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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03. 2017

게으르면 죽고 부지런해야 사는병 '암'

암환자가 감수해야할 일상생활의 불편함


암 이란 변형세포와 함께 생활하면 '암' 이 주는 통증 이외에도 여러 자잘한 병세들에 시달리게 된다. 기본옵션이 한두개가 아닌 병이 암이란 것인데 말기로 갈수록 대부분 풀옵션을 지니게 된다. 일반인 같음 옵션 하나만으로도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만한 증상들이다. 통증으로 인해 생사가 오락가락 할때는 신경조차 쓰지않는 증상들이지만 장기전으로 통증을 제어한 상태에서는 생활하려면 하나둘 신경이 쓰이게 된다.


기본적으로 빈혈, 출혈이 동반될 경우는 암환자 = 빈혈 환자일 경우가 많다. 특히나, 대장암의 경우는 기본이 빈혈에 소화불량 환자이므로 음식도 맘대로 못먹고 무리한 활동시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빈혈로 인한 수족냉증도 겨울에 무시하기엔 심각한 수준이다. 나의 경우도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손을 잡으면 시체와 비슷하게 차서 사람들이 깜짝 놀라곤 한다. 아무리 뜨거운 이불속에 있어도 발끝은 시려워 심할땐 아픈 수준까지 된다. 두꺼운 등산양말 이나 토르마린 발목보호대 위에 발열덧신까지 평상시에도 항시 착용하며 일반인 같음 족욕기나 발찜질을 할테지만 나같은 경우는 그 시간에 차라리 배찜질을 하는게 낫다. 왜냐면, 근본원인인 암을 해결하지 않는한 발을 찜질한다해서 수족냉증이 낫지는 않기 때문이다.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해 체력이 허락하는 한도내에서 꾸준히 운동을 해줄수 밖에 없다.



그 외에도 음식섭취의 어려움으로 인한 영양실조 , 그에 따른 체력저하. 운동부족,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 말기암 환자의 상태이다. 여기서 영양섭취를 게을리 하거나 환자모드로 누워서 활동을 안하기 시작하면 사태는 점점 악화될수 밖에 없다. 환자 스스로가 죽음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게 돼면 만사가 귀찮아지게 되는데 그럴경우 사태는 걷잡을수 없이 악화로 치닫게된다. 살고자 하는 환자의 의식이 최우선이고 살려면 움직여야 하고 움직이려면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한다.


빈혈인 상태서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므로 걷기가 최상의 운동이 된다. 봄이돼면 살기위해 걸어야 한다. 이왕이면 맑은공기를 마시며..


하루종일 먹고 마시고 하는것 같은데도 정상인의 식사량에는 못 미치게 되는데 부지런하지 않으면 그나마도 섭취하지 못하게 된다. 하루종일 보충제나 간식등 먹는것을 입에 달고 살지 않으면 그나마 걸그룹처럼 말라버린 육체라도 체력을 유지 하기가 불가능하다.


여기서 몸에 힘이 없다고 귀찮아 영양 섭취를 게을리 하고 운동을 안해 암에 밀리기 시작하면 점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결국 살아있는 미이라 상태로 죽음으로 진행되게 된다. 그것이 내가 보아온 일반적인 암환자들의 죽음이다. 많은수의 암환자들이 실제로는 암보다도 암으로 인한 영양실조로 죽는다. 그렇게 환자를 만드는 원인중 하나가 항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기도 하다. 항암제의 독성으로 인해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움직일수 있을때 암에 밀리기 시작하는 그 시발점은 게으름이다. 지금 내 상황에서 게을러지면 답이 없다. 알면서도 조금씩 게을러 지는데 이런 현상은 암환자가 되기 이전부터 가져왔던 습관 때문이다. "운동을 해야하긴 하는데 아... 오늘은 그냥 쉬고 내일부터..." 이런식이다. 게으른건 내가 가장 즐겨하던 내 천성인데 이제는 그 습관이 나를 죽음으로 내몰수도 있게 됐다.


뭐든지 보충제도 효과를 보려면 꾸준히 챙겨먹어야 하는데 작심삼일이 되기 쉽다. 게으름과 그놈의 입맛이 문제다.게으름이 곧 죽음이라는 공식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이겨나가야 산다.. 힘이 없어도 움직이고 입맛이 없어도 뭐라도 부지런히 챙겨 먹는것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살자 부지런하자.. 오늘도 지켜질지는 잘 모르는 결심을 다시한다. 매일같이 한다. 결심만..ㅜ



집에와있는 요즘에 내가 할수있는 최대의 효도는 한끼라도 어머니가 식사준비를 덜할수 있게끔 외식을 하는일이다. 몸가누기도 힘들어 하시는 어머니에게 까다로운 암환자 자식 식사 제때 챙기는 일은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닌듯하다.


처음엔 이것저것 신경써 주시더니 요즘은 내가 컵라면으로 때울까 하면 그래줬으면 하시는듯 아무말 안하신다.


"엄마 근데 왜 밥은 안줘?"

"너 아까 컵라면 먹는다며?"

............(암환자 인데ㅠㅠ)


근래 매일같이 외식을 하게 되는데 나가서 밥먹고 온다면 반색을 하신다. 어머니 주무시라고 아침을 먹으러 아침에 문을 여는 식당인 콩나물 국밥집에 왔다. 환자라고 특별히 나를 따로 챙겨줄 사람은 없다. 내가 해야 한다. 부지런히 먹고 산책하고 그것이 오늘의 내가 살기위해 할일이다. 다시 시골에 내려갈 시기가 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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