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진경과 혜선의 동거]
야경이 훌륭한 집이다. 노을이 아름다운 집이었다.
혜선이 들어오기 전까지 진경은 노을과 야경을 보여주는 서쪽 창 아래에서 책을 읽거나 일기를 썼다.
저녁을 먹고 혜선이
“자자 시작한다. 노을 쑈~ 너 같은 애가 어떻게 이런 집을 골랐니.
넌 참 의외의 구석이 있어.
그래서 내가 참고 좋아해 주는 거라니까”
그때부터 진경은 노을 지는 저녁에는 창가에서 혜선이 말한 노을 쇼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때로 진경은
“하늘이라는 것이 아주 묘하다.
저 위에 우주가 있고 우리 이 행성에 붙어서 둥둥 떠다니고 있다는 거지. 그게 말야...”
하면, 혜선은 머리를 흔들며 그냥 보라고 했다.
노을 쇼가 끝나면 야경이 나타났다. 방에 불을 꺼야 보이는 야경을 보며 혜선은 조용히 태교를 했다.
혜선이 진경의 집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씩 배가 부풀어 올랐고 도와할 일이 많아졌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고 어떻게 배가 이렇게 불러오게 되었냐고 진경은 묻지 않았다. 혜선이 이미 결정했고 모든 상황과 대상을 용서했으며, 혜선은 현재가 중요한, 사랑이 많은 아이였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진경에게, 질문을 가장한 비난을 하지 않는 세상에 몇 안 되는 사람이 혜선이였다.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혜선은 진경의 일상을 최대한 변화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가끔 진경이 무심히 “나 뭐 해?”하면
혜선도 “할 수 있어? 그럼 여기 뒤에 크림을 발라줘."
혹은 "내가 먹고 싶은 게 있는데 배불러서 혼자 먹으러 가면 좀 그래 같이 먹어줘 ”하는 정도였다.
다섯 달 후에 아기가 태어났다.
그날도 병원으로 혼자 가서는 연락을 했다.
"퇴근해서 없으면 놀랄 까봐 연락한 거야. 진통 중" 씩씩한 문자였다.
진경이 도착하고 한참 뒤, 새벽을 지나고 아침이 되어서야 아기를 낳았다.
여자아이였다.
혜선과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아이를 보며 혹시 다른 아이랑 바뀐 게 아닐까 둘러보았지만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진경은 처음 물었다.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닌 것 같네...”
“네가 내 주변의 남자 중에 아는 사람이 있기는 하냐.”
그러고 보니 혜선의 사람들에 관해서는 이름만 알고 있지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