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들어보셨나요? 1997년 당시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 대학원생이던 대니얼 사이먼스가 설계한 실험입니다.
실험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한 팀에 3명씩 두 팀을 구성해 3대 3 농구를 합니다. 이때 한 팀은 흰색, 다른 팀은 검은색 운동복을 입고 있죠. 사이먼스는 이 영상을 보여주며 흰색 팀 팀원들이 서로 공을 몇 번이나 패스하는지를 세어보라고 요구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집중해서 패스 횟수를 셌고 영상이 끝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15회라고 정답을 말했습니다. 그때 사이먼스가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혹시 고릴라를 보셨나요?”
고릴라? 사람들이 황당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습니다. 농구게임을 하고 있는데 고릴라라니? 이 얼마나 황당한 말인가요? 이렇게 이상한 상황을 못 봤을 리가 없는데. 어리둥절한 사람들에게 다시 영상을 틀어줬습니다. 농구 게임을 하는 사람들 틈으로 고릴라 분장을 한 사람이 가슴을 두드리며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화면 구석에 작게 나온 것도 아니고 중앙에서 아주 커다랗게 등장한 고릴라. 그런데 아무도 고릴라를 보지 못한 것이죠.
사이먼스는 이러한 현상을 ‘지속적인 부주의에 의한 맹시’라는 심리 현상으로 설명했습니다. 사물을 보고 있으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흔하게 '부주의 맹'이라고 부릅니다. 시각이 모든 현상을 보기에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선택적으로 삭제해버려서 나타나는 현상이죠.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 선택적으로 볼 것을 정해버리고 그 외의 것은 삭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모든 것을 다 볼 거야!'라고 다짐하며 노력해야 할까요? 그러기엔 너무 많은 에너지가 무의미하게 소모될 뿐입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어차피 선택적으로 일부만 볼 수 있다면, 그 선택을 내가 하는 것입니다. 즉, 선택적으로 보는 것을 무의식이 아니라 의식의 상태로 바꾸는 것이죠.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냥 마음만 먹은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책을 내야겠다.' 다짐을 했죠. 한 달이 지났을까. 가족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을 가게 되었습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잠깐 사이 별생각 없이 핸드폰으로 서핑을 하던 중 눈에 들어온 문구. “책을 쓰고 싶은 분들에게 무료 강의를 해드립니다. 선착순으로 마감됩니다.”라는 글. 평소라면 보지 못하고 스쳐갈 수도 있었는데 굉장히 강하게 저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저는 망설임 없이 바로 신청 글을 남기고 비행기를 탔죠. 가족 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문자가 와 있었습니다. “책 쓰기 강의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책을 쓰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자 기가 막힌 타이밍에 기회가 찾아왔고 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것이 모두 우연일까요? 단지 타이밍이 좋았던 걸까요? 사실 다른 때도 그 기회는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전에는 고릴라를 보지 못했듯, 눈앞에서 그 기회를 흘려보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거예요. 흘려보냈는지 인식하지도 못하고 말이죠. 하지만 '책을 내겠다.'라는 목표에 집중하고 있자 그 기회가 너무나 선명하게 제 눈에 들어왔던 것이죠. 그 강의를 듣고 책을 쓰고 싶다는 목표는 더욱 강해졌고 강의 후에도 좀 더 글쓰기에 매진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2월. 저는 첫 책을 출판할 수 있었습니다.
자, 오늘 하루 무엇을 보기로 선택하시겠습니까?
‘오늘 하루 무엇을 볼 것인가’를 정하는 것은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하는 일입니다. 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무의식에 의해 선택되는 것만을 눈에 담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의식적으로 선택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공 바인더를 쓰면서 ‘오늘 할 일’을 정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