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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lowballoon Nov 17. 2016

인간의 탐욕이 만든
잔인한 요리들

‘미식’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다.

‘미식’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다. 그리고 미식이 반영된 다양한 음식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왔다. 하지만 간혹 인류의 욕심은 무분별한 사냥과 사육, 잔인한 조리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금도 세계 각국의 탐욕의 식탁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음식들이 오른다. 인간의 그릇된 탐욕이 만들어낸 세계의 잔인한 음식들을 알아봤다.



전설이 된

곰발바닥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곰발바닥 요리는 예로부터 ‘산해진미’로 분류돼 중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실제 맹자(孟子) 또한 이런 말을 남겼다. “곰발바닥도 먹고 싶고 물고기도 먹고 싶지만, 하나를 고르라면 곰발바닥을 먹겠다.” 곰발바닥 요리가 얼마나 맛있기에 맹자마저 이런 말을 했을까. 겨울이면 곰은 동면에 들어가는데, 오랜 동면 기간 버틸 영양분을 앞발에 저장해 두었다가 배가 고프면 혀로 핥는다고 한다. 즉 곰의 앞발은 영양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타액까지 묻어 있어 최고의 요리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과거 중국인들은 식당에서 곰발바닥 요리 주문 시 꼭 오른발을 주문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꿀을 좋아하는 곰이 꿀을 먹을 때 왼발로 벌집을 잡고 오른발로 찍어 먹어 오른발에 영양이 더 많기 때문이라나.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이제 이걸 따질 필요는 없다. 곰은 멸종 위기 보호동물로 지정돼 사냥을 하거나 도축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돼 있어 곰발바닥 요리는 더 이상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진미?

자라냄비요리

아마존의 정글을 배경으로 한 모 예능 프로그램에 이 요리가 등장했다. 정글 탐험을 떠난 대원들이 만난 아마존의 원주민 부족장이 맛있는 요리라고 권한 음식이 바로 이 자라요리였던 것. 자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도 최상급 요리 재료로 쓰인다. 허나 대원들은 아무도 이 요리를 먹지 못했다. 원주민의 자라 조리법이 너무도 잔인했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은 솥뚜껑만 한 자라를 산 채로 불 위에 뒤집어 얹어 놓고 요리를 했다. 그렇게 하면 자라의 등껍질이 자연 냄비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자라탕 조리법도 잔인하기는 마찬가지다. 먼저 양념을 해놓은 탕 속에 살아 있는 자라를 넣고 서서히 익힌다. 자라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 탕 온도가 올라가면서 뜨거움을 느낀 자라가 탕을 자연스럽게 마시게 된다고. 이 과정을 통해 양념이 자연스럽게 자라의 몸 속으로 흡수되어 탕의 풍미를 더한다고 한다.



‘신이 볼까’ 얼굴을 가리고 먹는 음식,

오르톨랑

오르톨랑(Ortolan)은 ‘프랑스의 영혼을 구현하는 요리’라는 찬사를 받는 요리이면서 동시에 잔인한 요리 방법으로 인해 법으로 금지된 요리이다. 오르톨랑은 크기 16cm, 무게 20~25g의 아주 작은 멧새로 프랑스에서는 최고급 요리 재료로 쓰여왔다. 그런데 이 작은 새를 요리하는 과정이 잔인하기 그지없다. 오르톨랑 요리법은 <악마의 정원에서: 금지된 음식이 지닌 죄악의 역사>란 책에 상세히 나와 있다. 먼저 새를 산 채로 잡은 후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상자에 가둬놓고, 한 달 동안 수수, 포도, 무화과 등을 먹인다. 이 과정에서 새가 앞을 보지 못하고 오로지 먹기만 하도록 눈알을 뺀다. 뒤룩뒤룩 살찐 새가 원래 크기보다 4배 이상으로 커지면 브랜디의 일종인 아르마냑(Armagnac)에 담가 익사시킨다. 이를 꺼내 오븐에서 6~8분가량 구운 후 내놓는 것이 ‘영혼을 구현하는 맛’이라는 오르톨랑 요리다. 오르톨랑을 먹을 땐 새의 머리만 남긴 채 통째로 입에 넣는다. 뉴욕타임즈는 오르톨랑의 맛을 ‘첫맛은 헤이즐넛과 비슷한데, 뼈와 살까지 통째로 씹어 먹으면 신세계가 펼쳐진다’라고 전했다. 이 요리를 먹는 방법 또한 특이하다. 냅킨을 얼굴에 둘러써야 하기 때문. 성직자 장 앙뗄메 브리아 사바랭이 ‘오르톨랑을 폭식한다는 사실을 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냅킨을 뒤집어쓰고 먹었다는 데서 유래한 풍습이다. 하지만 말만 이렇고 실제로는 요리의 향을 깊이 음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프랑스는 1999년 오르톨랑을 식사 메뉴에 올리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이 새가 멸종 위기에 처했기 때문.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르톨랑을 찾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2014년 ‘프랑스 요리사들을 중심으로 오르톨랑 요리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절망의 진미, 

