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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low Duck Sep 06. 2022

이 아줌마 머리 속엔 뭐가 있을까 #1

씩씩한 승연 씨의 이방인 일기 2022년 9월 1일

(페북과 인스타에 올리는 일기를 이제서야 브런치에도 올린다. 9월 1일부터 시작했고 지금은 9월 6일이므로 1일부터 5일까지의 일기를 연속적으로 올린다. 이후엔 페북, 인스타, 브런치에 같이 올려야지.)


바야흐로 2022년 9월 1일. 

여기는 네덜란드고, 

난 여전히 최승연이다. 

여전히 한국인이고, 

여전히 여성이며, 

여전히 키가 작고, 

여전히 남편과 딸아이와 살며, 

여전히 곱창을 좋아하지만 없어서 못 먹는다. 


오늘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마침내’ 네덜란드에서 개봉했다. 

암스테르담에나 가야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근처 동네 영화관에서도 개봉해서 부랴부랴 시간 맞춰 보러 가서 조금 전에 돌아왔다.

나 외에 9명의 관객이 있었고, 중간에 한 명은 나갔다. 

보는 내내 박해일은 참 희한한 얼굴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정말 축복받은 얼굴이다. 

영화를 본 후 집으로 걸어오면서 ‘일기 쓸 결심’을 했다. 

그래서 이렇게 앉아 9월 2일로 넘어가는 시간을 17분 남겨놓고 후다닥 쓴다. 

마침 9월 1일이라 뭔가 시작하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든다.

날짜를 미루지 않고 그날 일기는 그날에 쓰기로 결심했으므로 시간 안에 다 쓰지 못하면 가차없이 끝내고 내일 일기에서 이어갈 것이다. 

의식의 흐름처럼 마구 쓰는 거라서 정리되지 않은 글일 거다. 


왜 뜬금없이 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었는지는 그 이유를 파고들어 가야겠으나 사실 파고들 것도 없이 너무 간단해서 민망하다.

간단히 말하면 이거다. 

절박함. 

그리고 조급함. 

이 괴상한 감독의 기묘한 영화를 본 후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과 조급함.

어디서 누군가는 이런 영화를 만들어내는데 난 여기서 뭐하고 있나, 

뭐 이런 돼도 않는 발칙한 생각. 

아, 물론 박찬욱 감독과 날 동급으로 생각하는 건 절대로 아니지만 (내가 뭐라고) 왠지 억울했다. 

왜 억울한지는 나도


#일기 #헤어질결심 #현타 #이방인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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