽에서 덥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나라가 스페인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더위를 피하기 위해
가스파초라는 차가운 토마토 수프를 만들어 먹었다. 스페인 사람들에게 토마토는 ‘여성에게는 생생한 젊음을, 남성에게는 활력을 주는 채소’로 여겨진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유래한 가스파초는 잘 익은 토마토에 피망, 오이, 마늘, 빵, 올리브 오일, 식초, 얼음물을 함께 갈아 만든다. 비타민과 철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소화 흡수가 빨라 여름철 기력회복에 탁월한 음식으로 손꼽힌다. 신선한 채소에 열을 가하지 않고 만들어
‘마시는 샐러드’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러시아 대표 보양식,
먹으면 수명이 길어지고 성욕이 왕성해진다는 철갑상어는 빙하기를 견뎌낸 선사시대의 물고기다. 이 철갑상어의 알젓인 캐비아는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히며 단백질과 지방,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 러시아에서는 오래 전부터 보양식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캐비아 중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벨루가 캐비아는 까맣고 윤기가 흐르는 모습이 먹기 아까울 만큼 예쁘다. 담백하면서도 짭짤한 비린 맛을 품고 있어 비린내를 눌러주는 신맛을 더해 먹는다. 전통적으로 러시아 사람들은 블리니(Blini)라는 작고 얇은 호밀 팬케이크에 사워크림을 적당히 바르고 그 위에 캐비아를 얹어 먹는다.
글 _ yellow trip 이현주
: Yellow trip 카카오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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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llow trip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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