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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18. 2017

몰락의 길을 걷는 한국의 온천문화

부자연 스럽게 만들어진 한국의 온천들..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은 온천을 가겠노라 한 결심이 잘 지켜지지가 않아 어느새 토요일 이다. 백수인지라 가급적 주말을 피해 다닐 생각이었는데 결심을 어기느냐, 주말인데 가느냐 아침에 일어나 갈등중이다.


주중에는 사람이 없어 한적한 목욕과 탕안에 비치된 플라스틱 릴렉스 침대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길수 있지만 주말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특히나 어린아이들의 물장난 소리가 쩡쩡 울리기에 휴식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사람들이 몰리면 별다른 편의시설이 없기에 후다닥 목욕만 하고 나올수밖에 없다.


내가 있는 주변에 대형 온천은 두개가 있다. 내륙쪽으로는 유명한 지리산 온천이 있고 바닷가 쪽으로는 영광 온천이 있다. 두 온천 이 모두 풍부한 게르마늄 수로 유명한데 내가 다니는 온천은 사람들 몰리는 지리산쪽 보다는 해안가에 위치한 영광온천이다.


가는길에 접하게 되는 백수 해안도로는 내가 우리나라 절경 드라이브 코스중 하나로 꼽을만큼 아름다운 도로이다. 제주도에나 가야 볼만한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꼬불꼬불 도로를 따라 이어지기 때문에 드라이브 코스로 즐기기엔 최상의 도로이다. 신정때는 동해안은 해돋이를 보러 가지만 서해안인 이곳엔 해지는 풍경이라도 보겠다고 백수 해안도로로 차들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안가에 위치한 이 메머드급 초대형 건물이 온천인데 일단, 규모도 놀랍지만 사람이 너무 없어 평일엔 거의 몇명만이 이 거대한 온천을 사용하는지라 그냥 눈으로만 봐도 알수있는 어마어마한 적자 운영에 더 놀라게 된다. 식당등 부대 시설은 전부 운영을 중단했고 기본 인원들만 상주하며 근무하는데 손님이 너무 없는지라 그나마 인건비도 운영으로 채우기 힘들어 보였다. 더 중요한것은 인건비가 아니라 하루에도 천만원 이상씩은 소요됨직한 난방비 이다.


건물 크기만 100미터는 족히 돼 보이는데 아래 한층이 전부 탈의실 이고 이층이 목욕탕이다.한 겨울에 탈의실에 손님이 없다고 난방을 안할수는 없는 노릇이고 우리나라 온천의 특성상 물 온도를 높이는데도 난방이 사용된다.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적자를 계속 유지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수 있다.


지리산 온천은 개인이 운영 하는것으로 알고있고 이곳 영광온천은 군에서 운영하는것으로 안다. 개인은 아무리 재벌이라도 이런 막대한 적자를 계속 감당하며 운영하기는 힘들것이다. 이런 거대한 온천들이 우리나라엔 유행처럼 일어났다 현재 몰락의 길을 걷는중인데 그 이유를 따져보면 온천의 핵심 개념보다 외형에 치중한 한국문화의 냄비속성이 그 원인이다.


온천의 대명사 격인 일본의 온천과 한국의 온천은 그 개념 부터가 다르다. 일본의 온천은 말 그대로 진짜 온천으로 뜨거운 지하에서 나오는 물을 식혀서 목욕하는데 쓰게 되므로 노천탕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진다. 하지만, 한국의 온천은 정 반대이다. 정부에서 온천 허가를 내주는데 있어 기준이 약해 20도 정도의 낮은 미지근한 물에도 온천 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미지근한 지하수 물에 인위적으로 온도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비용의 난방이 사용된다.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노천탕이 핵심이 돼야할 온천이 그냥 목욕탕과 별반 다를바 없이 되면서  가까운 거리에 찜질방등이 생겨나자 그나마도 편의시설과 거리에서 경쟁력을 완전히 잃게 된것이다. 수질에서 미네랄 게르마늄 함유마저 떨어지면 그야말로 동네 찜질방 만도 못한 재래식 목욕탕으로 전락한게 현재의 한국 온천문화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온천등은 이미 재래식 목욕탕 수준으로 찜질방에 밀려 하나둘 몰락하는중이지만 그래도 여기 온천은 막대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세금으로 운영하기에 나같은 환자들은 동네 목욕탕 가듯 가볍게 이용할수 있다.


일단, 무엇보다 게르마늄 함량 수질은 지리산 온천과 이곳이 국내 최고이다. 목욕비용도 7천원이고 식당이나 찜질방등 다른 부대시설은 일체없다. 저녁이면 영업을 마치고 문을 닫으므로 부지런하게 오전이나 낮을 이용하는것이 좋다. 주중에 가면 넓은 시설을 거의 전세내듯 이용하기에 미안한 맘까지 들지만, 그래도 텅빈 시설에 난방비를 쏟아붓는것보단 몇명이라도 사람이 이용하는게 낫다. 주말엔 사람들이 꽤 많이들 찾아오지만 여름이 돼면 그야말로 텅빈 시설이 될것만 같다.


* 댓글로 알게된 사실인데 4월달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나마 이곳도 겨울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듯 하다.



온천에서 식사를 해결 못하기에 전이나 후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데 온천 주변의 해안가 식당들은 혼자서 먹을 메뉴가 없다. 최소 두세명이 가야 시킬수 있는 매운탕 이나 회등인데 나의 경우는 보통 해안도로를 타기전 유일한 식당인 해물 칼국수 집을 들러 식사를 해결하고 가곤한다.


일인분에 쭈꾸미도 한마리 들어가고 새우도 두세마리 들어가고 재료는 많이 들어가고 비주얼은 훌륭한데 내 입맛에 맛은 이상하게 없는 칼국수 이다. 그냥 별것도 안들어가는데 맛있는 종로의 뒷골목 할머니 칼국수가 절로 생각나게 한다. 이것이 싫으면 영광 시내까지 돌아 들어가서 식사를 해결해야만 하고 백수 해안도로를 타는 즐거움은 놏치게 된다.


사람도 없고, 식사등을 할 마땅한 부대시설도 없지만 그래도 도시를 가로질러 내륙인 지리산쪽 보다 영광을 택하는 이유는 역시나, 아름다운 해안가 드라이브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식사만 해결된다면 관광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물론 연인이나 두세명 단체로 갈 경우는 바닷가 따라 낭만적인 커피를 즐길수 있는 레스토랑도 군데군데 있고 매운탕등을 먹을수도 있기 때문에 식사 걱정은 안해도 될것같다.


혼자일 경우에만 항상 식사가 문제가 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관광지 대부분에서 겪게되는 에로점이다. 제주도는 더 심하다. 사람들이 몰리는 관광지 일수록 일인분을 파는 식당 찾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구석구석을 허름한데를 찾아 들어가야 간신히 혼자 밥을 사먹을수 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 이다. 네명 이상이면 궂이 온천을 갈 필요없이 단체로 해수찜을 가도 된다. 해수찜은 4명이 기본이므로 혼자인 나는 가고싶어도 못가고 있다.


어쨋든, 암환자는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궈주는것이 체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체력만 따라준다면 숯불가마를 다니겠는데 지금 몸무게 50키로인 내 상황에선 아직은 땀을 빼는것은 위험하고 무리이다. 일주일에 한번은 꼭 온천을 가겠다고 결심했다면 움직이자.게을러지면 안된다. 무조건 치유는 아는것보다 하나라도 실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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