푸아그라

프랑스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죽기 전 한 말이 있다. ‘빠데 드 푸아그라(푸아그라를 먹고 싶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해 프랑스 왕족과 귀족들의 극진한 사랑을 받았던 푸아그라는 세계 3대 요리 중 하나로 꼽히지만, 이 역시 거위를 학대해 얻어낸 식재료이다.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한 거위 사육 방식은 너무도 잔인하다. 먼저 약 석 달이 된 거위를 잡아 움직일 수 없도록 좁은 우리 안에 넣고 목을 고정한 뒤 긴 튜브를 위장까지 꽂아 하루에 두세 번씩 불린 옥수수를 쏟아 붓는다. 사료를 강제로 부어 넣으면 목구멍으로 잘 넘기지 못하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물을 퍼붓는다. 이렇게 일정 기간이 지나면 거위의 간에 지방이 축적되어 정상 크기의 10배까지 부풀어 오른다. 이 과정에서 거위나 오리가 피를 흘리며 죽는 경우도 있고, 간이 커져 제대로 서 있지 못하기도 한다. 이렇게 잔인한 사육 방식 때문에 유럽에서는 1999년 이래 대다수의 나라들이 푸아그라의 생산, 판매를 불법화하고 있다. 지금은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프랑스를 비롯해 벨기에, 스페인 등 4~5개국만 생산하고 있다. 이런 전 세계적인 우려와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프랑스 의회는 2005년 ‘푸아그라는 프랑스의 문화유산’이라는 내용의 법률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전 세계적인 비판을 받기도 했다.

푸아그라의 시작은 이집트!

전 세계에서 푸아그라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프랑스이지만, 사실 푸아그라는 기원전 25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처음 먹기 시작했다. 겨울이면 이집트 나일강변에는 추위를 피해 날아온 야생 거위와 오리들이 가득했는데, 겨울을 나고 북쪽으로 돌아가는 장거리 여행에 대비해 야생 거위와 오리 등 야생 철새들은 엄청난 양의 무화과를 먹었다. 이때 이집트 사람들은 거위들이 과식으로 인해 간이 살찌면서 지방질이 잔뜩 저장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더 많은 지방간을 생산하기 위해 거위에게 강제로 무화과를 먹여 간에 지방을 축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바람에 말린 닭,

펑깐지

티베트 지역의 닭고기 조리법으로 그 잔인한 역사만 2000년이 넘었다고 한다. 펑깐지 요리법의 최대 포인트는 속도다. 먼저 살아있는 닭의 털을 매우 빠른 속도로 뽑아낸 후 내장을 제거한다. 그런 다음 각종 양념을 닭의 뱃속에 밀어 넣은 후 꿰맨다. 마지막으로 소금을 골고루 잘 바른 다음에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 놓는데, 이때까지 닭이 죽지 않고 살아있어야 한다. 즉 털이 뽑혀 매달린 채 바람에 말려 죽기를 기다려 먹는 음식인 것이다. 그래서 양념이 다 돼 바람에 널어 둔 사이에도 닭은 ‘꼬꼬…’ ‘꾸꾸…’ 등 소리를 내며 울부짖는다고….



