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함께 키워줘. 네가 할 수 있을 때까지만]
그날은 혜선과 2주 만에 저녁을 함께 먹는 날이었다.
진경의 집 근처로 찾아오겠다는 혜선과 익숙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진경은 늘 그렇듯 최근 있었던 일들을 의미 있는 일과 현재는 의미가 없지만 미래를 보고 견뎌낸 일들을 분류하며 혜선에게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삶이 허하게 느껴지지 않을까라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었다.
성취하는 것이 목표가 아닌 진경은 가끔 사람들에게 성공하고 싶은 건가 오해받기도 하지만 진경의 선택은 조금씩 빗나갔다.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을 하다가는 갑자기 사회학을 공부하겠다고 휴직을 하지 않나 24시간 쉬지 않고 고민하며 일에 매달리다가는 상담공부를 하겠다고 야간 대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1년 치 아니 10년 치 계획을 짜고 있는 듯 보이다가도 어느 날은 네팔에 다녀와야겠다면서 배낭을 메고 출근을 해서는 퇴근하고 공항으로 달려갔다. 과제를 친구들과 공유하지 않아 동료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지만 비도덕적인 지식의 획득이나 불결함을 싫어하는 진경을 안다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혜선이 말했다.
진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혜선이었다.
“내가 뭘 해주면 돼?”
진경은 혜선에게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그다음 주 혜선은 진경의 집으로 들어왔다.
파티를 하지도 잘 살아보자는 다짐도 없었다.
서로의 공간을 나누고 함께 쓸 공간과 따로 쓸 공간을 정해 진경이 제안하면 혜선이 모두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