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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20. 2017

된장찌개가 없는 시골 식당들

너무 흔하기에 아무도 찾지 않는 메뉴 '된장찌개'


도시에 사는 친구들은 내가 거주하는 시골에서 된장찌개를 파는 식당이 없다는 내말을 믿지 않는다. 도시 식당에서 가장 흔한 메뉴가 된장찌개 이므로 잘 이해가 안되는 모양이다. 내가 못찾는것이라고 짐작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된장찌개가 먹고싶어 주변 읍과 군시내들을 6개월간 동서남북으로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된장찌개 파는 식당은 내가 거주하는 곳 주변 식당엔 없다는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김치찌개는 그래도 파는데가 각 군 시내마다 한두군데는 있다.


다른 메뉴를 시키면 우거지나 시래기 된장국은 기본으로 제공된다. 백반에 딸려 나오는 멀건 된장국만 매일같이 먹다보니 질리게 된다. 두부와 호박이 들어가는 일반적인 진한 된장찌개가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해서 고민하다보니 시내에 김밥 XX 집이 있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수십가지 잡다한 메뉴를 취급하는 김밥전문(?) 체인으로 단 한가지도 맛있는 음식이 없다는것이 특징이다. 수십킬로를 된장찌개 하나만을 생각하며 운전하고 찾아갔다. 메뉴를 보니 된장찌개가 있다!!!


그렇게 하루종일 굶다 찾아가서 시킨 된장찌개는 나를 분노하게 만들었는데 주방 아줌마가 동네 아줌마인듯 사장님과 둘이 친구사이 같은데 수십가지 메뉴를 취급할만한 역량은 절대 보이지 않는다. 몇분만에 된장찌개 라고 나온 음식을 보니 내가 백반집에서 매일 먹던 우거지 된장국에 달랑 오래된 두부 한조각 들어있는 멀건 국물이었다. 한마디로 메뉴에는 있지만 된장찌개를 끓여본적도 없는 식당 아줌마임이 분명하다.. 내 생전 그렇게 맛없는 된장찌개(?) 는 처음 접해 보는데 오죽하면 하루종일 굶고 저녁때임에도 반도 안먹고 돈만 지불하고 나와야 했다. 그 이후로 된장찌개 찾아 삼만리는 포기하고 중단했다. 있어도 없느니만 못한 메뉴가 된장찌개 이다.



오늘은 날씨도 꾸적하고 빗방울도 가끔씩 떨어지기에 따뜻한 탕이 생각나 주식으로 가는 백반집이 아닌 좀 멀지만 주변도시 영광까지 왔다. 그야말로 밥한그릇을 사먹기위해 수십킬로 도시를 건너다닌다. 지금 내 입장에서는 가장 시간과 돈을 아끼지 말아야할것이 음식섭취 이기 때문에 직접 음식을 안하겠다면 이정도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영광에 내가가는 유일한 식당이 청보리한우 프라자란 고기집인데 제대로 된 음식 서비스를 하는 시골에선 찾기힘든 음식점으로 정말 힘들게 찾아냈다. 생고기가 전문이므로 나같이 혼자 오는 사람들을 위해 겨울에만 한시적으로 된장을 풀어 끓인 우거지탕을 제공한다. 내가 이 식당에서 유일하게 먹을수 있는 메뉴이다. 날씨가 풀렸음에도 아직 메뉴에 있다. 보통 장날에 나왔다 이용하는데 장날은 내일이지만 그냥 왔다. 어차피 장날에 나와도 살것이 없기 때문..


이 집 우거지탕은 언제 가서 시키느냐에 따라 맛이 일정하지가 않고 천차만별 다르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 메뉴가 아니기에 기본적으로 한솥 끓여놓는듯 한데 끓이고 처음과 중간까지는 제대로 된 맛이 나오고 끝으로 갈수록 밑바닥 찌꺼기 맛이 난다. 오늘은 아쉽게도 콩나물 모양새도 그렇고 진하기만 한게 찌꺼기 국물맛이다. 그래도 내가 먹을수 있는 메뉴를 판다는것 자체만으로도 고맙게 먹는다.


시골의 식당들이 된장찌개를 취급하지 않고 온통 고기집 일색인데는 다 이유가 있다. 된장이 너무 흔하고 집에서 매일같이 먹는지라 사람들이 궂이 나가서 돈주고 사먹지를 않는다는 것이다.특히나 시골은 젊은이들은 희귀동물이 된지 오래라 노인들이 주 고객이므로 시골 노인들은 집에서 매일같이 먹는 된장을 식당가서 사먹을 이유가 절대 없다. 찾는 사람이 없으므로 당연히 팔려는 식당도 없다. 시골에서 가장 사먹기 힘든 음식이 된장찌개 라는 사실에 어이가 없지만 현실이 그렇다. 아직까지 내가 거주하는 지역에선 단 한번도 제대로 된 된장찌개를 사먹어보질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확율이 크다. 포기하던지 대도시까지 나가야만 사먹을수 있는 음식이 된장찌개 이다.


영광시내는 그래도 극장이나 찜질방 백화점등만 없다 뿐이지 브랜드 옷파는 매장도 있고 다이소도 있고 제법 도시같은 모양을 조금 갖추고 있어서 체인점등 도시적인 음식을 고를수는 있다.롯데리아의 아이스콘의 유혹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후 붕어빵이나 찐빵 만두집에서 만두를 사가지고 들어갈 생각이다. 오늘같이 날씨가 꾸적한 날은 산책보다는 방안에서 영화를 보는게 가장 편하다. 그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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