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아줌마 머리 속엔 뭐가 있을까 #26

씩씩한 승연 씨의 이방인 일기 2022년 9월 26일

by Yellow Duck

이 아줌마 머리 속엔 뭐가 있을까 (씩씩한 승연 씨의 이방인 일기) #26


2022년 9월 26일


종일 네덜란드어 공부를 했다.

처음 뉴욕으로 유학갔을 때 영어 공부만 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다른 거 아무것도 안 하고 하나만 해도 되던 때.

토플 점수를 한국에서 받고 갔는지 아니면 뉴욕에서 시험 봤는지 당최 기억나질 않는데,

그래도 32 가의 영어 학원에 다닌 게 어렴풋이 기억나는 걸 보면 뉴욕에서도 시험을 봤지 싶다.

토플 만점이 몇 점이었는지, 또 내가 몇 점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네.

아마 대학원 지원 가능 커트라인에 맞춰서 받았을 거다.

(생각하면 할수록 내가 대학원에 붙었다는 건... 진짜 운이 좋았어!)

아무튼, 확실한 목표가 있고 거기에만 매달릴 수 있었던 때.

내 목표는 대학원 입학이었고, 양옆 시야가 가린 경주마처럼

영어 공부와 포트폴리오 준비에만 매진하면 되던 때.

진짜 내가 고3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지 하던 때.

종일 유튜브 영상에서 말하는 문장을 듣고, 따라 하고, 받아 적고, 밑줄 치고, 중얼거리며 외우고 하다 보니

다른 거 생각 없이 공부’만’ 해도 행복하겠구나 싶었다.

얼마나 좋아, 딱 이것’만’ 하면 되잖아.

학문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항상 이런 ‘공부의 희열’을 느낄까?

무한정 단순할 때 느끼는 해방감은 의외로 심리적 안정을 준다.

그동안 공부했던 영상 말고 다른 영상을 보며 공부했는데 이 영상이 훨씬 잘 맞았다.

몇 번 반복해서 들었더니 알아들을 수 있었다니까!

내가 너무 레벨을 위로 잡고 공부했던 것 같아.

아무튼, 오랜만에 글쓰기와 그림에서 벗어나 다른 걸 하니까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알바도 있고 글도 써야지 싶은데 내일도 그냥 공부하련다.

네덜란드어 안 예쁘다고 투덜거렸는데 계속 하니 익숙해지네.

Ik moet meer Nederlands studeren!


며칠 전에 점을 봤다.

카카오톡 통화 품질이 좋아서 전화로도 충분히 상담이 가능했다.

크게 좋을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크게 나쁠 것도 없다고 하셨다.

즉, 대박은 없다는 거다.

‘젊었을 때 잘 나갔네요’라고 하셨다.

‘그리고 잘나셨어요.’라고 하셨다.

잘 나갔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나름 재밌게 살았다고,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딱히 불만 없다고 대답했다.

겸손할까 말까 살짝 고민헸으나 ‘예, 저 잘났습니다’라고 뻔뻔하게 대답했다.

‘예, 맞아요. 잘나셨어요.’라고 진지하게 답하셔서

농담이 먹히지 않아 뻘쭘하고 민망했다.

쩝, 그런데 ‘내가 왕년에 말이야~’ 좋아봤자 뭐하나, 말년이 좋아야 할 것 아닌가.

내 운이 기울더라도 카밀의 운이 풀리니 괜찮다고 하셨다.

그러니 이혼하지 말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사이 꽤 좋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대답했다.

2024년에나 지금 하는 일이 풀린다고 하셔서,

살짝 김샜으나 그때 생각했다.

내가 운명을 거스르리라.

‘너 운명? 나 승연이야!’ 떵떵거리며.

조금 전에 카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Don’t leave m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물론 마지막으로 보탰지.

Ik hou van je. ^^

나 점 보는 거 좋아한다.

어디 용한 분 아시면 소개해달라.


이번 주 내내 비가 온다고 한다.

이젠 꽤 추워서 아침엔 겨울 잠바를 꺼내 입어야 한다.

겨울옷을 꺼낼 때가 되었다니, 참나...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일기 #이방인일기 #네덜란드어 #언어공부 #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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