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진경, 난 결혼을 해야겠어.]
혜선이 인도 여행에서 돌아왔다.
휴가까지 내고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진경을 보고는
“넌 역시 특이한 애야. 혼자 있어서 좋았구나”
말하며 웃었다. 그러고는
운동을 해야겠어, 커피를 마셔야 겠어처럼 무심하게 말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지만 진경은 혜선라면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인도 바라나시에 갠지스 강으로 가는 길목에 차를 마시는 카페가 있었단다.
갠지스강으로 가려면 꼭 그 카페 앞을 지나가야 하는 데 두 시간 정도를 앉아 있는 동안
죽은 사람을 태우로 들어가고,
이어서 결혼한 신랑신부가 지나가고,
태어난 아기를 축복하는 행렬이 지나갔다고 한다.
인도를 가본 적 없는 진경은 혜선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혜선이 무언가 바라는 마음으로 무심해 행렬을 지켜보다 의미를 부여했건, 여행가이드가 지어낸 이야기를 혜선이 마음에 들었건, 아님 말 그대로 사실이건 진경은 혜선이 그랬다면 맞는 거였다. 혜선이 그러고 싶었던 거였다.
혜선은 두 시간 사이에 쉴 새 없이 지나가는 그런 이상한 행렬을 보고 갠지스강에 갔는데 타다만 죽은 자 옆에서 축복하는 물세례를 하는 광경이 펼쳐졌단다.
진경은 웃었고 늘 그렇듯 설득되었다고, 알겠다고 했다.
혜선은 돌아오는 주말에 두 명의 남자를 만났다. 토요일에 한 명, 일요일에 한 명을 만나고는 토요일의 남자보다는 일요일의 남자가 조금 나은 것 같다며 일요일의 남자에게 연락을 했다. 그렇게 만난 지 한 달 만에 예식장을 예약하고 3개월 후에 결혼을 했다.
42살에 결혼 준비 하는 친구를 보며 진경은 삶의 방향이라는 거, 의미라는 거 없는데 지금 나도 결혼이란 걸 결심해 봐야 하는 걸까? 몇 년쯤 후에 혜선의 모습을 보며 '그때 했어야 했어 '라고 후회란 걸 할 가능성이 있을까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진경은 혜선이 자기 결혼식에는 멋진 친구로 와야 한다며 골라준 옷을 사 입고 혜선의 결혼식에 다녀와서는 역시 '미친 짓'이란 생각을 했다.
혜선라면 몰라도 진경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