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아줌마 머리 속엔 뭐가 있을까 #27

씩씩한 승연 씨의 이방인 일기 2022년 9월 27일

by Yellow Duck

이 아줌마 머리 속엔 뭐가 있을까 (씩씩한 승연 씨의 이방인 일기) #27


2022년 9월 27일


(올렸다가, 지웠다가, 다시 올린다. 조언을 듣고 싶기도 하고.)

어제 미루가 선언한 게 있다.

남자친구와 재결합(get back together)했다고.

미루는 올해 초부터 반 친구 A와 남친-여친(!) 관계였는데

여름 방학 전에 헤어졌었다.

이유는, 미루 말 그대로를 빌리면,

- I don’t want to make my life crazy.

즉 A가 자기를 미치게 해서 헤어진다는 거였다.

당시 내가 크게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몇몇 걱정스러운 점이 있어서

친구 관계, 연인 관계 등 인간 관계 자체에 대해 정말 많은 대화를 했는데

저렇게 헤어졌다길래 그런가보다 넘어갔었다.

(... 라고 말하고 뒤로 돌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이렇게 재결합을 선언하다니!

이유를 물어보니 A가 자기에게 말했단다.

이제 자신이 달라졌으니,

헤어지게 된 결정적 이유 몇 가지들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약속한다고.

그래서 조금 망설였지만 오케이 했단다.

('몇 가지 이유'에 대해서는 쓰지 않겠다. A의 프라이버시도 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어제 방과 후 다른 친구가 같이 놀자는 제안도 거절하고 집으로 가자길래

- 아니, 왜 그 좋아하는 afspreken(친구 집에 가서 놀기)을 안 해?

물었더니 비밀이라며 답을 안 한다.

그러더니 집으로 돌아와 바로 지 방에 쏙 들어가서는

컴퓨터로 A와 히히덕거리며 노는 거라!

허허허허허.....

그런데 A가 미루에게 한 말이 흥미롭다/웃긴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 남자친구-여자친구 할 수도 없고 결혼도 할 수 없다’고 했단다.

왜냐고?

종교가 달라서.

부모님이 같은 종교의 사람하고만 결혼할 수 있다고 했단다.

미루가 무신경하게 툭 말했다.

- 어차피 크면 우린 헤어져야 하잖아. 그러니까 it’s ok for now.

뭐야, 뭐가 이리 쿨 해?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 I’m so happy that we don’t have a religion! Rule이 너무 많아!

허허허허허.....

‘내가 이렇게 저렇게 달라졌으니 다시 만나자’라고 자신있게 말하면서도

‘어른이 되면 우리는 만날 수 없다’라고 시작부터 선을 긋는 이 아이 A.

이 아이는 진정 자신을 명징하게 적시하는 걸까?

요즘 만 9살 아이들은 이런가? 이 맨탈은 뭐지?

먼저 명확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니, 미루야, 그렇다면 굳이 '남자친구 - 여자친구' 규정 안 해도 되잖아?

그저 허허허허허.....

난 미루에게 엄마랑 했던 얘기들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A와 채팅하는 것도 시간 정해서 하고 문제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더불어 궁금해서 같은 반 다른 남자아이들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다른 아이들은 시끄럽고 정신없어서 그냥 그렇단다.

A가 제일 괜찮단다.

아, 예... 어련하시겠어요... 허허허허허.....

오늘이 학교 소풍날이었는데, 얘기를 듣자 하니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 같다.

전에 헤어질 때도 알아서 먼저 정리했으니

이번에도 우선은 지켜봐야겠다.

아아~ 설익은 밥 같은 만 9살의 사랑이여!

한 살 한 살 아이가 커갈 때마다 난 새로운 카오스의 문을 연다.

앞으로 골치 꽤나 아프겠다.

아놔...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오늘처럼 으스스스 비가 오는 날에는 얼큰한 국물이 최고다.

낮에 초대받아 먹은 얼큰 칼국수에 삘 받아서

(오랜만에 후끈하게 잘 먹었어요! 땡큐~ 땡큐~)

레시피를 뒤져 저녁으로 돼지고기 된장찌개를 해줬더니

미루가 두 공기를 후루루룩 청소기처럼 흡수해버렸다.

내일도 해달라며 엄마가 계속 한국 음식 해줘서 좋다고 한다.

역시 옛말 그대로,

논에 물 들어가는 거랑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큼 보기 좋은 건 없다.

미루야, 잘 먹고 잘 자라거라!

그리고 멋진 사랑을 하거라!

지금도, 그리고 커서도!


#일기 #이방인일기 #퍼피러브 #남자친구 #육아고민 #조언부탁드립니다

유튜브에서 찾은 레시피는 바로 이거.


https://youtu.be/nA--0hu1Z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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