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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21. 2017

먹는 즐거움, 살찌기에 올인하기

체력확보, 먹을수 있는만큼 먹는다.


현재 나에게 있어 가장 절실한 과제는 정상체중 근처까지 가는일이다. 175키에 50킬로 라는 몸무게는 걸어다니는 해골이나 다름없다. 뼈다귀에 살가죽만 살짝두른 형태이기에 뼈다귀 튀어나온 부분이 딱딱한 부분만 닿아도 아파서 기왓장 찜질기도 못하고 맨바닥엔 눞지도 못한다.땀 흘리는것도 위험해서 숯불가마 찜질도 못한다.


아직 완전한 기능은 회복되지 못했지만 조금씩 통증없이 정상인 식사를 해도 소화가 가능하다는것을 어제 확인했다. 아직 음식물이 종양부분을 넘기기에는 땡땡한 압박감을 느끼지만 통증을 느낄정도는 아니다. 통증만 없어도 먹을수 있다. 그동안 햇반 하나로 세끼를 나눠 먹어야 했던것에 비하면 밥한그릇을 다 비우는것이 조금씩 정상인 분량으로 늘어간다. 예전엔 일반식당 음식만 먹어도 면역력이 바닥인지라 죽음의 고비를 오갔었는데 이젠 일반 식당 음식들도 그다지 큰 부담이 없다. 그렇다면, 식사에 대한 선택권은 조금씩 많아져 간다. 그동안은 엄두를 못냈던 부페식 기사 식당에 왔다.



한식 부페식 음식의 단점은 반찬들이 가짓수는 많은데 맛이 담백하지가 않고 전부 양념들이 진해 실제로는 그다지 많이 못먹는다는 점이다. 어떤 부페를 가도 마찬가지인데 부페음식은 결코 암환자들이 먹을만한 음식은 못된다. 일반인들 에게는 최고의 식당일수도 있는데 7천원에 자신이 먹고 싶은만큼 담아 먹으면 된다. 제육복음에 생선 간장게장등 단백질 섭취에는 유리하지만 어차피 먹는양이 정해져 있어 일반 식당에서 나오는 이상 먹기는 무리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토록 찾아 해매던 된장찌개가 부페식 식당을 가니 딸려 나온다..맛은 둘째치고 시골 내려와서 처음 만나는 된장찌개인지라 너무나 반가워 싹싹 긁어먹는다. 시골에서 된장찌개는 돈주고 사먹는 메인 음식이 아니라 다른 메뉴를 시키면 그냥 딸려나오는 음식임을 알수 있다. 어제 브런치에 된장찌개 타령을 했더니 다음날 바로 된장찌개가 눈앞에 등장한다..이런게 바로 생활속에 일어나는 마법 아닐까..



후식으로는 누릉지 끓인것을 먹고 야외 테라스에서 설탕커피 한모금에 흡연으로 마무리를 즐긴다. 블랙커피가 없는점이 아쉽다. (암환자들은 설탕 먹으면 안된다.) 일반인과 같은 식사를 할수 있다는것만으로도 갈수있는 식당은 엄청 늘어나게 되고 먹는것에 올인하기는 더욱 쉬워진다. 날씨까지 좋아지면 본격적으로 맛있는 음식찾아 먹기 여행을 돌아다닐수도 있다.


이 모든것이 암세포를 제어하고 면역력이 어느정도 회복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암세포와 주도권을 놓고 생사의 줄다리기 하는 대장암 말기암 환자분들은 조미료 범벅인 일반 음식점을 다니는것은 절대 금해야 한다..내가 생사의 고비에서 죽음을 건너와 이만큼 정상인들의 식사를 하기까지 9개월이 걸렸다. 오늘밤도 결과를 지켜봐야 겠지만 생크림빵,자장면 아이스크림 후라이드 치킨등 크게 위험한 음식만 먹지 않으면 이 정도 까지는 소화가 가능할것 같다. 며칠 더 확인해본후 본격적으로 살찌기 프로젝트에 돌입해야 겠다.


*암 환자들은 조미료 범벅인 일반 음식점 음식들을 금하고 유기농 식단을 먹어야 하고 설탕커피등은 금해야 하고 당연히 흡연도 금해야 한다. 알지만 그만큼 지키기가 힘들고 환경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요양원을 가는것인데 내 기록들은 그런 교과서적인 자연치유에서 많이 벗어나 내가 처한 상황 있는 그대로의 기록이므로 잘못하고 있을지언정 지적이나 비난은 삼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알면서도 환경적으로 못하는 당사자의 심정은 더 괴롭다..이미 환자들은 주변에서 환자의 처한 상태를 이해못하고 교과서적인 조언과 꾸짖음에 충분히 시달릴만큼 시달린 상태가 대부분이다. 알면서도 안되는 교과서 적인 지적은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으로 환자에게 엄청난 스트래스를 유발한다.


말기암 환자인 내가 지난 겨울에 왜 생라면을 뜯어먹으며 버텨야 했는지 이해가 안되고 공감을 못하는건 당연하겠지만 비난은 안해줬으면 한다. 암환자들에게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주는 요양원이나 간병인이 왜 필요한지를 일반인들이 이해를 한다면 홀로 자연치유를 선택한 사람들이 처하게 되는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수 있을것이다..



날씨도 좋고 앞으로 주변 여행다니며 맛있는거 먹기에 올인해서 60킬로 까지만 회복되면 환자몰골에서도 벗어날수 있을것이다. 지금은, 어차피 환자몰골을 감출수가 없어서 추리닝 차림으로만 다니는데 그렇게되면 복장도 일반인 복장이 가능할 것이다. 손목시계도 다시 찰수 있을것이고 청바지를 입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것이다. 지금은 일반인 복장을 하면 헐렁해진 바지를 웃기게 졸라매고 손목시계는 끝까지 조여도 빙빙 돌아다니고 해서 영 불편하고 폼도 안난다. 결국 지금 몰골에 딱 어울리는건 추리닝 밖에 없다.


따뜻한 봄날이다.. 바람만 조금 덜 불면 하루종일 산책해도 좋을것 같은데 이쁘게 단장하고 소풍 다니면 정말 좋을것 같은 날씨이다..정상인 복장이 어울리는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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