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은 혜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6

[6. 늘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

by yellowjelly

혜선의 결정은 늘 복잡하지 않았다. 자기 앞에 놓인 상황 중 좀 더 나은 선택을 하고는 그 길을 걸을 뿐이라고 했다.

"내가 좋아하고 좀 더 이쁜 걸 선택하면 다 괜찮아져."


내가 좋아하는 것, 이쁜 게 도대체 무엇인지 어려운 진경에는 어려운 답이었다.

선택의 결과와 의미를 생각하느라 늘 진지하고, 이유가 합당한 지 결과는 이로운지 놓친 게 없는지 살피느라 망설이고, 때로 잘못된 선택이라 생각되면 죄책감과 수치심에 몸부림을 치는 진경. 혜선의 말처럼 현실에 발 붙이고 하나씩 선택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혜선은 늘 좋은 선택을 했고 그렇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혜선은 세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부러웠다.



그런 혜선이지만 얼굴도 본 적 없는 엄마를 만나기 전엔 꾀 복잡했다. 왜 지금 만나자고 하는 걸까, 만나는 것이 내 인생에 의미가 있는 걸까 고민했다.


“마흔 살이 되어서 엄마라니... 이제 내가 돌봐야 하는 일만 남은 거 아니니?

그런데 보고 싶어. 미쳤지?”


“내가 뭐 해주면 되니?”

“이야기를 들어주면 되지.”

늘 그랬든 혜선은 좋아하고 좀 더 이쁜 것을 선택했다.



엄마를 만나고 온 날 혜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 저녁을 먹다가

“나랑 수아도 닮았니?”

물었다.


엄마를 만나러 나간 날 저 멀리 앉아 있는데도 바로 알겠더란다. 너무 닮아서, 혜선과 똑같이 생긴 여자가 앉아 있어서 누가 봐도 모녀 사이였다고 한다. 엄마는 여러 번 멀리서 혜선을 봤다고, 대학을 졸업하고 그 이후에는 할머니를 통해 소식을 듣다가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혜선을 봐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혜선의 엄마는 다행히도 건강했고 재혼한 새아버지도 괜찮은 분이었다. 여동생이 두 명이 있었고 첫째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둘이나 낳았고 둘째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는 혜선의 어머니가 보낸 반찬들이 며칠 뒤 집으로 도착했다. 낯선 맛이었지만 엄마가 보낸 음식이 맞았다. 김치통 위에 비닐로 공기를 꼭꼭 정성 들여 막았고 반찬 위에는 깨가 소복이 뿌려져 있었다.

“혜선, 난 네가 먼저 먹기 전에는 손 못 대겠다.”

며 웃었다.

“너네 엄마가 보낸 것 같은 비주얼이네. 엄마들한테 깨가 유행인가 봐”

반찬은 그 후로 몇 번 더 오고는 끝났다.

혜선이 보내지 말라고 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혜선이 엄마의 집에 다녀왔고 간간이 전화 통화를 하는 것 같았다. 서울에서 동생들을 만났고 수아의 옷과 선물을 받아왔다.



수아가 5살이 되던 해 혜선은 수아를 엄마에게 한 달 보내겠다고 했다.


진경은 어리둥절했다.

‘너는 수아의 엄마이고 난 수아의 이모야. 왜 한 달을 보내야 하는 거야?’

묻고 싶었지만 멀뚱이 쳐다만 보았다.

혜선은

“41살이야. 너는 여기저기 여행을 혼자 많이 다니고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서 잘 모르겠지만 나도 한 번쯤 인도에 가보고 싶어.”



그렇게 혜선은 인도로 한 달간 여행을 떠났다.

41년간 고생한 자신을 위한 선물이란다.

세상에 자신이 무언가 요구할 수 있는 사람 비슷한 게 생겼으니 더 늙기 전에 다른 여자들이 하는 것처럼 친정집에 아이 맡기기를 해 보고 싶단다. 그리고 42살이 되면 더 늙을 테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인도 여행을 다녀와야겠단다.


이유가 필요했던 걸 보니 혜선가 마음이 불편했던 모양이라고 진경은 생각했다.


“선물씩이나... 늘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

그리고 뒤돌아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진경은 5년 만에 홀로 남겨졌다.

같이 키워줘 네가 할 수 있을 때까지만 이라고 했지만

시작도 끝도 혜선이 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