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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low Duck Sep 15. 2022

이 아줌마 머리 속엔 뭐가 있을까 #14

씩씩한 승연 씨의 이방인 일기 2022년 9월 14일

씩씩한 승연 씨의 이방인 일기 #14


2022년 9월 14일 


어제 맛있게 먹은 연어 스테이크가 냉동 연어였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하는 중이다. 

어쩐지, 짠돌이 카밀이 웬일로 연어를 네 덩이나 샀나 싶더라니... 

네 덩이 패키지 냉동 연어가 5유로 40센트라고 했다. 

원화로.. 7,500원 정도 하나? 

그래, 이 정도면 싸니까 샀겠지. 염전 왕 카밀이 어련하겠냐고. 

요즘 한국 물가가 엄청나다고, 특히 장바구니 물가가 말도 아니라고 들었는데,

한국도 (비록 냉동이라고 해도) 연어 네 덩이를 7,500원에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아버지가 시금치를 바닥에 내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용보다는 다들 요즘 시금치 값이 얼만데 저게 무슨 짓이냐고 분노를 금치 못하더라. 

오늘 장 볼 때 얼마를 썼는지 보자. 

(네덜란드 슈퍼 체인 알버트 하인(Albert Heijn)에서 샀음) 

오이 한 개 89센트(무게에 따라 다름, 1,238원), 

작은 당근 300그램 1유로 (1,391원), 

사과 1킬로 세일 1.99유로 (2,768원),

우유 1리터 1.39유로 (1,933원), 

계란 10개 세트 1.99유로 (2,768원), 

통밀빵 큰 거 1.45유로 (2,017원), 

닭 다리 500그램 2.99유로 (4,159원), 

그래서 오늘 장 본 거 총액은 11,7유로, 즉 오늘 자 환율로 16,274원.    

(3유로 넘어가면 안 사는 경향이 있다. 고기 빼고.) 

자, 이 정도면 요즘 한국 물가와 비교했을 때 싼 건가, 아닌가?  

내 소비 패턴은 좀 희한한데, 

숫자에서만큼은 ‘쟤 바보 아니야?’ 할 정도로 개념이 제로이고 

가계부를 쓴다든가 물건 가격을 비교해 가며 사는 꼼꼼함도 없고

또 물건을 보고 살까 말까 고민하거나 

이게 잘 사는 건지 아닌지 생각하는 걸 귀찮아 하기 때문에

(아니, ‘돈 쓰는 날 못 믿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거다)  

꼭 필요한 거 말고는 아예 소비를 안 하는 쪽을 택한다.

다행히 물욕이 없어서 사고 싶은 걸 못 사서 안달할 때는 없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돈을 안 쓴다고 해도 걱정이다.  

전기세도 오르고, 기름값도 오르고, 곡류 가격도 오르고,

돈 들어갈 곳이 한둘이 아닌데 이렇게 기본 소비 가격이 올라가 버리면

가끔 스시를 먹는다거나 극장에 간다거나 하는 

소소한 재미를 누리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지 않은가? 

전쟁 일으키는 러시아가 밉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공룡 대기업이 밉고, 

그런 대기업 세금 감면하는 정부가 밉고, 

나아가 자유경제가 밉고 자본주의가 밉고,

그냥 세상만사가 다 밉고... 이렇게 돌고 도는 악순환.   

‘걱정 안 하고 살만큼의 돈’이란 얼마일까?

카밀은 샤워하는 미루에게 너무 오래 하지 말라고 소리치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냉동도 맛있네? 

정말 당황스러워. 그게 냉동이었다니. 

냉동식품이 맛없다는 건 내 편견이었어.  


9월 중순이 되니 쌀쌀해진다.

미루 옷을 정리했는데, 바지를 사야 할 것 같다.

샴푸랑 치약도 떨어져 가고 파란색 색연필도 닳아가고 쓰레기봉투도 떨어져 간다.

하아... 끝이 없다. 

흠, 냉동 연어 얘기하다가 살림 걱정으로 빠졌네.

그래서 오늘 저녁은 돈 들일 것 없이 간단히 마늘 잔뜩 넣은 오일 파스타로 때웠다.

내일은 뭘 먹나?


#일기 #이방인일기 #먹고살걱정 #살림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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