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여행하며 느낀 잡생각을 씁니다.
<필리핀 여행 경로 정리 1>
1.
2019년 12월 9일부터 12월 26일까지, 필리핀 세부 지역 여행 정리.
(그때그때 기록했어야 했는데 이제야 하려니 기억이 가물가물 한 게 많네... 참고로 현재 필리핀 환율은 1페소가 22.80원 정도)
2.
*세부 시티 (Cebu City)
- 2019년 12월 9일 인천 출발, 11시 반에 세부 막탄 (Mactan) 공항 도착. 2시간 이상 기다려 심사대 통과하는 바람에 너무 늦어서 택시를 타야 했음. 숙소는 카밀이 출발하기 직전 북킹 닷컴(booking.com)으로 공항 근처 숙소를 잡았는데 리뷰가 보통이어서 크게 기대는 안 했지만 가격 대비 별로였음. 택시는 200 페소 정도. Connecting Flight Mactan Cebu Hostel은 퀸 사이즈 배드룸 1200 페소, 조식 불포함. (공항은 세부 시티 옆의 섬, Lapu-lapu city에 있음)
- 다음날 세부 시티의 Mad Monkey Hostel로 옮기고 1박. 수영장이 있는 루프탑 바를 멋지게 꾸며놔서 그런지 10, 20대 젊은 서양 백패커스에게 인기가 많은 호스텔. 방은 깨끗하고 좋았음. 새벽 1시 넘게까지 바에서 음악을 아주 크게 트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는데, 이 사실에 대해선 체크인할 때 직원이 미리 경고했었음. 아이는 밤 9시 이후 바에 출입할 수 없고 늦게까지 파티가 열리며, 그래서 가족은 거의 오지 않는다고. 미루는 밤 9시까지 수영장에서 놀고 다음 날 아침에도 일찍부터 놀면서 뽕을 뽑았음. (막상 수영장에서 노는 사람은 미루와 카밀 밖에 없었다는 사실. 하하!) 카밀이 바에 있는 여행자들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딱히 흥미를 느끼지 못함. 아직은 치기 어린 젊은 유럽 여행자들. 하나같이 핸드폰에 머리 박고 있었음. 혹시 BTS 노래가 나올까 했으나 그냥 뚜구둥뚜구둥 반복되는 비트의 지루한 EDM 음악. 케이팝 나이트를 만들어랏! 스탠다드 퀸 룸 일박에 1200 페소, 조식 불포함. EDM 음악과 수영장이라니, 이게 재미있었어서 딱히 불만은 없음.
- 매드 몽키로 옮길 때 일반 필리핀 버스 지프니(Jeepney)를 이용. 지프를 개조해 버스처럼 만든 교통수단인데 딱히 정류장 없이 경로만 맞으면 어디서든 세워서 탈 수 있음. 배낭을 메고 탔는지라 불편했음. 얼마였는지 기억 안 남.
- 시내로 걸어가 Santo Niño 성당과 마젤란 십자가를 봄. 스페인 식민지였는데 포르투갈 출신의 탐험가의 십자가가 있다는 사실이 재밌었음. 마젤란은 막탄 공항이 있는 라푸라푸 섬에서 죽었음. 세부는 특히 가톨릭 문화가 강한데 시내 구경을 한 날 마침 성모 마리아 동상을 옮기며 행진을 하는 행사를 하고 있었음. 무슨 날이었나 본데 나중에 안 찾아봄. 이리 게을러서야.
- 세부 시티는 너무 정신이 없고 길거리의 가난이 아주 적나라해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음.
3.
*모알보알 (Moal Boal)
- 11일 밤에 사우스 버스 정류장(South Bus Terminal)에서 바토(Bato)행 버스를 타고 모알보알로. 버스는 시간마다 있고 좌석이 다 채워지면 출발함. 그냥 올라타 직원에게 바로 돈을 내는 형식. 3 사람 500 페소. 로컬 버스가 편한 버스이길 바라는 건 사치임.
- 매드 몽키 호스텔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그냥 택시를 탔음. 택시비는 기억 안 남. 호스텔 앞에서 경비원이 택시를 잡아줬음. 치안 때문인지 몰라도 건물 앞에 항상 총을 찬 경비원이 있음.
- 버스 직원이 우리가 가는 곳을 기억해 모알보알에 도착했다며 큰 소리로 알려줌. 내려서 바로 트라이시클을 잡아 타고 (필리핀 오토바이 택시. 오토바이 옆에 보조좌석을 달아놓은 형태인데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의 툭툭하고는 조금 다르게 생겼음.) 카밀에 예전에 머물렀던 바부 게스트하우스(Babu Backpacker's Inn)로 향함. 트라이시클은 100 페소.
