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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빈 시간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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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ug 24. 2021

커피(Coffee), 나만의 브랜딩 만들기


매일같이 에스프레소 수동머신으로 열잔 가까이 카피를 내려먹다보니 커피가루 찌꺼기가 하루에도 그릇 하나 가득이다. 불편한 대신 카페가서 커피 마시는 비용이 약된다.


로스팅 기술을 보유한 친구가 직접 볶아준 커피콩이 떨어져 원래 보유한 (시중에서 파는) 커피를 마시려 하니 확실히 맛의 차이가 확연하다. 한번 길들여진 입맛은 다시 수치를 조정하기가 쉽지않다. 기호음료를 마실때마다 아쉬움과 불만이 나올거라면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먼저 시도하는 방법은 블랜딩 (섞는것) 이다.


"사람들은 블루 마운틴 맛있다고 하는데 왜 나는 별로라고 두번 돈내고 안 마시겠다는 인식이 박혔을까?"


"너 얼마 주고 마셨는데 ?"

"글쎄.. 만원 안 넘었던것 같고 다른 커피보다는 조금 더 비쌌던거 같은데..."

" 그건 니가 가짜를 마셔서 그래"

"???"


블루 마운틴은 커피종류 중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비싼 커피라고 알려진 품종이다. 최상의 블루 마운틴 오리진은 원두가 kg당 30만원 이상 호가한다. 거기에 로스팅 비용들이고.. 얼핏 계산해 봐도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뽑아서 팔려면 최소 한잔 3-4만원 이상 받지 않으면 수지타산이 안 나오게 된다. 그래서 나는 아직 블루 마운틴 커피맛을 모른다. 내 수준에서 즐길 커피는 아닌거다. 비싸다는 루왁커피 (사향고양이 똥 커피)는 거저줘도 비위가 안 맞아 안 마신다.


*루왁도 가짜가 많아서 아예 말린똥채 포장해서 선물용으로 파는것도 있는예전에 선물받고 인형처럼 보관만하다 버린 기억이 있다.


스타벅스 로스팅 공장


 시중에는 블루 마운틴 이름을 단 커피 원두가 일반 커피 가격으로 싸게 돌아다닌다. 그렇게 싸게 블루 마운틴 이름을 단 원두 커피가 나올수 있는 이유는 거의가 가격대를 맞추는 랜딩 꼼수를 부리기 때문이다. 시중에 파는 와사비 분말에 와사비가 거의 안들어 가는것과 같다. (엄밀히 따진다면 사기에 가깝다고 본다.)


유명한 커피 브랜드 들은 자체 레시피들을 개발해 자신들만의 블랜딩 커피맛을 선보인다. 대부분 싱글 오리진보다 블랜딩 원두 가격이 저렴 하다는것이 일반 적인데 스타벅스(Starbucks)나 일리(illy) 같은 유명 체인점들은 그 반대다. 자신들만의 블랜딩을 더 비싸게 판다. 에스프레소 이태리 방식의 일리와 미국식 아메리카노 스타벅스의 대결이 체인 커피점의 큰 양대 갈래인것 같다. 맛으로 전세계 커피 시장을 석권한만큼 콜라 처럼 자신들만의 블랜딩 비율은 극비사항일 것이다.


이태리 사람들에게 있어서 커피는 에스프레소 (Espresso) 를 의미한다. 많은 인류가 즐겨 마시는 미국식 아메리카노드롭 방식으로 우려내거나 에스프레소에 맹물을 타서 희석해 마시는 스타일로 이태리 사람들은 대부분 그건 커피가 아니라며 코웃음을 치고 카페에서도 취급을 안한다. 그런 완고한 나라에 스타벅스가 도전장을 내고 매장이 들어섰다. 자본이 정통 입맛을 바꿀수 있을지 지켜본다.


