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Mar 08. 2017

아름다운 인간 '오드리햅번' 과 대장암

행복과 슬픔, 두가지 감정의 아름다움


내가 개인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으로 숭배하는 인간이 바로 배우 '오드리 햅번' 이다. 30대때부터 오드리 햅번이 나오는 영화는 기를쓰고 찾아내 자막 없이도 보고는 했다. 아마 나처럼 국내에서 연극같은 심리극 '아이들의 시간(1961)' 이나 감독인 남편이 오드리 햅번의 명성을 이용해 만든 삼류 영화로 오드리 햅번이 타잔걸로 나오는 '그린맨션(1959)' 같은 변두리 영화까지 직접 찾아서 본 분들은 극히 드물것이다. 그만큼 나는 오드리 햅번의 광팬이었다.


다행히, 오드리 햅번의 영화들은 망작이라도 대부분 전부 디지털 복원돼어 지금도 전혀 손색없는 깨끗한 화질과 음향을 즐길수가 있다.


*국가에서 편당 수억씩 들이고도 잡음과 소나기가 날리는 한국영화 복원술과 비교하면 미국과 홍콩의 고전영화 복원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한국영화의 디지털 복원 기술은 아나로그를 디지털로 컨버팅 한 수준이라 외국과 비교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변명할 여지가 없는것이 한국의 60년대 영화 '대괴수 용가리(1967) '는 미국의 MGM 이 판권을 가져가서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했는데 다른 한국 고전영화들과는 달리 화질 음향이 기적같이 깨끗하다.


오드리 햅번이 나오는 고전 영화들을 보면서 행복에 빠지는 즐거움을 누리던 불과 이삼년전 까지 나 역시 대장암이 몸안에 자라고 있었음에도 나는 오드리 햅번이 사망한 원인이 대장암 이라는 사실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냥 암으로 죽었다.. 라는 인식 정도로 그녀의 죽음을 의식에선 외면하고 싶었을뿐이다.



그녀가 출연한 그 많은 불후의 명작들 이외에도 그녀의 삶 자체가 나에게는 드라마처럼 다가오는데 오드리 햅번이 젊은시절 지냈다는 네덜란드의 아른햄 에서 나역시 몇년간을 살았었다. 나는 나와는 시대가 다른 그녀의 영화를 사랑했고 그녀의 나이들은 현재 모습은 보지 않으려 했으며 죽었다는 소식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언제나 스크린속에서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항상 존재하길 바랬다. 젊은 스크린 속의 그녀를 보면서 내가 행복했기 때문에 그 환상을 깨는 노년의 모습은 외면 하고만 싶었다.


나 역시 대장암 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대장암으로 죽은 유명인들이 하나둘 떠올랐는데 오드리 햅번의 노년과 죽음에 대해서도 그제서야 관심이 갔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소말리아에서 자선 기부 봉사를 다니며 대장암 진단 받은것도 63세이고 수술후 별세한 나이도 63세이다.


진단 받을 당시 상황도 나와 비슷하다. 복통을 호소하다 결국 진단을 받게 되는데 나와같은 증상을 느끼고 나서 병원 진단을 받았고 나처럼 이미 말기로 접어든 상태였다고 한다. 그래도 나보다는 상황이 괜찮았는지 의사들이 수술을 거부하진 않았던듯 수술을 했으나 그만 세상을 뜨고 말았다고 한다.


요즘들어 오드리 햅번의 사진만 봐도 눈물이 핑돌고 뜨거운 감정이 솟구치는데 가장 아름다운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오드리 햅번의 죽음이 안타까워서인지 같은 죽음의 사자를 맞이했던 동변상련의 감정인지, 그 두가지가 엉켜서 그런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인간의 감정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판정 내리기 곤란한 감정이 바로 이런 감정이다. 어쨋든 그녀는 내가 생각하기에 내 개인 판정으로는 인간중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인간이다. 대장암 같은 흉칙스러운 녀석과 연관 되어선 안될것 같고 비록 짧았지만 그렇게 고통속에서 죽어선 안될 인간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앙드래김 이나 작곡가 이영훈이나  다른 유명한 사람들의 대장암 투병과 사망에는 전혀 공감이 가질 않는데 오드리 햅번만은 안타깝다는 생각을 금할수 없다.



아마, 내가 건강했다면 나는 오드리 햅번의 죽음의 원인인 대장암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녀의 름다운 노년의 선행들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현실을 외면한채 자신이 젊을때 좋아한 스타가 영원히 젊고 빛나는 그 모습으로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을것이 분명하다. 내가 건강할때, 나는 젊은시절의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행복해 했고 사진을 보면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녀의 젊은시절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면 행복해 지는것이 아니라 슬퍼지는 감정이 솟구친다. 내가 다시 예전처럼 그녀의 영화를 보면서 행복해질수 있을까... 아직 안해봐서 모르겠다.


내가 대장암 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비로서 오드리햅번의 노년과 죽음을 받아 들이고 이제는 젊을때 사진만 봐도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로 오드리 햅번이란 인간의 실체를 더 깊게 사랑하게 된 느낌이랄까.. 스크린 속의 허상이 아닌 그녀의 인생 자체에 비로서 공감을 갖게된 것이다. 행복하게 만들건 슬퍼지게 만들건 한 단어로 확실하게 그녀에 대해 설명이 가능하다.


그녀는 ' 아름답다 '


같은 대상인데 내 마음에 따라 사진만 봐도 슬픔과 행복, 이 극단적 두가지 감정이 교차하게 만드는 인간, 인간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드는 인간, 오드리 햅번이 내게 는 그런 존재이다. 그것은 이해가 아닌 '공감' 이라는 감정을 가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나는 오드리 햅번이 대면했던 죽음에 대한 육체적 고통을 똑같이 겪어 충분히 이해할수 있고 그녀가 진단 받은후 죽음에 이르기 까지 어떤 두려움 속을 걸었을지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이다. 부디 좋은곳으로 갔기를 ...


https://youtu.be/uirBWk-qd9A


매거진의 이전글 말기암, 자동으로 정리되는 인간관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