- 전에 카밀이 혼자 세부를 여행했을 때 왔던 곳인데 그때 주인인 바부에게 가족과 함께 꼭 다시 오겠다 약속했다고. 40대 후반 싱글 여성 바부는 진짜 약속을 지켰다며 늦게 도착한 우리를 아주 반갑게 맞아줌. 지내는 동안 미루를 아주 예뻐해 줬음. 바부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던 게 아쉬움. 지나가는 말로 가족과 무슨 문제가 있다고 했음.
- 대나무로 만든 귀여운 게스트하우스. 해변가까지는 약 10분을 걸어가야 함. 계속 확장하며 공사 중이었는데 하루 날 잡아서 카밀과 미루가 새로 방 만드는 걸 도와줌. 나무 옮기기에 맛 들인 미루는 계속 옮길 나무 없냐고 일감을 요구. 모알보알 시청에서 갑자기 숙소 앞 길을 확장한다며 숙소 벽을 1미터 안으로 옮기라는 명령이 내려져서 난감하다고. 원래 작은 풀장을 만들 계획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공사를 멈춘 상태. 벽을 옮기는 덴 엄청난 비용이 드는데 시청 일이라 뭐라 반박도 못하고, 주변 이웃들과 함께 민원을 넣을 계획 중이라고.
- 11일 밤에 도착해 15일 아침에 떠났음. 총 4박. 일반 도미토리 방에 4개의 침대가 있는데 우리가 그냥 도미토리 방 하나를 다 씀. 원래 하룻밤에 500 페소인데 250 페소로 깎아줌. 제값을 내겠다고 했는데도 바부가 한사코 거부함. 대나무 집인지라 여러모로 뚫린 곳이 많아서 방음이 안 돼 아침에 좀 불편했지만 (수탉의 꼬끼오 소리, 강아지 짖는 소리, 오토바이 소리, 옆 집 공사 소리 등등...) 그래도 분위기는 좋았음. 리조트 좋아하는 사람에겐 비추. 백패커스들이 좋아할 공간.
- 드디어 마사지를 받음! Moalboal Spa And Massage. 메인 거리 시작 부분에 딱 있어서 그냥 생각 없이 들어가 받았는데, 받은 두 번 모두 좋았음. 한 번은 구성이 좋았고 한 번은 악력이 좋았음. 처음 받았던 마사지사는 젊은 25살 여자였는데 아이가 둘이라고 해서 깜짝 놀람. 3살과 1살. 남편이 게을러서 일을 안 하는데 대신 아이들은 잘 본다고. My husband is very lazy so I have to work! 어딜 가나 결혼은 여자에겐 손해. 케이팝을 좋아한다며 끝나고 같이 사진 찍자고 제안. 오일 마사지 1시간 670 페소.
- 모알보알은 거북이와 정어리떼를 볼 수 있기로 유명해서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우린 그런 것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액티비티는 하나도 안 하고 그냥 바다와 노을 보며 유유자적. 주로 Panagsama Beach에 있었음. 관광객 상대인지라 레스토랑은 다 고만고만. 딱히 맛집은 없는 듯. 음식은 대부분 150에서 250 페소 사이. 약간 외각에 있는 Mayim Beach Bar의 분위기와 뷰가 조용하고 좋아서 거기 오래 있었음.
- 바부 숙소 앞에 다른 게스트하우스 직원이 레이디 보이였는데 매일 밤 딱 붙는 빨간 드레스를 차려 입고 메인 거리로 가기 위해 오토바이를 부르는 게 재밌었음. 몸매가 아주 예뻤음. 서양인 남자 친구를 만드는 걸 좋아함. 마을에 레이디 보이가 꽤 많음.
- 다들 날 현지인으로 암. 이젠 놀랍지도 않음. 동남아 어딜 가든 현지인으로 변신하는 대단한 내 능력. 얼굴이 타서 더 그런 듯. 미루는 해먹에 누워있는 걸 아주 좋아했음. 언젠가 우리 집이 생기면 해먹은 꼭 다는 걸로.
- 그리고 싶은 풍경을 많이 담았는데, 과연 언제??
오늘은 여기까지.
이후의 경로는 다음 잡설에. 일기장을 뒤지며 기억을 짜내고 또 짜내고 있음.
2020년 1월 4일, 오늘은 미루의 만 7살 생일임. 이 녀석이 세상에 나온 지 7년이라니, 귀신이 곡할 노릇임.
오늘의 잡설 대신 여행의 잡설을 시작합니다.
여행의 여러 사진과 동영상은 instagram.com/nomadbabymiru에서 보실 수 있고, 그 전의 여행 이야기는 브런치 북 '공항에서 당신이 한 마지막 질문'과 매거진 '나는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에서 더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