산 생쥐 날로 먹기,

싼쯔얼

요리법은 중국 요리 가운데 가장 간단하다. 갓 태어난 새끼 쥐를 산 채로 먹는 엽기적인 음식이기 때문이다. ‘쯔얼(吱儿)’은 새끼 쥐의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로, ‘싼쯔얼’ 즉 새끼 쥐가 세 번 ‘찍’하며 운다는 의미다. 이 요리를 주문하면 막 세상에 태어난 새끼 쥐가 접시에 담겨 나온다. 젓가락으로 살아있는 쥐를 잡아 올리는 순간 ‘쯔얼(吱儿)’, 쥐를 들어 양념장에 담그는 순간 ‘쯔얼’, 마지막으로 사람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쯔얼’, 이렇게 세 번 운다고 한다. 중국 외에도 쥐고기를 먹는 나라가 적지 않다. 먹어본 사람들의 얘기로는 육질이 쫄깃쫄깃하면서도 맛은 부드럽다고 한다. 페루 안데스산맥 일대에 사는 케추아족은 우리가 닭을 기르듯 집에서 쥐의 일종인 모르모트를 기른다.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그 놈을 잡아 기름에 튀겨 만든 ‘쿠이(Cuy)’라는 음식을 내놓는 것이 풍습이라고 한다.

양고기는 세계 각국에서 널리 식용으로 이용되는 재료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 양고기마저도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조리해 먹는다. 방법은 이렇다. 출산 직전의 암컷 양을 숯불에 올려 통째로 굽는다. 어미 양이 불 위에서 골고루 잘 익었다 싶으면, 칼로 배를 갈라 뱃속에 든 새끼 양을 꺼내 먹는데, 이렇게 하면 직접 새끼 양을 통구이하는 것 보다 육질이 훨씬 부드럽고 맛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새끼 양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잔인함 때문에 탄카오루양은 임산부가 절대로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으로 꼽힌다. 이 요리를 먹은 임산부는 유산을 하게 되는데, 꿈에 양의 탈을 쓴 의사가 나타나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를 씹어 먹는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새끼오리 물갈퀴 철판구이, 

카오야장

카오야장은 오리발바닥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닭발과 오리발을 먹기에 무엇이 잔인할까 싶지만, 만드는 과정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조리법은 이렇다. 먼저 불에 달구어진 두툼한 철판에 양념을 바른다. 그 다음 살아있는 오리를 철판 위에 올린 후 철망을 씌운다. 열기가 오를수록 오리는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데, 시간이 지나 오리발은 다 익어도 오리는 아직 살아 있다. 이때 잔인하게도 오리 다리만 잘라내 접시에 담아 제공한다. 다리 이외의 부분은 다른 조리법으로 요리해 손님상에 올린다.



상어 지느러미 요리,

샥스핀

중국의 호화로운 잔치에 빠지지 않는 고급 요리인 샥스핀은 그 자체로 부와 명예의 상징인 요리가 됐지만 그 시작은 초라하다. 명나라 때 중국 함대가 아프리카까지 긴 항해를 떠났는데 식량이 바닥나자 원주민들이 먹고 버린 상어 지느러미를 주워다 끓여 먹은 것에서 시작됐다는 것. 그 후 중국인의 식탁에 자주 오르게 되었으며,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저우언라이 당시 총리가 국빈 만찬에 샥스핀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국빈 만찬에까지 오르는 샥스핀이 문제가 되는 것은 상어 지느러미를 얻기 위해 거치는 잔혹한 학살 때문이다. 상어 몸통은 식용 가치가 낮고 공간을 많이 차지해 지느러미만 채취하고 상어 몸통은 바다에 버리는 잔인한 어업 형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 문제는 상어는 부레가 없기 때문에 지느러미가 없으면 헤엄을 칠 수 없어 바다로 돌아가면 바로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이미 유럽연합, 미국, 싱가포르, 타이만, 홍콩 등지에서는 샥스핀 판매를 금지 또는 규제하고 있다.

글 _ Yellow trip 이현주



: Yellow trip 카카오 스토리

https://story.kakao.com/ch/yellow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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