이태리에 입잠한 스타벅스 1호 매장


이탈리아 브랜드 일리 같은 경우 깡통에 든 수입 완제품 원두가 일반 원두에 비해 상당히 비싼데 커피는 로스팅 이후의 유통기한이 맛의 생명이다. 이태리 본사에서 로스팅해서 깡통에 담은 원두가 물건너 외국 소비자에게 건네지기 까지.. 아무리 원래 맛이 뛰어나다 한들 국내서 바로 볶아서 파는 저렴한 원두들 맛을 따라오긴 애초 시간 장벽에 의해 불가능 하다고 본다. ( 냉동식품 처럼 KFC 가 미국에서 닭을 튀겨서 온다고 가정해 보라. 동네 닭집이 낫다.) 비싼 로스팅 원두를 수입해 오는 경우는 대부분 맛보다 브랜드 유명세에 의존하는 경우다. 스타벅스는 로스팅한 이후의 유통 시간차를 없애기 위해 본사에서 로스팅을 안한다. 확장성에 있어선 현명한 방식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브랜드 블랜딩을 선호하는 이유는 유명한만큼 기본맛값은 보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원두 시장도 이미 포화상태라 개인 소규모 업체들이 자신만의 이름을 붙인 블랜딩 믹스들이 온라인 마켓에 엄청나게 널려있다. 대부분 블랜딩은 오리진 품질과 비율을 모르기 때문에 가격이 경쟁의 주요 요소다. 가격대만을 보고 블랜딩을 선택할 경우 대부분 맛보다는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저렴한 커피종 위주로 믹스한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싸도 비싸도 제조인의 실력을 믿을수가 없다. (싼건 대부분 베트남 브라질의 G4 등급 믹스다.)비싸건 싸건간에 맛있는 커피를 고르기는 오로지 뽑기운 밖에 없다. (한번 잘못 고르면 몇달동안 맛없는 커피를 마시게 된다.) 고민끝에 나만의 블랜딩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이것저것 조금씩 오리진을 갈아서 마셔보고 나머지 가루들 섞다보면 여러가지 섞인맛이 나올것이다. 비빔밥이 아무거나 넣는다고 재료들 맛이 다 사는것은 아니듯 바디감과 향을 살리기 위한 수많은 노하우들이 존재할 것이다. 블랜딩의 맛과 품질은 그야말로 오로지 시간과 노력에 의해서 탄생된다. 거기에 사업자처럼 가격이 주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는것이 개인 블랜딩만의 장점이다. (재료에 있어서 집에서 만든 만두소사먹는만두소 차이라고 보면 된다.) 조금 비싸더라도 소포장으로 여러 종류 싱글 오리진 원두를 시켜본다. (대부분 커피콩 품종마다 국가명이 앞에 있다.)


와인과 마찬가지로 커피의 세계도 한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그 끝이 어디일지 모를 정도로 세밀하고 배워야할것 들이 많다. 친구가 나보고 커피를 제대로 (바리스타 과정을) 배워 보라고 하길래


"난 내가 원하는 맛을 스스로 고를줄만 알면 돼, 그 이상은 여력이 없고 (관심이 없어) 무리야"


저렴한 저가의 장비들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맛있는 커피를 만든다.


적당한 선에서 즐기는것이 부담없고 좋다. 자전거도 한번 빠져들어 매니아가 되면 결국 집에 온갖 부품과 공구가 득한 자전거포를 차리게 된다. 커피도 조금씩 빠져들다 결국 로스팅까지 욕심내 장비를 장만하게 되면 일반인들은 시간과 비용을 감당 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이미 과포화 상태인 커피 시장에 사업성을 노리고 뛰어 들어봤자 승산은 희박하다. 경쟁이 심할수록 결국 실패할 확률이 더 많아서 어줍잖은 관심과 열정 가지고는 시간과  날리기 딱 좋다.


https://brunch.co.kr/@yemaya/1314


커피 애호가인 개인이 맛에 욕심을 내는 한계는 간단히 집에서 행할수 있는 블랜딩 까지 인것 같다. 내가 가진 같은 저가의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은품(?)으로 받았다가 자기는 커피맛이 거지 같아 못쓰겠다고 바로 버렸다는 친구가 있다. 그건 한마디로 말해 커피 내리는 방법을 몰라서 이다.


같은 재료와 같은 장비로도 맛있는 커피를 내려먹을수도 있고 걸래빤 물맛 커피를 내릴수도 있다. 내가 사용하는 천원짜리 (쿠팡에서 4천원?) 베트남 드롭퍼로 한방울씩 짜내는 커피맛이 왼만한 비싼 드롭머신들 보다 낫다. 아주 작은 관심의 차이다. 비도오고 .. 과거 젊었을때 이태리에서 친구가 주전자에 끓여서 수동으로 뽑아주던 진득한 에스프레소 한잔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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